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같은 ‘닥터 스트레인지2’, 이 대혼돈의 허무함을 어쩌나
‘닥터 스테레인지2’,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의 가능성과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마치 만화경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이럴까.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2)>를 보다 보면 그런 기분이 들 수 있다. ‘대혼돈의 멀티버스’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영화는 여러 차원이 뒤엉켜 있는 말 그대로의 대혼돈의 세계를 보여준다.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멀티버스의 다른 차원들을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소녀 아메리칸 차베즈(소치틀 고메즈)가 균열이 야기할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이 영화의 세계관을 가장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괴물 가르간투스에게 쫓기면서 이들이 다차원의 우주를 이동하는 장면이다. 마치 거울이 깨져나가며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고 심지어 만화 속 차원으로까지 이동을 거치는 그 장면은 멀티버스가 어떤 형태의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러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를 살아가는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세계관.

하지만 이렇게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 다른 차원이 있다는 것은 가족을 잃고 그 상실감에 두 아들에게 집착하는 완다(엘리자베스 올슨)가 스칼렛 위치로 흑화하는 이유가 된다. 다른 차원에 여전히 살고 있는 아이들을 데려와서라도 평범한 가족의 삶을 욕망하면서 생겨난 광기는 한 세계를 파괴할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결국 영화는 이 모성애에 광기를 보이는 스칼렛 위치로 인해 멀티버스가 균열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벌어질 세계의 파괴를 막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단 비주얼적으로 보면 앞서도 말했듯 차원과 차원을 넘나드는 시각적 요소들이 마치 이리저리 돌릴 때마다 다른 신기한 광경들을 보여주는 만화경 같은 즐거움으로 채워져 있다. 공간을 훌쩍 뛰어넘고 마치 마법 같은 초능력을 쓰는 닥터 스트레인지도 놀랍지만, 여기에 새로운 시공간인 차원으로 넘어가면서 생겨나는 스펙터클은 충격적일 정도로 시선을 잡아끈다. 이 점은 최근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극장을 찾기 시작한 관객들이 왜 이 영화를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가 된다. 이건 TV로는 결코 체험하기 어려운 영상들이니 말이다.

게다가 B급 컬트 호러 무비의 대가 샘 레이미 감독은 이 비주얼에 B급 공포물의 색깔을 더해 유머러스한 액션 연출을 선보였다. 다양한 차원에서 또 다른 닥터 스트레인지가 등장하는데, 좀비화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 중에서도 압권이다. 마치 강신술을 쓰듯 다른 차원에서 이를 조종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결이라니.

스칼렛 위치는 마치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타노스 같은 파괴의 끝판을 보여준다. 이미 디즈니+로 <완다 비전>을 본 관객이라면 완다의 이 독특한 세계관이 만들어낼 파국을 좀 더 흥미롭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게다. 물론 그걸 막아내는 아메리칸 차베즈의 마지막 일격 역시 아이디어로 보나 작품의 의미로 보나 괜찮은 반전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파격적인 비주얼과 멀티버스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관 그리고 이를 영상으로 묶어낸 연출의 놀라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대혼돈의 끝에 느낄 수밖에 없는 허무함을 비껴가지 못한다. 완다를 지나치게 모성애에 미친 괴물로 그려낸 점이나 그토록 파괴적이던 괴물이 다소 신파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에 대해 관객들이 실망감을 토로하는 건 사실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만큼 그만한 한계도 있다는 걸 말해준다.

뭐든 가능하고 심지어 죽어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건 스토리적으로 보면 극적 긴장감이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죽어도 다른 세계에 또 다른 존재로 여전히 살아 있는데 무슨 긴장감이 생기겠나. 이러한 죽음이라는 극한의 상황까지도 멀티버스가 뒤집어버리면서 이야기는 다소 종교적인 차원으로 넘어간다. 결국엔 이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라고 마치 불교적인 뉘앙스로 말하는 듯한 엔딩 처리가 나온 건 그래서다.

만화경처럼 신기한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듯한 ‘체험’을 주지만, 그것이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작 부분에서 꾸었던 꿈같은 허무함으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엄청난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밖에 없다. 그 세계관 깊숙이 들어가 있어 작은 만화경 속 조각 같은 요소들조차 맥락을 찾아내는 관객들은 환호하지만, 처음 이 낯선 세계에 들어온 관객들에게는 정신없는 롤러코스터 끝에 허무함만 남는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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