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에피소드에 따라 몰입이 이토록 다르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어째서 두 번째 에피소드는 첫 번째와 달리 몰입이 잘 되지 않을까. MBC 금토드라마 <내일>이 가져온 두 번째 에피소드는 최준웅(로운)의 친구 남궁재수(류성록)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경찰 공시생 3년차로 1차 시험에서도 떨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할 정도로 좌절한 그를 절친인 최준웅이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자살 위기에 처한 인물이 최준웅의 절친이라는 사실은 이야기에 긴박감을 만들긴 했지만, 이 에피소드는 어딘가 공감대가 약했다. 물론 여러 차례 시험에서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우울감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례가 있을 수는 있지만, 드라마가 극화해 다루는 내용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

첫 번째 에피소드였던 학교폭력 소재는 워낙 충격적인데다, 그 때의 가해자를 현재 다시 보게 된 피해자의 심경이 충분히 납득될 정도로 그 사건들이 구체적이었다. 마치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양 웹툰을 그려 인기작가로 주목받는 가해자를 보고 당시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가 느낄 절망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픈 마음을 먹게 만든 분명한 대상으로서의 악(혹은 사회악)이 존재했다.

그런데 두 번째 에피소드는 남궁재수를 절망케 한 그 대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단지 시험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 그 절망의 이유로 제시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 그를 절망에 빠뜨린 구체적인 인물 같은 대상이 없다면, 그가 그렇게 좌절하게 된 사회의 불공적한 경쟁시스템 같은 문제라도 제시됐어야 했지만 그런 것 자체가 없었다.

대신 <내일>은 이러한 빈약한 근거를 신파 설정으로 채웠다. 치킨이 먹고 싶다는 남궁재수의 이야기에 과거를 떠올리며 구련(김희선)과 최준웅이 1999년으로 돌아가 그 치킨을 구하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생활고 때문에 보험금을 가족에게 남기기 위해 죽을 결심을 하는 재수 아버지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낸 것. 결국 남궁재수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한 건, 마지막 순간에 치킨을 사오겠다며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는 거였다.

<내일>은 자살 위험에 처한 이들을 구해내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판타지 설정이지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끄집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의 문제가 드리워져 있다. 드라마는 이런 사례들을 꺼내와 에피소드별로 구성해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어떤 에피소드인가에 따라 이야기의 몰입도가 달라진다.

중요한 건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부분에서, 그 이유가 보다 분명해야 하고 나아가 드라마의 소재로 쓰일 만큼 사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사회적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괜찮았던 건 거기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의제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어서다.

하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한 인물이 그런 절망에 빠져드는 과정에 있어서 사적인 이유는 제시되고 있지만 그것에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꼭 모든 소재들이 사회적 의미를 담아야 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자살 이야기를 하면서 사적인 차원에 머무는 건 공감대가 적을뿐더러 자칫 너무 쉽게 자살을 이야기하는 위험요소도 있을 수 있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주마등이나 저승세계 같은 판타지 설정을 활용해 발랄하게 접근하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접근을 한다고 해도 자살이라는 소재가 갖는 무거움은 분명 진지한 접근을 요구한다.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 충분한 이유가 납득되어야 하고, 그것이 사적인 차원을 넘어 보다 사회적 의미를 갖는 지점까지 담겨져야 보다 폭넓은 공감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부족한 공감대를 신파 설정으로 채우는 것으로는 호연을 펼치고 있는 김희선이나 로운으로도 쉽지 않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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