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닝 업’을 쫄깃하게 만드는 염정아의 다양한 얼굴

[엔터미디어=정덕현] “청소부가 아니라 미화원이라고 불러주세요.” JTBC 토일드라마 <클리닝 업>에서 어용미(염정아)의 표정이 달라진다. 베스티드 투자증권 감사팀장이지만 내부자거래에 손을 대고 있는 금잔디(장신영)에게 정체가 들켰지만 어딘가 그는 담담한, 아니 될 대로 되라는 표정이다. 윤태경(송재희) 팀장이 내부자거래를 하는 걸 알아차리고 그들 팀의 모임에까지 갔던 용미였다. 그럴 듯하게 차려 입은 용미는 또 다른 얼굴이었다. 불법주식거래로 청담동에 살 정도로 잘 살지만 어딘가 삶의 방식은 여전히 가난했던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런 사람처럼 그는 연기했다.

그런 연기는 그냥 나온 게 아니라, 그 자리에 나서기 위해 용미와 인경(전소민) 그리고 수자(김재화)가 고민한 끝에 용미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화장하고 옷 차려 입는다고 수준이 같아지진 않는다는 인경의 말은 기분 나쁘긴 해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 모임에 나갔을 때 따라주는 와인에 대해 이것저것 금잔디가 물어볼 때 용미는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용미가 선택한 연기는 완전히 거짓을 꾸미는 게 아니었다. “난 그냥 내 식대로 할래.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적당히 진짜와 가짜를 뒤섞는 거야. 거짓말은 진실이랑 뒤섞여 있을 때 힘이 생기는 거거든.” 용미는 그래서 와인은 잘 모르고 막걸리를 좋아한다며 아버지가 마셨던 모주 이야기를 꺼낸다. 그건 진짜 사실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가져와 적당히 그 상황에 맞춰 얘기한 것일 게다.

용미의 이 이야기는 어딘지 이 역할을 연기하는 염정아의 연기와 맥락이 닿아 보인다. <클리닝 업>의 용미라는 캐릭터는 그 역할 자체가 연기와 관련이 있다. 건물 청소를 맡고 있는 미화원이지만, 어쩌다 알게 된 내부자거래에 은밀히 뛰어드는 인물. 그래서 저들 팀의 모임에까지 나가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통해 실제 거래로 돈을 버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니 미화원으로서의 얼굴은 일부러 더 과장한 맹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야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으니까. 미화원이라고 자신들을 얕보고 그래서 중요한 정보를 아무렇게나 말해도 못 알아들을 거라 무시함으로써 투명인간 취급하는 저들에게, 용미는 바로 그 투명인간인 척 맹한 얼굴을 연기하며 정보를 빼낸다.

하지만 그런 얼굴은 용미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다. 그는 아이 둘을 건사해야 하는 엄마고, 이혼 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전 남편과 어쩌다 빠져든 도박으로 사채빚에도 들볶이는 인물이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미화원으로 일하며 심지어 내부자거래 같은 범죄에까지 뛰어들었지만 보증금 못 올려 줘 쫓겨나게 생기고 아이까지 빼앗기게 생긴 엄마. 그에게는 짠한 얼굴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 짠한 현실은 용미를 독하게 만든다. 막상 금잔디에게 정체가 들키자 오히려 뻔뻔하게 그를 몰아세운다. 자신이 죄를 지었다면 니들은 더 큰 죄를 짓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살기 위해 고양이를 물어뜯는 식의 독한 얼굴이 용미에게는 있다. 그래서 용미는 그 독한 얼굴로 자신의 정체를 아는 금잔디와도 거래를 제안한다.

용미라는 캐릭터가 이러한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어서인지, <클리닝 업>은 염정아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어떻게 보면 맹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눈물 흘릴 때는 너무나 짠한 엄마의 마음과 가장으로서의 절망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독한 얼굴로 차려 입고 나설 때는 우아함이 느껴질 정도로 도도함 같은 게 엿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변화하는 얼굴을 따라가면 시청자들은 심장 쫄깃한 긴장감에도 빠졌다가 짠한 슬픔도 느꼈다가 때론 짜릿한 카타르시스도 느끼게 된다. 염정아의 다양한 카멜레온 같은 여러 얼굴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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