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런 판타지 서사로 시청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MBC 금토드라마 <내일>은 주마등 위기관리팀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다. 이들은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오는 일을 하지 않는다. 아직 죽어서는 안 될 자살자들을 살리기 위해 돕는 이들이다. <내일>은 웹툰 원작 드라마답게 만화적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일>은 어제도 본 것 같고, 작년에도 본 것 같은 저승 판타지다. 권선징악의 요소와 저승사자의 등장만으로 더는 동양판타지 드라마의 특별함을 시청자에게 전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 등 OTT의 등장으로 판타지드라마에서 동양 판타지의 색채는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승과 저승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간이다. tvN <도깨비>와 JTBC <쌍갑포차> 때만해도 귀여웠던 삶과 죽음의 이 공간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신비로우며, 때론 깊어지고 있다.

물론 지상파의 특성상 판타지 드라마의 세계를 복잡하게 끌고 갈 수는 없다. 당연히 <내일> 같은 정도가 적당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내일>은 너무 판타지 방식의 서사에 게으른 감이 있다.

일단 <내일>의 주마등의 분위기부터 그리 놀랍지는 않다. 그 동안 여러 드라마에서 저승이나 연옥의 세계는 여러 차례 변주되어 왔다. 허나 새하얀 성 같은 느낌의 주마등은 어린 드라마 속 세계처럼 순수한 영상일 뿐, 그리 경이로운 체험은 아니다.

<내일>의 서사 역시 쉽게 짐작이 가는 구조다. 인간의 기억으로 잠입하는 방식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대중들이 어느덧 판타지 서사에 익숙해진 것이다. <내일>은 저승사자가 인간을 돕는 휴머니즘 서사이지만, 그것만으로 시청자의 눈가가 촉촉해지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판타지와 어울리지 않는 초반 지루한 전개 때문에 하품의 눈물을 흘리기 쉽다.

<내일>은 2회에서 학교폭력 메시지를 다룬다. 하지만 주인공의 과거 학교폭력 서사와 그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현재의 고통에 비해,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저승사자들의 능력은 시청자가 상상하는 것보다 소박하고 시시했다.

여기에 장르물 특유의 긴장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내일>의 진행 자체도 문제지만 긴장감을 만들어나갈 주연들 또한 제 몫을 다하고 있지는 않다.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와 KBS <연모>로 사랑받은 배우 로운은 <내일>에서 반인반혼 최준웅을 연기한다. 로운은 낮은 목소리의 오디오, 큰 몸집의 비주얼 외에 아직 <내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다. 전작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에 비해 <내일>의 캐릭터가 매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수선하고 오지랖 넓은 최준웅을 연기하려면 좀 더 이야기를 끌어가는 센스가 필요할 듯하다.

<내일>의 카리스마 있는 신입팀장 구련 역의 김희선 역시 커리어에 비해 본인의 몫을 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희선은 발랄한 상황을 띄우는 재능이 넘칠 뿐 아니라 비련의 여주인공의 처연한 눈물 연기도 일찌감치 소화했다. 하지만 <내일>에서처럼 무거운 상황을 진지하게 연기하거나, 심지가 굳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의 매력은 살려내지 못한다. 또 액션 장면에 어울리는 동적인 배우도 아니다.

게다가 김희선의 구련은 그렇게까지 복잡한 캐릭터도 아니다. 강단 있고, 냉철하며, 그러면서도 은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있다. 김희선은 분명 한국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지만, 장르물 판타지에 어울리는 배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내일>을 보면 날고뛰고 싸우며 폼 나게 저승사자 구련을 연기할 다른 배우들의 얼굴이 스쳐가기도 한다.

결국 핑크염색 김희선의 우물대는 분위기는 장르물 <내일> 안에서 계속 겉도는 인상을 준다. 이는 MBC의 <내일>이 처한 상황과 어울리는 면은 있다. 트렌디한 동양 판타지 드라마를 흉내 내지만, 극 초반에 보여준 모습은 평범한 휴머니즘 드라마에 판타지를 살짝 물들인 게 전부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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