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의 연인’, 서현과 나인우는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손에 닿기만 하면 그 사람의 미래를 보는 능력. 슬비(서현)가 가진 이 능력은 자신에겐 저주가 된다. 그런 능력을 가진 슬비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물건처럼 대하며 그 능력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만 쓰려는 금화그룹 회장 삼중(전광렬) 같은 인물 때문이다. 삼중은 일찍이 이런 능력을 가진 슬비의 엄마 미수(윤지혜)를 통해 미래를 읽어냄으로써 금화그룹의 신화를 세웠다. 하지만 삼중은 이들을 자신만을 위해 쓰기 위해 비밀공간에 가둬둔다.

KBS 수목드라마 <징크스의 연인>의 세계는 그 많은 동화에 등장하는 ‘성에 갇힌 공주’를 떠올리게 한다. 마녀에 의해 높은 탑에 갇혀 지내게 된 라푼젤이나, 바다에 살던 공주가 왕자를 보고 육지로 나오기 위해 마법에 걸린 인어공주가 떠오른다. 물론 시공간이 현재의 한국인 <징크스의 연인>은 이 이야기를 새로운 버전으로 재해석한다.

슬비가 갇힌 곳은 성이 아니라 자본의 축적으로 세워진 호텔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 공간이고, 그곳을 빠져나온 그가 만나는 건 왕자가 아니라 어머니를 잃고 자신마저 죽을 위기를 넘긴 후 이름까지 바꿔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남자 수광(나인우)이다. 두 사람은 모두 저주에 걸렸다.

수광의 삶이 뒤틀어진 건 슬비와 만나게 되면서다. 슬비와 접촉한 사실을 안 삼중이 사고로 위장해 어머니를 죽게 했고 자신마저 죽이려 했다. 한 어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난 수광은 그 어부의 아들 이름(고명성)으로 다시 살아가지만 그가 생선가게를 열고 있는 시장통에서 그는 저주받은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슬비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 저주가 됐고, 수광은 그런 슬비와 엮이면서 삶이 꼬였다. 그런데 어찌 보면 누군가의 위험을 사전에 막아줄 수도 있는 슬비의 이런 능력이 ‘저주’가 되게 하고 수광 역시 거기 엮이게 된 건 삼중의 욕심 때문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모든 걸 제 손 안에만 두려는 욕심. 그것이 이들 청춘들의 비틀어진 운명을 만들었다.

슬비와 수광이 원하는 건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일 뿐이지만 삼중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징크스의 연인>이 하려는 이야기는 이들로 대변되는 청춘들의 운명에 대한 것이다. 노력해도 잘 되는 일 하나 없고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그 삶이 대물림되는 그런 현실 속에서, 운명을 비관하기 보다는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것들을 직시하고 스스로의 운명은 스스로가 개척해가는 걸 꿈꾸는 이야기.

슬비와 수광의 동화 같은 판타지가 더해진 로맨스가 이 드라마의 장르지만, 이 장르적 틀을 통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자본화된 현실의 욕망에 대한 것이다. 동화 속에 등장하던 저주에 빠진 인물들에게 그런 삶을 살라 주문을 외운 건 다름 아닌 자본이라 불리는 현재의 마녀라는 것. 그래서 이들이 속물적인 욕망이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함께 있어 서로에게 운명을 이겨내는 힘이 되어주는 그런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더할 나위 없이 자신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입은 서현과 <달이 뜨는 강>에서부터 어딘지 우직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나인우의 연기 합 또한 기대되는 대목이다. 마치 찾고 찾았던 자신의 옷을 드디어 찾아 입는 그런 마법이 드라마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펼쳐지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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