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진부한 결말을 기도하게 만드는 노희경의 힘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20부작 여정의 막을 내렸다. 작품성에 있어 한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노희경 작가의 4년 만의 복귀작이자 이병헌, 차승원, 엄정화, 한지민, 신민아, 김우빈 등 원톱 주인공급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김혜자, 고두심, 이정은 등 연기에서 신계로 평가받는 배우들까지 합세해 화제가 됐던 작품답게 두 달여간 높은 관심 속에 방영되다 옥동(김혜자)과 동석(이병헌)의 강렬한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최고 시청률 10%(이하 닐슨코리아)를 넘기면서, TV 시청률 자체가 급락한 시대 보정을 한다면 노희경 작가 작품 중 30%를 넘겼던 <꽃보다 아름다워> 이후 가장 대중적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굿바이 솔로>나 <디어 마이 프렌즈> 등 노 작가는 시청률에서 인상적인 수치를 기록하지 못해도 드라마사에 이름을 새길 걸작들을 많이 선보였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일상사에 집중했다. 작가는 가족, 친지, 친구간 관계의 문제를 캐릭터들의 충돌로 완성도 높게 그려내고 이를 연기 초고수들의 앙상블로 화면에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최근 전작으로 노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디어 마이 프렌즈>가 걸작으로 평가받고, 지구대 경찰들 이야기인 <라이브>가 많은 이슈를 낳았지만 둘 다 높지는 않은 시청률을 남긴 점을 감안하면 노희경 작가가 이번에는 더 많은 드라마 팬들과 만나기 위해 접근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작품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도 해보게 된다.

노희경 작가는 <우리들의 불루스>에서 삶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갈등과 불행의 근원을 우리를 둘러싼 관계의 문제로 보고 있는 듯하다. 관계의 개선을 위해 부대끼고 노력한 결과로 행복에 다가가는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들은 다수가 공감하기 좋은 접근법이었고 이는 마니아적 성향이 강한 편으로 주로 평가되던 노 작가 전작들과 달리 높은 시청률로 연결됐다.

시청자들은 각각의 에피소드 2, 3회 분량에만 주인공으로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다른 에피소드에 잠깐이라도 모습만 보이면 반가워했다. 작품 배경인 제주 푸릉 마을에 가면 이들이 모두 실존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시청자들도 많다.

이런 몰입은 <우리들의 블루스>가 다수에게 익숙한 고전적 가치들을 다뤄서 더 용이했다. 주인공들은 유혹에 흔들려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돌아가고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낳아 잘 기르기 위해 희생한다. 장애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주와 시녀 사이일 수도 있지만 세월의 무게가 담긴 우정은 지켜내고, 갈등이 깊어도 부모와의 천륜을 회복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은 대중들이 <우리들의 블루스>를 함께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표시한 일부도 있었다. 고전적 가치들이 회복되는 각 에피소드의 전개와 마무리 과정은 기존의 다른 많은 드라마에서도 진부하게 다뤄지는 클리셰이고 혁신적인 테마와 작법으로 드라마업계를 선도해왔던 노희경 작가의 전작에 비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작품 속 대부분 남자들이 사랑에 있어 여성들의 수호자처럼 나오는 부분도 남녀관계에 대한 구시대적 관점이라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 역시 존중받아야 할 시청자 반응들이지만 노희경 작가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스토리는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라인을 택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되, 그 속에서도 본인만의 혁신성은 잊지 않고 새겨 넣은 것으로 여겨진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제주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도전을 했다. 이해에 불편함을 느낀 시청평도 있기는 했지만 비주류인 제주어는 주류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더욱 명징하게 만드는 효과를 남겼다.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실제 발달 장애인인 배우 겸 화가 정은혜를 출연시켜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해 전달력을 높인 것도 새롭다.

캐릭터도 구축에서도 색다름을 찾을 수 있다. 옥동이 자식인 동석과 멀어지게 된 첩살이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은 그런 불합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배경이 밝혀질 것이라 기대했다. 캐릭터의 갈등이 해소되는 방식 중 하나인데 다른 드라마에서 수없이 사용돼 익숙해진 극작법이지만 <우리들의 블루스>에 그런 것은 없었다. 옥동은 그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고 고집이 세서 그 결과로 고통받는 동석과 화해할 수 없었을 뿐이다.

드라마 밖 실제 우리 주변 삶에서 흔한 일이다. 크고 작은 잘못된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을 살고 고집으로 화를 키운다. 현명한 듯 구는 사람들조차도 한 꺼풀 들여다보면 이런 경우가 흔하다.

결국 <우리들의 블루스>가 보여준 남다름은 제주어든 정은혜 배우든 옥동의 캐릭터든 가장 현실적이라 이미 익숙했어야 하는데 다른 드라마에서는 다루질 않아 낯선 것들이다. 노희경 작가는 초창기부터 우리 곁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말하기를 주저했던 현실들을 내보여 왔다.

<우리들의 블루스> 시청자들은 진부한 결말을 간절히 기도했다. 춘희(고두심)의 혼수상태 아들 만수(김정환)가 기적처럼 깨어나는 것은 클리셰의 끝판왕 같은 것이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기구한 춘희의 사연에 몰입돼 간절히 비는 기도 글이 줄을 이었다.

본방도 아니고 예고편에 눈물이 터지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동석과 옥동의 사별이 예상되는 최종화 예고편에서 그랬다. 최루성 드라마들의 눈물 유도에 냉소적인 분위기이던 많은 커뮤니티들 분위기가 그러했다. 노희경 작가만의 ‘현실’을 담은 캐릭터와, 연기신들의 퍼포먼스 합주가 빚은 이채로운 풍경들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블루스>는 대중적이지만 진부하지 않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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