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친구들과 함께 한 이효리가 보여준 ‘서울체크인’의 진가

[엔터미디어=정덕현] “아 난 이 시간이 제일 좋더라. 싹 씻고 하루 일과 다 끝나고 맥주 딱 깔 때. 그 때 보통은 아홉 시다.”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에서 제주 친구들과 함께 서울나들이를 하고 석촌호수와 롯데타워가 보이는 호텔에서 함께 맥주를 마실 때 이효리는 그렇게 말한다. 그러자 제주 친구 영진이 제주에서는 그 시간이 아홉 시라는 이효리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친다. 그러면서 “아홉신데 칠흑 같아”라고 덧붙인다.

자연이 살아있는 제주의 삶을 이효리와 영진의 이 대화에서 실감할 수 있다. 9시만 되도 불빛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깜깜하고, 그래서 고개를 들면 저 하늘 위에 별빛들이 총총한 제주의 밤. 그런데 이 이효리와 더불어 제주 친구들은 서울의 이 밤이 더 흥분되는 모양이다. 영진은 “지금 열두 시!”라며 “열두 신데 불야성이야”라고 말한다. 실로 창밖으로 펼쳐지는 도시는 불빛으로 환하다. 도시에 사는 이들이 제주의 그 깜깜한 9시를 꿈꾼다면, 이 제주 친구들은 도시의 불야성인 12시를 꿈꾼다.

<서울체크인>이 갑자기 제주에서 이효리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서울나들이를 온 건 이런 이유다. 우리에게는 서울이라는 공간이 무에 그리 새로울까 싶지만, 이효리가 예전 <무한도전> 시절부터 <놀면 뭐하니?>까지 “나도 서울 가고 싶어”라고 외치곤 했던 그 마음이 이 서울나들이 속에서 제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효리가 하던 그 말이 그저 재밌으라고 한 농담이 아니고 진심이라는 걸 보여준 건 제주 동네친구들이 함께 해서다. 요가와 유기견 봉사로 맺어져 더할 나위 없이 끈끈한 우정을 보이는 이들은, 모두를 넉넉히 안아줄 것 같은 맏언니 인숙과 이효리의 요가 수제자이자 현 요가 선생님으로 말 한 마디 한 마디 예사롭지 않은 엉뚱함으로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는 영진, 역시 이효리의 요가 수제자로 조용한 성격에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다라, ‘쥬라리’라는 별명을 가진 리액션 많은 막내 혜경이다.

김포공항에서 관제소처럼 보이는 탑을 보고 뜬금없이 “남산인가?”라고 묻고, 떨린다는 말에 이효리가 “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스타체험이에요?”라고 묻는 영진의 엉뚱함이 먼저 기분 좋은 웃음을 주고, “북촌이랑 서촌이랑 다른 거야?”라고 묻는 영진에게 “그걸 지금 나한테 물어봐요?”라고 답하며 웃는 혜경의 모습이 이 서울 나들이의 특별함을 먼저 전한다.

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니 이효리만 혼자 서울에 왔을 때와는 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긴다. 뭐가 그리 예쁘고 놀라울까 싶었던 서울의 여러 광경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 요가 화보 촬영을 하고, 네일 아트를 하며 역시 서울은 다르다고 감탄하는 제주 친구들. 여기에 이효리는 말 그대로 플렉스한 서울 체험을 제대로 하게 해준다. 한강변에서 요트를 타고 도시를 둘러보고 해물찜에 술을 마시며 까르르 하는 이들은 마치 서울로 수학여행 온 학생들 같은 설렘을 전한다. 그 술 마시는 장면은 마치 ‘술꾼 제주 여자들’ 같은 기분 좋은 수다들로 채워진다.

호텔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좁은 욕조에 다 함께 들어가 몸을 녹이고, 방의 불을 다 끄고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롯데타워의 야경을 보는 광경은 그래서 <서울체크인>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상징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과거 이효리가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게스트로 맞이해 자연 가득한 제주에서의 특별한 경험들을 전해줬던 게 <효리네 민박>이었다면 <서울체크인>은 그 정반대로 도시가 가진 설렘과 즐거움을 제주 친구들의 시선으로 전해준다.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요가로 몸을 풀은 후 룸서비스로 조식을 먹는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일하느라 해본 적도 없는 쇼핑을 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브런치를 한다. 이들은 이 1박2일이 “꿈만 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효리는 말한다. “이 호강을 원동력 삼아가지고 한 6개월 빡세게 봉사하고 요가하고 그리고 원동력 떨어질 것 같을 때 다시 오자.”

우리가 살다 지쳐 도망치듯 제주로 떠나 며칠 푹 쉬면서 그걸 원동력 삼아 다시 도시로 돌아와 빡센 일상을 버텨내듯, 이들은 거꾸로 도시에서의 꿈같은 하루를 원동력 삼아 다시 제주에서의 일상을 버텨낼 것이다. 이효리가 제주 친구들과 함께 한 서울에서의 하루는 그래서 <서울체크인>이 도시의 삶을 어떤 감성으로 담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제주 친구들이 함께 하자 달리 보이는 서울. 항상 익숙하다는 것 때문에 이 곳을 벗어나 저 곳으로 가고파 하는 마음. 그래서 이 곳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런 걸 <서울체크인>은 말해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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