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 복합 캐릭터 이재욱·정소민의 심상찮은 복합 케미

[엔터미디어=정덕현] “대호국의 사계공자도 취선루의 단골이시거든? 우리 대호성엔 네 가지 계절의 아름다운 이들이 있는데 그들을 천하사계라고 하지. 봄의 생기를 닮은 진씨 집안의 영애 진초연. 여름의 활기가 넘치는 박씨 집안의 후계자 박당구. 황금빛 가을처럼 고결한 서씨 집안의 천재 서율. 그리고 겨울 눈처럼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장씨 집안의 장욱이 있지. 진씨, 박씨, 서씨, 장씨 이 네 집안이 대호국에서 가장 큰 술사 집안이야. 그 자제들이 천하사계이고.”

마치 판타지 로맨스 무협의 설정을 가진 아이돌 그룹 소개 같다. 그룹명은 ‘천하사계’. 그 멤버들은 진초연(아린), 박당구(유인수), 서율(황민현) 그리고 장욱(이재욱)이며 여기서 리더는 당연 장욱. tvN 토일드라마 <환혼>이 취선루 주인 주월(박소진)의 목소리를 빌어 소개한 이른바 ‘천하사계’의 캐릭터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속에서 저마다 가진 능력들 이를테면 칼을 쓰거나 활을 쓰는 등의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지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 출중한 무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겨울로 표현된 장욱은 꽁꽁 얼어붙은 그 계절에 걸맞게 이렇다 할 무술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상처가 있다. 술법이 배우고 싶어 박진(유준상)이 이끄는 송림의 최대 교육기관 정진각에 들어가려 했지만 아버지 장강(주상욱)이 남긴 뜻에 의해 거절당한다. 기문이 막혀 있어 술법을 배울 수 없지만 그 어떤 스승도 장강의 뜻을 거스르고 그의 기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라고 박진은 말한다. 장욱은 그렇게 세상의 스승들을 찾아가지만 그 누구도 박진의 말대로 그를 받아주지 않는다.

장욱은 그 태생 자체가 비극이다. 환혼술(혼을 바꾸는 술법)을 연마한 장강에게 몸이 쇠해 후사가 없는 걸 아쉬워하던 왕(박병은)이 자신과 장강의 몸을 7일만 바꿔 달라 요청하고 그렇게 환혼술을 쓴 왕이 장강의 몸을 빌어 그의 아내인 도화와 동침해 장욱이 태어난 것. 세상 사람들은 어머니가 사통해 태어나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은 존재처럼 그를 말하지만, 그는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다. 지금은 그 누구도 기문을 열어주지 않아 허약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가장 높이 날아오를 잠룡.

그런 그에게 나타난 무덕이(정소민)는 박진을 제거하라 보냈던 진무(조재윤)의 살수 낙수(고윤정)가 환혼한 인물이다. 물 한 방울을 튕겨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정도의 초절정 고수지만 환혼해 들어간 무덕이의 몸은 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자신을 숨긴 채 어쩌다 장욱의 몸종으로 들어와 살면서 기력을 찾을 방도를 모색한다. 그 방도가 될 수 있는 자신의 칼을 되찾기 위해 그는 송림의 결계를 풀고 들어갈 수 있는 장욱의 명패를 훔쳐 송림으로 들어가지만 장욱은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 “눈이 예쁘다”고 했던 장욱의 말은 환혼술의 흔적인 파란 색의 자국을 바로 무덕이의 파란 눈에서 발견해서 한 말이었다. 장욱은 첫눈에 무덕이 자신의 사부가 될 거라는 걸 알아봤다고 말한다.

장욱과 무덕의 관계는 그래서 겉모습과 실제가 다른 복합적인 양상을 갖게 됐다. 겉으로는 무덕이 장욱을 보필하는 몸종이지만, 실제로는 장욱이 술법을 배우는 스승이 되는 것. 겉모습과 실제에서 상하관계가 뒤집어진 복합적인 상황은 앞으로 이들 사이에 벌어질 복합적인 케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톡톡 튀는 대사들이 시종일관 경쾌하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여기에 판타지와 무협이 더해져 시선을 압도한다. <환혼>은 혼을 바꾸는 술법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가져와 그로 인해 뒤틀어진 관계의 케미에서 나오는 재미를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홍정은, 홍미란 작가 특유의 발랄함이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그 판타지 세계 속으로 빠뜨린다.

그렇지만 <환혼>은 이러한 경쾌함만큼 혼과 몸, 태생적인 것과 주체적인 것 같은 무게감 있는 주제의식까지 담아낼 것이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몸은 그 사람의 태생적인 조건들을 말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걸 벗어나 타인의 몸으로 들어간다는 건 그 조건을 뛰어넘는 주체적인 선택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몸이라는 태생적 조건을 뛰어넘는 혼의 존재라는 것이 <환혼>이 가진 판타지 설정의 의미심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그저 여기 등장하는 마치 아이돌처럼 빛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관계의 묘미에 빠져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특히 ‘환혼’이라는 소재로 인해 만들어진 복합 캐릭터와 그들이 만나 생겨난 복합 케미의 묘미는 주말 밤을 기분 좋게 채워줄 거라 예상된다. 벌써부터 덕력을 부르는 판타지 로맨스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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