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의 신부’ 넷플릭스도 김희선도 감당하기 어려운 아침드라마의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 자산 가치에 따라 블랙, 시크릿,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골드로 클래스가 나뉘고, 결혼이 사랑이 아닌 비즈니스가 되는 세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의 세계관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아마도 전 세계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우리네 결혼 정보회사의 민낯을 드라마의 주요 설정으로 가져와서다.

클래스에 따라 그들만의 만남과 결혼이 이뤄지고, 이것이 마치 기업들의 사업제휴처럼 비즈니스가 되는 이야기는 소재 자체가 자본화된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면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마치 연애 리얼리티의 그것처럼, 누가 누구를 선택하고 만나게 되는가를 교차 편집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려 하기도 한다. 또 가면 파티 같은 설정을 통해 실체를 속인 이들이 만들어내는 엇갈린 만남 같은 이야기의 흥미로움도 그려낸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 자체의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전개는 너무 뻔한 클리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일단 서혜승(김희선)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렇다. 이 인물은 우리네 시청자들에게는 아침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봤던 여주인공의 설정을 갖고 있다.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과 그럼에도 아이를 챙겨야 하는 엄마. 결국 자살한 남편의 문제에서 점점 사건이 비화되어 자신과 아이까지 위협받게 되면서 꿈꾸게 되는 복수.

그리고 이형주(이현욱)와 차석진(박훈) 같은 태생적으로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어딘가 사랑이 결핍된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여주인공. 또 그와는 대척점에 서서, 사랑이 아닌 비즈니스로서 이들 남자들을 차지하기 위해 뭐든 하는 진유희(정유진) 같은 악녀 캐릭터와 벌이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프레임의 대결구도. 이 정도면 이제 굳이 끝까지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대충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시청자들은 예감할 수 있다.

유려한 연출이 애써 포장하고 있지만 드라마의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가 너무 전형적인 아침드라마의 모습을 갖고 있어 <블랙의 신부>는 아예 대놓고 그 아침드라마를 즐기라는 식의 관전 포인트를 내놓는다. 주연 배우인 김희선이 “욕하면서 보라”고 말할 정도. 그렇다면 욕하면서 보는 재미는 충분할까. 너무 뻔한 흐름을 갖고 있어 이조차도 만족감을 주기 어렵다.

연출과 연기가 혼신의 노력을 해도 근본적으로 대본이 허술하고 뻔하면 별 소용이 없다는 걸 <블랙의 신부>는 보여준다. 아침드라마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의 대본에는 디테일이 없다. 게임업체 사장, 변호사, 교수, 결혼 매칭 회사 같은 직업들이 등장하지만 그 직업에 대해 사전 취재가 충분히 이뤄졌을까 싶을 정도로 직업과 관련된 전문적인 스토리는 거의 부재하다. 그저 배경으로만 쓰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드라마 전개는 우리가 아침드라마에서 매일 봤던 그 클리셰들의 흐름으로만 따라간다. 복수극이 갖는 악녀의 뒷목 잡게 만드는 극악한 행동들이 이어지고 그에게 일격을 가하는 주인공의 카타르시스가 이어지지만, 그것이 너무 상투적이라 생각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한다.

아쉬운 건 넷플릭스가 지금껏 해왔던 파격들이 이 드라마에서는 너무나 미온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아침드라마 같은 소재와 전개를 풀어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차라리 <펜트하우스>처럼 좀 더 파격적인 선택들이 낫지 않았을까. <블랙의 신부>는 어딘가 주저함으로써 넷플릭스에 어울리지 않는 어정쩡한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건 김희선 같은 신뢰를 주는 배우가 전면에 서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도 난감한 아침드라마 대본 앞에서는 어딘가 무색해진다. 진유희 역할의 정유진 역시 극악한 악녀 캐릭터를 온몸을 던져 연기하지만 그 역시 너무 뻔한 캐릭터라 인상적인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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