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탁구나!’, 절정으로 향할수록 시청률 떨어지는 까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스포츠예능의 매력은 각본 없는 드라마의 짜릿한 긴장감에 있다. 적당한 설정과 캐스팅만 있다면 그 다음은 공에게 모든 운을 믿고 맡기면 된다. 그런데 이 승부에 모든 걸 거는 설계 자체가 좌절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왜 바쁜 현대인인 우리가 프로도 아니고 올림픽처럼 절실한 타이틀이 걸린 것도 아닌, 연예인들의 아마추어레벨 게임을 숨죽이며 봐야 하는가? 이 근원적인 질문은 스포츠예능에 있어 적당한 설정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다.

지금까지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예능은 종목에 대한 애호를 바탕으로 시작했다. 해당 스포츠의 매력을 소개하고, 때로는 다시 부흥하길 바라는 부활의 서사를 가졌다. 필연적으로 마니악한 접근인지라 팬데믹 시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음에도 골프 예능 붐은 곧 무덤이 됐다. 그런 반면 종목에 대한 애호보다 개인의 성취로 초점을 옮기면서 스포츠예능은 누려본 적 없는 전성시대를 맞았다. 해당 스포츠를 좋아하고 잘하는 것보다 마주하는 진정성이 중요했고, 시청자들은 성장의 서사 속에서 정서적 대리만족과 위로를 얻어갔다.

배드민턴의 <라켓보이즈>, 탁구의 <올탁구나> 등 지난해부터 tvN에서 연거푸 선보인 스포츠예능 또한 이런 분위기와 오답노트를 바탕으로 나왔다. 인지도를 따르는 캐스팅보다는 진심을 드러내는 인물 위주로 선발하고, 그 애정을 자양분 삼아 무럭무럭 성장하는 극복의 카타르시스를 담는데 주력한다. 즉, 스포츠예능이란 방송을 위한 스포츠고 경기지만, 출연자들이 두 손 모아 응원하는 승부의 간절함이 오롯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방송’이란 생각을 지우고 승부에 몰두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연출의 덕목이다.

그런 점에서 <올탁구나>를 비롯해 많은 스포츠예능이 스튜디오에 차려진 특설 무대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특훈이나 대결을 위해 때때로 장소를 옮겨 다니기도 하지만 게스트를 초대했을 때나, 마지막 승부가 펼쳐지는 꿈의 무대라고 표현하는 대결 장소는 누가 봐도 예능을 위한 공간이다. 기존의 탁구 동호인들에게조차 낯선 너무나도 방송 친화적인 공간이라, 쇼버라이어티와 진정성 있는 스포츠 사이의 균형이 무너진다. 이는 단지 미술 차원의 아쉬움이 아니다. 게임 중간 중간 복기하는 인터뷰에서 당시 현장 분위기나 스코어로만 기록되지 않는 승부의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이전에 몰입의 문을 작게 만든 설계상의 오류다.

<올탁구나>는 <우리동네 예체능>과 <신서유기>, <1박2일>의 세계관과 스포츠예능 붐에 단순하게 편승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외부적인 목표 이외에도 내부적으로는 엔트리에 들기 위함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승부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강호동과 은지원이라는 대표적인 예능 선수들이 앞선을 이루지만 탁구를 단순히 예능의 소재로 삼지 않을뿐더러,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김택수, 유남규, 현정화를 유승민, 서효원, 정영식 등이 대신하고 조달환 등 익히 잘 알려진 연예인 탁구 고수가 아닌 새 얼굴을 발탁했다. 새 얼굴들을 통해 탁구가 젊은 세대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점을 홍보하는 확고한 목적의식의 반영이다.

실제로 초기에 비해 은지원을 비롯해 대부분의 출연자들의 실력이 향상됐다. 양질의 해설을 통해 게임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탁구 지식을 전파해 첫 회부터 꾸준히 본 시청자라면 탁구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상승했다. 하지만 <올탁구나>는 강호동과 은지원이 왜 갑자기 탁구에 매진하는지, 왜 이들의 탁구를 봐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기존 스포츠예능의 한계를 피해가지 못했다. 붐업을 위해서 연예인 게스트를 활용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피치를 올려가는 성장 서사임에도 화제성과 시청률은 스토리가 절정으로 향할수록 떨어지는 것이 그 증거다.

이번 주 방송된 14회에선 생활체육인 팀 생강과 첫 단체 평가전에 나섰다. 의외의 선전을 벌이며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마지막 주자 강호동이 신승을 거뒀지만, 그 여운을 즐길 겨를도 없이 다른 날 다음 장소로 바로 넘어갔다. 승부의 결과는 있지만 그 결과를 시청자들과 나눌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과연 라이브도 아니고 타이틀이 걸린 토너먼트도 아닌데 스코어가 중요했을까? 지켜본 사람도 허무한 일이다. 스포츠예능은 종목의 신선함보다 왜 이들의 운동을 우리가 봐야하는지 설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올탁구나>는 바로 그 점에서 나름의 전략은 갖고 있었지만 시청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날리지 못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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