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인생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역대급 엔딩을 기대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엔딩의 초입 단계에 접어들었다. 12회를 마치고 4회를 남긴 현재 주인공인 염씨 삼남매중 염미정(김지원)은 연인으로 깊어지던 구자경(손석구)이 떠나가고 기정(이엘)과 창희(이민기)는 각자의 사랑을 시작했다. 이에 맞춰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도 초반 갇혀있던 2~3%대를 벗어나 4% 이상으로 올라서는 상승세로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는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꼽히는 <나의 아저씨>를 집필한 박해영 작의 복귀작으로 캐릭터나 설정, 전개 등 작품 전반에서 타 드라마와는 구분되는 신선함과 완성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7%대가 최고 시청률이었던 <나의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시청률 고저와 무관하게 오래 기억될 작품으로 남을 분위기다.

<나의 해방일지>는 치달리는 막장 드라마의 시대에, 차분하고 낮은 호흡의 템포로도 시청 시간을 순삭해 버리는 마법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구자경을 향한 염미정의 ‘나를 추앙하라’는 낯선 화두로 시작된 드라마는 박해영 작가의 전작인 <나의 아저씨>와 많이 닮아있으면서도 또 각각의 세상이 있는 자매 같은 작품으로 느껴진다.

<나의 해방일지>는 남매들 각각 조금씩 다른 형태로 변주하지만 ‘자존을 통한 행복 찾기’가 가장 두드러진 뼈대로 보인다. 그리고 가장 핵심인 염미정은 침범당하는 사람들의 자존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해 안 끼치고 내 시간을 성실히 살고 남들도 나를 존중해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함부로 대하고 불쑥불쑥 해 끼치는 수많은 이들과 부딪혀야 하는 삶에서 고통과 혼란을 극복하는 해결책이 ‘추앙’이고 극복된 상태가 ‘해방’이다.

남들에게 당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자신이 나서서 혼내주고 싶어하는 구자경에게 염미정은 추앙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하고 끝장 보는 거 못하는 사람한테 죽기로 덤비라고 하지 말아달라.’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달라.’ ‘이런 등신 같은 나를 추앙해서 자신감 만땅 충전돼서 그 놈한테 야무지게 할 말 다 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

염미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따르던 손석구의 추앙이 점차 이어지면서 김지원은 ‘내 얘기를 누가 들을까 이전에는 안 했지만 (추앙의 과정을 통해) 하게 되자 내가 사랑스럽다는,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는 변화가 생긴다.

추앙은 자존을 세우는 방법이다. 자존은 홀로 단련하고 의지를 다져 도달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채워나가면서 갖추게 되는 것이라 작가는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추앙, 자존의 과정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적인 순작용의 기적을 일으킨다. 침묵과 술로 무력하고 자폐의 시간을 보내던 손석구도 추앙의 교류 속에 활기와 온기가 도는 삶으로 돌아온다.

<나의 해방일지>와 <나의 아저씨>는 모두 ’나‘에 대한 이야기이고, 행복 찾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이선균)도 염미정처럼 침범당하는 삶에서 행복하기 위해 애쓰고 이 역시 홀로가 아니라 이지안(이지은)과의 관계 속에서 가능해진다. 미정의 자존 찾기 과정을 함께 하는 구자경도 살아나듯이 박동훈의 행복 찾기에 동행하는 이지안도 평안에 이르게 된다.

박해영 작가의 세계에서는 다른 이들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삶이지만, 극복과 행복하게 되는 것도 결국은 누군가와 함께여야 한다. 그래서 <나의 해방일지>와 <나의 아저씨>의 사랑도 좀 다르다. 서로의 감정이 깊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일반적인 사랑에 비해 구원의 성격이 강해 사랑이라는 단어로 담기에는 좀 더 크고 넓은 개념으로 다가온다.

11회에 이르러서야 키스를 하기는 하지만 염미정과 구자경의 관계도 일반적인 연애의 모습과는 꽤 상이하고 박동훈과 이지안은 사랑이라 하기 더 애매한 관계였다. 이 밖에도 <나의 해방일지>와 <나의 아저씨>에는 결핍이 있는 동네라는 배경, 이웃과 살갑게 섞이는 삶의 에피소드, 의외의 개그 코드 등 닮은 점이 꽤 많다.

반면 <나의 해방일지>는 여름을 중심으로 밝은 세계에서 행복을 위해 자신을 채워나가는 스토리(염미정)라면 <나의 아저씨>는 겨울을 주배경으로 어두움 속에서 자신을 비워나가는 이야기(이지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자는 일상의 소소함으로 촉촉하게 젖어 들고 후자는 느와르에 기반해 음모와 사건들로 불처럼 집어삼킬 듯 덤벼오는 그런 감성의 차이가 있기도 했다.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 사상 손꼽히는 역대급 엔딩을 보여줬다. 자매 같은 <나의 해방일지>도 엔딩을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시작했다. <나의 해방일지>는 <나의 아저씨>에 비해 극적인 전개가 덜한 편이라 엔딩에 힘을 싣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나의 아저씨>보다 목소리를 낮추고 힘을 빼면서도 더 넓고 완숙해진 드라마 세상을 보여주는 <나의 해방일지>라면 엔딩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어진다. <나의 아저씨>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역대급 엔딩을 만날 수 있을지 남은 회차를 따라가 보자.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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