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뿅 지구오락실’, 출연진 골탕 먹이던 나영석 PD가 이젠 출연자들에게

[엔터미디어=정덕현] “아니 요즘에 누가 리플이라고 해요? 아 안돼요. 나 못해.” tvN 새 예능프로그램 <뿅뽕 지구오락실>에서 이영지는 나영석 PD가 ‘리플’이라는 단어를 쓰자 콕 짚어 면박을 준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괄괄이’라는 캐릭터를 갖게 된 이영지는 말 그대로 텐션이 미쳤다. 그런데 이영지만이 아니다. 여기 출연한 개그우먼 이은지, 오마이걸 미미, 심지어 아이브 안유진까지 이영지의 텐션을 마치 흡수하듯 척척 맞춰 끝없는 수다를 쏟아낸다.

이미 <신서유기>를 통해 만만찮은 남자 출연자들의 시끌벅적한 광경을 여러 차례 보여줬지만, <뿅뿅 지구오락실>은 차원이 다르다. 거의 오디오의 빈구석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이들은 지치지 않고 멘트를 쏟아내고, 빵빵 터지는 웃음과 리액션을 보여준다. 보통 나영석 PD가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간 게임 예능프로그램들을 떠올려 보면 이건 상황 자체가 뒤집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네 명의 여성 출연자들이 뿜어내는 놀라운 에너지와 텐션 속에서 나영석 PD의 식은땀이 느껴진다.

<뿅뿅 지구오락실>이라는 제목은 어딘지 장난스럽고 조금은 레트로의 촌스러움이 더해져 있지만, 나영석 PD의 설명은 이 프로그램의 스케일이 의외로 ‘지구급’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 결국 지구 전체를 ‘오락실’로 삼아 여러 나라를 방문해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기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제목에 대한 설명을 할 때도 ‘지구오락실’을 ‘지락실’로 ‘별다줄’하는 이 친구들 앞에서 나영석 PD는 “그거 괜찮다”고 오히려 동조하며 따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 앞에서 나영석 PD는(심지어 이우정 작가나 이들이 함께 해온 촬영감독들도) ‘옛날 사람’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막연한 목표로 삼은 다른 차원의 달에서 도망쳐 지구로 온 토끼를 찾아내면 200만원 상당의 보상이 이뤄진다는 이야기에 안유진이 핸드폰을 바꾸고 싶다고 얘기하자, 나영석 PD는 “역시 젊은 친구들은 핸드폰 빨리 바꾸고 싶어 하더라. 뿌서졌어?”라고 물었다가 집중 공격을 받는다. 영지는 “안 부서져도 바꾸는 게 트렌드, 어우 왜 그래 진짜..”하고 콕 짚어내고, 이은지가 “누가 핸드폰 부술 때까지 써요?”라고 덧붙인다. 그 장면에 땀을 삐질 흘리는 나영석 PD의 얼굴과 함께 ‘위기의 옛날 사람’이라는 자막이 붙는다.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게임을 이끌어간 나영석 PD는 어딘지 이 엄청난 텐션의 젊은 여성들 앞에서 자꾸만 무너져 간다. 안무를 따라 추는 게임에서 영지가 엉망진창으로 안무가 틀렸지만 특유의 에너지와 끼로 웃음 폭탄을 안겨주자 ‘감동받은 제작진’이 “성공”을 외치는 장면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나영석 PD는 이 상황에 대해 “땡 하면 내가 너무 나쁜 사람처럼 보이잖아”라고 말한다. 룰에 엄격하고 <1박2일> 시절부터 “땡!”을 외치는 걸 너무나 즐겼던 나영석 PD가 이제 거꾸로 주눅 드는 모습은 <뿅뿅 지구오락실>이 <신서유기>의 여성 출연자 버전처럼 꾸려졌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로 다가오는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데 이렇게 나이 들은 건 앞서도 말했듯 나영석 PD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방콕 공항에 내려 나영석 사단이 늘 해왔던 ‘낙오’ 같은 ‘모종의 미션’에 경계심을 보이며 “우리 보고 찾아오라고 할 것 같지 않니?”라고 말하는 이은지에게 왕작가 이우정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랑 영석이가 못 따라가.” 결국 ‘제작진의 노화’로 낙오 같은 익스트림 미션은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 그러면서 15년 넘게 함께 작업해온 이창대 카메라 감독에게도 묻는다. “낙오하면 창대야. 너도 이제 마흔 넘지 않았니?” 그러자 감독이 말한다. “나도 힘들어 누나. 나도 힘들어 이제.” 물론 이건 일종의 페이크지만(나중에 낙오 미션이 있다) 그래도 프로그램의 묘미가 ‘출연자들의 주도권에 휘둘리는 제작진’이라는 포인트에 있다는 걸 슬쩍 드러낸다.

물론 게임 내용이나 해외여행이라는 콘셉트가 붙은 <신서유기>와 <뿅뿅 지구오락실>은 그 구성적인 차이가 별로 없다. 다만 출연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출연자가 지금껏 나영석 PD와 합을 맞춰본 적이 없는 젊은 여성들이고, 무엇보다 ‘저 세상’ 텐션을 가진 인물들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을 ‘뿅뿅’ 튀게 만든다.

이러한 캐릭터 변화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랄 수 있는 게임 상황에서도 다른 스토리들을 만들어낸다. 그 흔한 태국 음식 걸고 ‘줄줄이 말해요’ 게임을 하면서도 나영석 PD가 당황해하는 얼굴이 자주 등장한다. 개그맨 이름 대기에 대뜸 “나영석”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마사만커리의 맛이 너무 궁금하다는 나영석 PD에게 갑자기 “똠양꿍 빼고 태국 음식! 하나 둘 셋!”을 외치고 갑작스런 전개에 버벅대는 나 PD에게 “땡!”을 오히려 외치며 “드리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는 영지 앞에서 게임 속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급기야 이런 텐션 속에서 나영석 PD가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기대하며 섭외했던 안유진마저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아니 그런 사람 아니었잖아요! 아니 내가 이런 느낌으로 섭외한 거 아니었단 말이야. 내가 기대한 그림은 이게 아닌데..” 나영석 PD에게 있던 주도권이 출연자들에게 넘어가버린 듯한 모습을 연출해내는 출연자들이 만드는 색다른 게임 예능의 세계. 한때 강호동을 “옛날 사람”이라고 부르며 놀리던 나영석 PD가 이제 젊은 출연자들 앞에서 그 소리를 듣는 상황의 역전. 미친 텐션의 출연자들은 <뿅뿅 지구오락실>이 앞으로 풀어나갈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 놓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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