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2’, 배우들이 경청하는 서민들의 이야기

[엔터미디어=정덕현] “공주에서 살다가 거의 야반도주하듯이 왔어요.” tvN 예능 <어쩌다 사장2>에서 저녁 식사를 하러 가족들과 함께 온 마트 정육점 사장님은 27년 전 공산면에 처음 왔던 때를 그렇게 회고했다.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대신 얘기했다가 혼자만 해고되어 내려온 공산면. 당시 수중에 있는 돈은 달랑 25만원이 전부였다고 했다. 얼마나 막막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만했다.

축협에서 사원을 뽑아 그 때부터 정육을 배우고 새벽 4시부터 도축장 가서 일하고 또 알바도 하면서 고생했던 사장님에 대해 아내는 안쓰러운 마음을 털어놨다. “고생은 뭐...”라고 말씀하시는 사장님이었지만, 아내분은 도축장에서 칼날에 다쳐 사장님의 펴지지 않는 손가락을 말하며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 분이 들려주는 이 마트에 식육점을 하게 된 사연 역시 듣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저희가 어떻게 마트 사장님을 만났냐 하면요. 학교 가려면 아침에 밥을 해줘야 하잖아요. 그 얘기하면 가슴이 아파. 밥을 해줘야 하는데 쌀이 얘들 밥 두 그릇 정도 그 정도만 하면 쌀이 없을 정도. 그 때 당시에는 면사무소에 그런 제도가 있었어요. 힘들게 사시는 분들 쌀도 갖다가 먹게끔 쌀통이 있었어요. 근데 그 앞에까지 갔는데 차마 그 쌀을 퍼올 수가 없는 거예요. 너무 내 자신한테 화도 나고 제 자신한테 창피하고 왜 이렇게밖에 못 살지? 이런 생각. 근데 그 시기에 마트 사장님을 만난 거예요. 엄청 힘들었죠, 엄청 힘들 때 식육점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선뜻 하고 싶다 말할 수 없었어요.”

식육점을 하려면 차도 기계도 필요하고,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진 것 없는 부부는 결국 친정에 손을 내밀었다. 친정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딸의 간절함을 외면하지 않았다. “엄마가 내가 가진 게 없으니... 줄 건 이거밖에 없구나 목걸이, 반지, 팔찌, 귀고리 이게 다 금이었어요. 아버지 오래된 금반지까지. 정 해보고 싶으면 엄마가 이거 줄 테니 한번 해봐라. 그걸 가지고 오면서 얼마나 얼마나 울면서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는지 두 번 다시는 두 번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 내 자식들한테도 두 번 다시는 이런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생각을 하고 왔죠.”

어느새 정육점 사장님네 가족 주변으로 차태현부터 조인성 또 이 날의 알바생으로 참여한 김혜수, 한효주, 박경혜까지 모여 숨죽인 채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힘겨웠을 당시의 심경을 공감하면서 경청했다. 마트를 대신 맡아서 운영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지만,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진짜는 마트 운영의 멘붕보다는 이렇게 마트를 찾는 분들의 이야기를 먼저 다가가 들어주는 것이었다는 것을.

“여기가 주먹뎅이만큼 뭔가 뭉쳐 있어.” 사장님은 그 때 아내가 친정에서 받았던 도움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함께 하자고 먼저 손 내밀어준 마트 사장님이 부족한 부분을 도와줬고 이웃들이 자신을 친딸처럼 생각하면서 김치도, 쌀도 갖다 주셨다고 했다. “아들끼리 친구예요. 마트 사장님 아들하고. 둘이 친구예요. 언니라고 불러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러더라구. 친구 엄만데 어 승혁이 엄마 이렇게 부르지 왜 언니라고 부르냐고. 언니예요! 너무 잘해주세요 진짜 친언니처럼!” 그 말에 진심이 묻어났다.

사장님은 어떻게 해서든 더 좋은 고기를 갖다 팔아야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식육점이 잘 되어야 하기도 했지만 그래야 마트도 장사가 잘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상생’이란 이렇게 누군가 먼저 내밀어준 손이 있어 마음이 먼저 움직일 때 가능한 일이라는 걸 식육점 사장님과 마트 사장님 사이의 이야기가 보여주고 있었다. “주위 분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여기서 버티고 살았을까. 27년이란 세월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너무나 대견한 건 <어쩌다 사장2>에서 종종 급하게 마트 식육점으로 달려와 고기를 손질해 가곤 했던 식육점 사장님의 아들이다. 척 봐도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이나 거의 뛰다시피 일을 하는 모습이 알고 보니 부모 덕분이었다. “무지하게 애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부모 잘못 만나가지고...”라고 사장님이 말하자 아내도 “인정!”이라고 말했지만, 아마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그 모습 자체가 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김혜수는 사장님 아내 분을 안아주며 “너무 감사해요. 진짜로 너무 대단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 분은 갑자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한참을 그렇게 김혜수의 품에 안겨 울던 아내 분은 이렇게 말했다. “감사해요. 알아주신 거 같아서. 그 동안의 생각이 너무 나네요. 필름처럼.”

그랬다. <어쩌다 사장2>가 시청자들에게 전한 따뜻한 정서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트를 찾은 분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래서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잘 들여다보면 보이는 위대한 서민들의 삶을 끌어 안아주는 것. 공산면에 사는 아이들의 이름을 다 기억해내는 차태현이나 찾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아주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조인성이 만들어낸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그것이다.

연예인들이 나와 자신들의 삶을 홍보하고 상찬하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게 방송가의 여전한 현실이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그보다는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바로 우리 이웃들의 위대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이러한 시청자들의 바람을 찬찬히 들어주는 <어쩌다 사장2>의 가치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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