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분량 채우려는 나PD, 그래도 윤여정이 중심이어야(‘뜻밖의 여정’)

[엔터미디어=정덕현] “선생님 예상외로 지인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희 이렇게 출연자가 많아질 줄 몰랐어요! 이 프로그램이 어디로 가는지 저도 이제 잘 모르겠어요.” 차를 타고 LA에서 후식으로 먹을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가는 길에 나영석 PD가 옆자리에 앉은 윤여정에게 한탄하듯 그렇게 말한다. 그러자 운전을 하던 이서진이 한 마디를 덧붙인다. “내가 제일 애매하지 않아?”

빵 터지는 이 장면은 tvN <뜻밖의 여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이 잘 묻어난다. 과거 <1박2일> 시절에도 그랬지만 무언가를 완전히 정해놓고 여정을 떠나는 게 아니라 여행지에 가서 벌어지는 뜻밖의 상황들에서 재미 포인트를 잡아내는 방식. LA에 아카데미 시상자로 오게 된 윤여정을 따라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나영석 PD의 기획은 제목에 담겨 있듯 바로 그런 ‘뜻밖의 일들’에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로 윤여정은 그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거나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 또 나아가 그를 찾아온 지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첫 미국 토크쇼 출연인 ‘켈리 클라슨쇼’에 출연하러 가는 과정이나,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환대하는 제작진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또 약 15분 간 캘리 클락슨과 기분 좋은 토크를 나누는 광경은 그 뒷얘기를 보는 것 자체가 새롭다.

하지만 그런 공식 일정보다 재미있는 건 윤여정의 반세기 찐친인 꽃분홍이나 역시 찐친으로 애니메이션 타이밍 디렉터로서 에미상 수상까지 한 저명한 김정자씨의 면면이나, 그들이 전하는 윤여정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그들 역시 미국이라는 낯선 타향에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을 성 싶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윤여정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을 때 울었다는 이야기는 윤여정이 살아온 삶이 떠올라서만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그들의 삶 또한 윤여정이 받은 상에 투영되어 있는 느낌을 줘서다.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목표가 없어지잖아요. 근데 여정 언니가 보여줬죠.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가 결코 늙지 않았다는 걸요.” 김정자씨가 인터뷰에서 빽빽이 적어와 굳이 읽어준 내용이 그걸 말해준다.

하지만 윤여정과 그 지인들의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이 충분하고, 또 ‘뜻밖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는 날 것의 재미를 추구한다고 해도 제작진으로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도 아니고 미국 LA까지 가서 찍은 예능이니 더더욱 그럴 게다. 그래서 이서진이 ‘매니저 역할’로 참여하는 건 ‘마침’ 시간이 비어서라기보다는 일종의 ‘보험(?)’ 성격이 짙다. 나영석 PD와 <꽃보다> 시리즈부터 <삼시세끼>, <윤식당>, <이서진의 뉴욕뉴욕>, <윤스테이> 등등 PD와 출연자로서 오래도록 티키타카를 맞춰온 인물이니 예능적인 재미를 더하는 섭외에 이만한 인물이 없다.

그래서 첫 회에 윤여정의 이야기와 더불어 어쩌다 매니저가 된 이서진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진짜 매니저가 등장해 하루 만에 잘리게 됐다는 다소 어설픈 매니저 캐릭터로 시작한 이서진의 이야기는, 2회에서는 보조 매니저 나영석 PD와 보조 보조 매니저 이대주 작가까지 더해지며 일 핑계로 와서 ‘원님 덕에 나팔 부는’ 광경으로 예능적인 웃음을 만들려 한다. 사실은 자신들이 먹고 싶어 찾아간 한인타운 한식당이지만, 마치 윤여정에게 음식을 챙겨주기 위한 것처럼 변명을 댄다.

나아가 나영석 PD는 아예 ‘이서진의 라라랜드’라고 코너 속의 코너를 한다며 바비큐 레스토랑을 찾아 먹방을 빙자해 포식하는 모습을 담는다. 그건 이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뜻밖의 여정’으로 해외 출장 같은 걸 가게 됐을 때 일을 빙자해 슬쩍 슬쩍 여행을 하기도 했던 직장인들의 ‘작은 일탈’이 주는 즐거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 나영석 PD가 직접 등장하는 방송분량이 너무 많아지는 건, 윤여정의 여정을 오롯이 따라가는 걸 보고 싶었던 시청자들에게는 엇나간 느낌을 줄 수 있다. ‘뜻밖의 여정’이지만 윤여정이 맞닥뜨리는 뜻밖의 여정을 보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 분량, 해외 촬영 같은 압박이 있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의 본질인 윤여정에 좀 더 집중하기보다 연출자인 나영석 PD의 분량이 너무 많아지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이서진이 농담처럼 던진 말에 담긴 뉘앙스처럼 “애매한” 방송이 될 수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