‘고요의 바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물의 공포, 이 상상력 독특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정중동(靜中動). 아마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가 주는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렇지 않을까.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쉼 없이 움직이는 긴장감이 있다. 그건 이 시리즈의 오프닝 장면에 들어가 있는 물 같다. 그저 평온하고 고요해 보이지만,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점점 역동적으로 굽이치며 폭발하듯 터져 오르는 그 물은 묘한 긴장감을 준다.

한국 드라마 최초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물. <고요의 바다>를 설명하는 이 수식어는 말 그대로 거창하다. 그간 지구에만 발을 딛고 있던 K드라마가 이제 우주로까지 나간 듯한 뉘앙스가 담겨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비스된 <고요의 바다>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제목처럼 ‘너무 고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달이라는 우주 공간의 한 기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물의 공포’라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는 호평도 나오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원인은 우주 SF물이라는 장르적 특징이 기대하게 하는 것들과, <고요의 바다>가 그려나가는 심리 스릴러 서스펜스가 다소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다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우주 SF물을 기대한 시청자라면 <고요의 바다>는 너무 고요한 느낌이 있다. 즉 발해기지라는 달의 한정된 공간에서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채 그 곳에 간 인물들 간의 갈등이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 부족으로 바다가 사라진 지구에서 물을 얻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발해기지라는 달 기지에서 펼쳐진다는 상상력은 분명히 흥미로운 면이 있다. 특히 달이라는 우주 배경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서스펜스와 공포가 지구와는 다른 공기와 중력 같은 요소에서 비롯되곤 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보면, 물이 공포가 되는 <고요의 바다>의 상상력은 특이하다.

<고요의 바다>에 대한 호불호를 나뉜 건 그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과는 다른 정적인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실제로 <고요의 바다>는 2회까지 이 달 기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전개하지 않는다. 3회가 되면서부터 사건이 본격화되고 그래서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지만, 이런 전개는 <지옥> 같은 그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지옥>은 시작한 지 단 5분도 안되어 지옥의 사자가 백주대낮에 등장해 한 사내를 지옥행 보내는 미친 속도감을 보여준 바 있다.

그렇지만 <고요의 바다>는 이 작품만의 내적 속도와 긴장감이 충분히 존재하는 드라마다. 이런 속도감에 대한 기대를 갖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갈수록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몰입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간 <오징어게임>이나 <지옥>이 보여줬던 K디스토피아의 세계 또한 이 작품에는 등장한다.

“너한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고요의 바다>의 끝부분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이 작품이 하려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물이 점점 사라져가는 절망적인 순간 속에서 그걸 이겨내기 위해 하는 어떤 선택들이 오히려 또 다른 재앙의 시작이 되곤 해왔던 인류의 딜레마가 그것이다. 그래서 <고요의 바다>는 그 끝을 열어두었다. 위기에 대처할 어떤 방법을 찾아내긴 했지만 그것이 다시 바다를 볼 수 있는 희망으로 이어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절망으로 떨어뜨릴 것인지 알 수 없는 결말.

<고요의 바다>는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드라마는 아니다. 또 엄청난 속도감으로 질주의 쾌감을 주는 작품도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천천히 물이 고여 가며 조금씩 조여 오는 긴장감을 통해 우리가 처한 위기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드러내주는 작품이다. 호불호는 분명히 나뉘지만,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우주 배경 SF드라마라는 첫 발의 의미가 가진 가치도 충분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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