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를 누워있던 이준, 깨어나자 시청률 급등한 이유(‘붉은 단심’)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왕은 어째서 볼 때마다 울고 있을까. KBS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의 이태(이준)는 눈물이 많다. 눈물을 흘릴 때도 많지만,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때도 적지 않다. 왕의 눈물은 사극에서는 그리 흔한 건 아니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왕이 주로 카리스마 넘치는 권력을 휘두르는 장면들을 많이 봐와서일 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극에서 왕이 우는 일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게 됐다. 그만큼 왕 또한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경향 또한 생겨서다.

하지만 이렇게 우는 왕이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태에 대한 시청자 반응도 그래서 호불호가 갈린다. 너무 심약하게 보이고, 무언가 주체적으로 강력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감정적인 토로만 하는 듯한 인물로 느껴져서다. 하지만 우는 왕과 대비되는 건 폭주하는 대비 최가연(박지연)이다. 그는 이태가 독으로 쓰러진 이후 수렴청정을 나서 폭주한다. 이에 맞서 내궁 유정(강한나)이 회임을 했다는 사실을 들고 조정에 나타나고, 이로써 대비의 수렴청정을 대신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명분도 필요 없다며 대신들을 역적으로 몰아 죽여 버린다.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졌던 이태의 반전은 그러나 그가 의식을 찾고 깨어나면서 일어난다. 최가연을 부추겨 조정의 권력을 장악하게 하는 요승 혜강(오승훈)이 등장하고, 그가 알고 보니 이태의 최측근인 승전내관 정의균(하도권)이 키운 의붓아들이라는 게 밝혀진다. 그래서 이 상황은 마치 야욕을 숨겨온 정의균이 이 모든 일을 꾸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의식을 찾고 깨어난 이태가 사실 이 모든 일을 계획한 자라는 게 드러난다.

어려서부터 언제 독살 당할 지도 모를 세자에게 조금씩 독을 차에 타서 마시게 했던 대비 때문에 이태는 애초부터 독을 이겨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태는 정의균은 물론이고 혜강도 알고 있었고, 그들에게 대비를 부추기는 일까지 명했던 것. 이 사실을 꿰뚫은 건 좌상 박계원(장혁) 뿐이었다. 박계원은 이태의 이런 권력을 잡기 위한 행동이 얼마나 조정을 위기에 몰아넣는가를 말하며 환궁해 모든 걸 되돌려 놓으라고 요청한다.

실제로 이태의 이런 계획은 피바람을 몰고 온다. 유정이 친동생처럼 대했던 똥금(윤서아)이 끝내 유정을 지키다 고문 끝에 죽고, 끝까지 몰린 대비는 대신들의 피로 궁을 물들인다. 그리고 그런 대비의 폭주를 막기 위해 박계원도 뛰어들고 대비의 목에 칼날을 댄다. 지금껏 그저 감정적 토로에만 머물러 있는 듯한 이태의 ‘정중동’이다.

그런데 이태의 이런 반전은 이미 대신들을 하나의 바둑판처럼 내려다보면서 그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다. 그는 직접 싸우기보다는 머리를 쓰고, 바둑을 두는 것처럼 성동격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인물이다. 우는 얼굴 뒤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었던 것.

한 회 동안 누워 있는 모습만 보이던 이태가 의식을 찾고 깨어나 그 계획을 드러내면서 <붉은 단심>은 극성도 높아졌다. 감정의 차원에 머물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피바람이 불었다. 그 흐름을 그대로 받아 시청률도 단 2회 만에 2%p 가량 상승한 8%(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았다. 이태의 반전이 조정 내 권력 기반을 잡는데 효과를 낸 것처럼, 드라마도 이 반전스토리로 효과를 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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