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 판타지에는 피해자들이 더 고통 받는 현실이 담겼다

[엔터미디어=정덕현] “깨달았어요. 내가 구할 마지막 사람은 바로 나구나. 자신을 구할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 뿐이라는 걸요.” 구련(김희선)은 옥황(김해숙)이 자신을 주마등 위기관리팀에 넣은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며 그렇게 말했다. 옥황은 위기관리팀 자체가 그걸 깨닫게 하기 위한 팀이라는 걸 말해줬다. 그리고 이건 MBC 금토드라마 <내일>이 궁극적으로 던진 메시지였다.

구련이 이끄는 위기관리팀은 참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물론이고 공시생, 외모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식이 장애를 앓게 된 환자, 성폭행 피해자 가족 등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구해내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겪었던 문제들 또한 조금씩 풀어냈다. 구련은 전생에 청나라에 끌려갔다 탈출해 돌아왔지만 환향녀라며 돌팔매질을 당하다 결국 스스로 자결했던 인물이었다.

그 인연이 다시 저승에서 이어져 당시 남편이었던 중길(이수혁)을 주마등에서 다시 만났다. 전생의 기억이 없는 중길은 구련과 대립하곤 했지만, 결국 준웅(로운)이 그들 사이의 인연을 이야기해줘 전생의 관계를 알게 됐다. 중길은 지옥에 끌려갈 위기에 처한 구련을 도왔고, 구련은 전생에 돌팔매질을 당할 때 자신을 보호해줬던 류초희(김시은)가 악플에 시달리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내일>은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가 아니라 죽을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하는 저승사자라는 색다른 콘셉트의 판타지를 가진 드라마였다. 그런데 저승과 이승 그리고 전생과 현생 나아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판타지가 궁극적으로 담으려 한 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우리네 현실의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 사례가 등장했지만 <내일>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건, 피해자들이 더 고통 받는 현실이다. 첫 에피소드였던 학교폭력 피해자의 사례가 그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례도 그랬다. 나아가 구련의 에피소드였던 환향녀 이야기도 결국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는 사례였고, 마지막에 구련이 구해낸 류초희의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2차 피해의 사례들은 물론이고 역사적 사건 속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고통받는 사례들까지 꺼내온 건 이런 현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왔다는 걸 말해준다. 이러한 묵직한 현실 문제들을 <내일>은 특유의 판타지와 액션, 휴먼스토리로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물론 소재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소개되는 피해사례는 다소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시청률이 2%대까지 떨어진 건 그래서 아쉬운 일이지만, 작품은 충분히 재미와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저승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고 저승사자들의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판타지로 그려낸 건 괜찮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건 작품 전체를 이끌고 간 구련 역할의 김희선의 하드캐리다. 판타지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보여준 건 물론이고, 피해자들을 구해내기 위해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과 가슴 아픈 전생의 사연을 담은 감정표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구해가는 자신의 성장서사를 그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로 소화했다.

결코 웃지 않을 것 같았던 데드 마스크의 그가 마지막에 와서 미소를 짓기 시작하며 표정이 살아나는 그 변화가 사실상 이 작품이 하려는 메시지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작품 속 구련이 스스로를 구해냈듯이 이 역할을 연기한 김희선 역시 배우로서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과정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내일>을 통해 그는 내일이 더더욱 기대되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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