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넘어 양익준의 삶과 예술까지 들여다 본 오은영(‘금쪽상담소’)

[엔터미디어=정덕현] “선생님 말씀 오랜 시간 동안 듣다 보니까 제가 오늘 고민으로 요청드렸던 것 말고도 다른 어떤 정서에 이상하게 따뜻한 이불이 덮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그냥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나온 양익준은 오은영 박사에게 그날 상담에 대한 고마움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가 애초 고민으로 들고 온 건 ‘사람들이 저를 만만하게 봐요’라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또 나이 들어서도 이상하게 자신이 타깃이 되거나 해서 이유 없이 당했던 경험을 토로한 양익준은 “내가 만만한가?” 싶었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는 양익준이 스스로를 과도하게 낮추고, 때론 초등학생에게도 극존칭을 하기도 했었다는 이야기를 세심하게 들여다봤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도 “안녕하세요 X밥이에요”라는 표현을 쓸 만큼 자신을 “아무렇게나 대해주세요”라는 뉘앙스로 과하게 낮추기도 했다는 것. 그것은 물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이었다.

“제가 연출할 때도 배우나 스텝들에게 항상 하는 게 우리는 높낮이, 감독이 높고 제작자가 높고 그런 높낮이가 없다. 너는 제작부의 막내 역할을 하는 역할이고 나는 감독을 하는 역할이고 당신은 배우를 하는 역할이고 다 우리가 그냥 자기의 역할을 수행하면 되는 거지 우리 안에 높낮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얘기를 늘 하면서 작업을 하거든요.” 그의 이런 태도는 그가 현장에서 영화를 할 때에도 그대로 작업 방식으로 투영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은영 박사는 그것이 무명시절에는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그럴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제 전체 작품을 총괄하는 감독이고 그것도 해외에서 인정받는 감독이자 배우가 되어서도 그러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 부적절이란, 화를 내야할 상황에서 어느 정도 적절하게 화를 낼 줄 모르고, 또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도 적절하게 그걸 할 줄 모른다는 의미에서의 부적절이었다.

공황장애를 13년째 갖고 있다는 양익준은 방송 도중에도 잠시 멈추고 약을 먹고 올 정도였다. 어째서 최고의 배우이자 감독인 양익준은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과도하게 자신을 낮출 정도의 삶의 태도를 갖게 됐을까. 그는 “상대가 기분이 상하면 안 된다”라는 데 예민하다고 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는 것을 강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오은영 박사는 겸손과 자기비하는 참 선이 애매하지만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겸손은 미덕이지만 지나치게 자기비하를 하는 건 피해야 한다는 것. 이 이야기에 양익준이 꺼내놓은 서른 넘어 처음 좋아했던 이성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 먹먹한 면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는 그런 경계가 생겼다며 양익준은 그 이성친구가 자신을 꼭 껴안아주며 받아줬는데 그때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어색해했었다고 했다. 그 친구를 통해 경계를 조금씩 풀어갔다는 양익준은 그를 “새 삶의 선생님”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양익준은 어린 시절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부모님과의 아픈 경험들에 대해 털어 놓았다. 아버지의 폭력과 그 폭력에 당하는 어머니를 보며 어린 양익준이 느꼈을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왜 그가 그토록 자기비하를 할 정도로 타인에게 혹여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극도로 예민해졌는가도, 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어냈는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더 이 시간이 의미 있게 다가온 건 오은영 박사의 상담을 통해 양익준의 마음 속 상처들을 들여다보고 또 보듬어주는 그 시간이 양익준이라는 감독이자 배우로서 그가 만든 작품이나 출연한 작품들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특히 그를 세계적인 감독으로 만든 <똥파리>는 사실상 양익준이 겪었던 그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그가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넘어서려 한 결과물이기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즉 양익준의 사례는 예술이나 예술가의 탄생이 어쩌면 저마다 갖고 있을지도 모를 아픔이나 상처 같은 것들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맞서나가는가에 의해 가능해지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그건 예술이 가진 치유적인 힘을 말해주는 것이고, 실제로 <똥파리>는 그런 힘을 양익준 감독은 물론이고 그걸 본 관객들에게도 전해준 작품이었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가 가진 진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연예인들의 여러 가지 심리상담을 해주는 차원을 훌쩍 넘어서는 이런 부분에서 드러난다. 즉 그것은 그 심리상담을 통해 같은 아픔을 겪는 시청자들 또한 몰입하고 위로받을 수 있으며 때론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지만, 어느 한 사람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그가 살아온 삶과 해온 일들(예술이든 어떤 직업의 일이든)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우리에게 그 자체로 제시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과연 우리는 오은영의 지긋한 눈빛에 담겨 있는 것처럼 누군가를 그렇게 깊게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거기 담겨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