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고파’는 과연 그저 살빼기 아닌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가 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마다 살쪘던 이유들이 있을 거 아냐. 나는 가난이었어.” 김신영의 그 말은 의외였지만, 곧바로 공감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가난해서 오늘 먹지 않으면 내일 죽을 것 같았다는 것. 한 번에 폭식하는 ‘저장강박’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김신영에게 살은 ‘통한’이었다고 했다. 그는 10억을 주겠다는 다이어트업체의 제안을 거부하고, 모두가 안된다며 반대하고 못한다고 믿지 못했던 다이어트를 했고 그걸 13년째 지켜오고 있었다.

건강한 다이어트라는 소재를 들고 온 KBS 예능 <빼고파> 첫 회에 김신영이 지금껏 어디서도 들려주지 않았던 자신이 살을 빼게 된 이유는 가슴 아프면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다이어트라고 하면 여유 있는 이들의 영역처럼 여기지만, 실상은 여유가 많지 않아 건강식을 챙기지 못하고 아무거나 먹을 수 있을 때 폭식을 하게 되는 서민들의 영역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김신영이 한 말 중 이른바 개그우먼으로서 ‘뚱뚱한 캐릭터’가 없어진다며 다이어트를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는 우리네 사회에서 ‘몸’이 어떻게 산업적으로 소비되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여기 참여한 유정처럼 아이돌 걸그룹으로서 ‘마른 몸’이 요구되고, 김주연은 ‘다이어트 도전’ 콘셉트의 유튜브를 찍으며 일주일에 3~4kg을 억지로 빼야한다. 또 배윤정처럼 댄서이자 안무가는 이제 40대 중반이지만 춤을 추기 위해 살을 빼야 한다.

단순히 뚱뚱한 몸을 슬림하게 빼는 것만이 산업적으로 유리한 게 아니고, 김신영의 경우처럼 웃기기 위해 살을 찌우는 것이 유리한 사례도 있다. 또 일주일에 3~4kg씩 살을 빼지만 또 실패하고 다른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콘셉트의 콘텐츠를 만드는 김주연의 경우는 산업적으로만 보면 살을 뺐다 다시 찌웠다 하는 게 유리하고, 하재숙처럼 굳이 살을 빼고픈 마음이 없지만 살을 빼고 연기를 하자 연기가 아닌 살 뺀 이야기로만 도배되는 일도 벌어진다. 우리에게 몸은 그저 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비춰지는 것으로 찌우거나 빼는 것이 강요되는 몸이고 그건 그 사람의 직업과도 연결되어 있다.

<빼고파>는 물론 다이어트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이 산업적 틀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에 어떤 기대감이 생긴 건 김신영이 보여주는 진정성 때문이다. 그는 ‘목에서 쇠 맛 나는 운동’이나 ‘체중계’ 그리고 ‘맛없는 식단’이 없는 이른바 ‘3無 다이어트’를 이야기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다이어트 방식인 죽도록 운동하고 굶으며 매일 체중을 체크하는 그런 방식을 벗어나겠다는 말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빼고파>에 더더욱 기대되는 건 그저 누군가의 시선을 위해 혹은 어떤 목적을 위해 고통스럽게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자신의 건강한 몸을 스스로 사랑하는 그 과정을 담아주는 일이다. 김신영은 자신이 뚱뚱했을 때 그 몸 때문에 웃긴 걸까 아니면 개그우먼으로서 자신 때문에 웃긴 걸까 고민했다고 했다. 그가 바란 건 몸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서는 것이었다.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는 ‘행복한 다이어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 길이 단순히 살빼기가 아니라 각자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이길 바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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