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에덴’과 ‘이브’는 즐거움을 주고 있을까
‘에덴’과 ‘이브’가 열고 있는 자극과 욕망의 세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자극과 선정성의 고삐가 풀린 걸까. 에덴동산의 순수함이 이브가 따먹은 선악과와 함께 급속도로 욕망의 폭주를 하기 시작했다. tvN 수목드라마 <이브>와 iHQ <에덴>이 그 욕망의 폭주기관차에 달린 두 개의 바퀴다. 드라마에서부터 예능까지 자극과 선정성의 수위가 선을 넘고 있다. 과연 이건 우리에게 어떤 세계를 열어 놓고 있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그 세계를 이제 감당할 수 있게 된 걸까.

드라마와 예능이지만 공교롭게도 이 두 프로그램의 제목은 성경의 창세기에서 따왔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의 내용은 성경이 그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만 그 단어가 가진 이미지를 가져왔을 뿐이다. 즉 성경 속 이브의 이야기는 인간의 선악개념과 욕망의 탄생, 원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드라마 <이브>는 단지 복수를 위해 제 육체까지 던져 누군가를 유혹하고 조종하는 인물을 그릴 뿐이다.

한판로(전국환)와 김정철(정해균)에 의해 아버지의 회사가 넘어가고 부모가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라엘(서예지)이 복수하기 위해 한판로의 딸 한소라(유선)에게 접근하고, 한소라의 남편 강윤겸(박병은)을 유혹해 그 가정과 기업까지 뒤흔들어 처절한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복수극이지만 <이브>는 그 색깔이 선정성을 더한 에로 장르에 소프 오페라 같은 막장드라마 전개를 앞세운다.

보다보면 넷플릭스에서 의외로 순위 최상위권을 꽤 오래도록 유지했던 <365일>이라는 폴란드 영화가 떠오른다. 물론 <이브>의 선정성 수위는 한참 낮지만 그렇다고 <365일>보다 <이브>가 콘텐츠적으로 더 낫다 보긴 어렵다. 다만 비슷한 건 스토리는 별개이고, 중간 중간 상황을 만들어 선정적인 장면들이 그럴 듯한 영상 연출로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즉 선정성이 가장 전면에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다.

후속편까지 나온 <365일>은 넷플릭스라는 OTT에서 아예 19금 선정성을 내놓고 보여주기 때문에 욕하면서 보는 ‘길티 플레저’로 또 29금 영화로도 얘기된다. 그런데 <이브>는 15세에 맞춰져 tvN에서 방영되고 있어 어정쩡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국판 <365일>’ 같은 걸 겨냥했다면 플랫폼 선택이 잘못됐다고 보인다. 차라리 19금으로 OTT 오리지널로 했다면 그나마 분명한 색깔이라도 보였을 텐데, 지금은 그 어정쩡함으로 작품은 안보이고 애먼 서예지 같은 출연자 논란이 드라마 캐릭터와도 연결되어 더 화제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에덴> 역시 성경이 메시지로 담아내려는 에덴과는 상관이 없다. 다만 막연한 파라다이스의 이미지를 가져왔을 뿐이다. 그런데 <에덴>이 말하는 파라다이스는 있는 그대로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마구 드러내는 걸 말한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등장부터 아찔한 수영복 차림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만나자마자 스킨십 가득한 게임을 하고, 잠자리도 남녀가 한 방에서 자는 혼숙이 기본이다. 출연자 중 한 명은 혼숙을 하게 된다는 이 설정을 거기서 알게 된 후 제작진에게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러한 분노표출조차 이 프로그램은 다음 회를 위한 낚시성 예고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장난치세요 지금? 저 왜 ×먹이세요?” 같은 말을 편집 없이 프로그램에 녹여 놓은 것. 물론 그 출연자는 제작진의 설득에 화를 풀었고 혼숙이라고 해도 같은 방을 쓰는 것일 뿐, 상대방 동의 없이 신체접촉이나 스킨십을 할 수는 없다는 걸 제작진도 스튜디오에서 이를 관찰하는 출연자들의 입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덴>은 그런 구체적인 설정이나 미션 자체보다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목적이 오로지 자극과 선정성이라는 것에 맞춰져 있고, 프로그램도 그런 걸 거리낌 없이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지점이다. ‘한국판 <투핫>’이라고 내세운 건 그래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19금을 해야 할 선정성에 15금으로 방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과거 폭행 사실이 있던 출연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에덴>은 말 그래도 ‘너무 뜨거운(투핫)’ 프로그램이 됐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대응이나 조치 없이 그대로 정해진 길을 가는 모양새다.

<에덴> 이전에 연애 매칭 프로그램의 새로운 길을 연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이었다. 하지만 <솔로지옥>과 비교해 보면 <에덴>은 어떤 설렘의 단계 같은 걸 바로 뛰어넘어 자극으로 직진하는 선정성이 도드라진다. <솔로지옥>이 노출 수위는 있었지만 그래도 인물들 간의 심리변화를 디테일하게 담아내는 연출이 돋보였다면, <에덴>은 그런 부분들이 섬세하지 않다. 그건 디테일한 심리보다 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자극과 수위에 더 이 프로그램이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제작진이 제시하는 자극적인 설정들은 이미 슬쩍 보여졌듯 출연자들의 분노와 폭주장면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에덴이 아니라 지옥이 열리는 셈이다.

19금, 선정성, 자극... 이런 단어들은 과거 지상파 시절 프로그램에 더해지기만 해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심지어 폐지 요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선택적인 시청을 가능하게 하면서 이런 단어들은 ‘성인들을 위한 콘텐츠’로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상파도 또 케이블이나 종편에서 19금을 건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다. JTBC <부부의 세계> 같은 19금 드라마의 성공은 19금이 단지 선정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면 보편적 성취도 가져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들은 <이브>나 <에덴>처럼 선정성과 자극 그 자체를 목적으로 내세우는 콘텐츠들 역시 수용할만한 자세가 되어 있는 걸까. 고개가 갸웃해진다. 19금이 단지 선정성과 자극으로만 생각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저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고 본다면, 완성도가 아닌 선정성과 자극만을 내세운 콘텐츠는 결코 성인들을 만족시킬 수 없지 않을까. <에덴>과 <이브>가 현재 열고 있는 자극과 욕망의 세계가 결국 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도대체 이런 콘텐츠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i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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