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독한 서현진보다 따듯한 박은빈인가
달라도 너무 다른 ‘오수재’와 ‘우영우’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닮은 듯 다른 드라마다. 둘 다 여성 원톱 드라마이고, 로펌 변호사가 직업이며 무엇보다 두 드라마 모두 제목에 그 이름을 넣은 것처럼 인물이 작품의 메시지 자체인 드라마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두 드라마는 캐릭터가 다르고 서사 방식도 다르며, 특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르다.

<왜 오수재인가>의 오수재(서현진)는 TK로펌에서 차별받던 여성 변호사였고, 무엇보다 최태국 회장(허준호)에 의해 희생양으로 키워지고 그의 아들 최주완(지승현)에게 버려진 인물이다. 그를 둘러싼 현실은 결코 스스로 힘을 키우고 준비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는 세계다. 그래서 오수재는 싸우는 캐릭터다. 싸워서 이기고 그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런 캐릭터.

오수재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 욕망에 거침없는 모습에 대한 수긍에서 비롯된다. 저렇게 하지 않으면 저 세계에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거기에는 깔려 있다. 실제로 최태국은 적당히 써먹다 필요하며 가차 없이 버리는 인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범죄도 저지르는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는 인물. 어찌 보면 세상의 비정함을 캐릭터화한 이 인물의 극악함 때문에 오수재의 만만찮은 대적에 시청자들이 동승하게 된다.

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로 서울대 로스쿨에서 수석이었지만 어떤 로펌에서도 채용되지 못했던 인물이다. 그 역시 만만찮은 현실을 겪은 것이지만 드라마는 이 부분을 애써 강조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를 받아준 로펌 한바다는 저 오수재가 일하는 TK로펌과는 사뭇 다른 따듯한 인물들이 있다.

물론 권민우(주종혁) 같은 경쟁자이자 우영우를 ‘부정 취업자’로 몰아세우는 빌런이 있긴 하지만, 마치 그의 수호자 같은 동료 ‘봄날의 햇살’ 최수연(하윤경)이 있고, 합리적이고 젠틀한 상사 정명석(강기영)이나 자폐 스펙트럼에 가려진 우영우의 매력을 바라보고 다가오는 이준호(강태오) 같은 인물들도 있다. 이들이 있어 우영우는 저 오수재처럼 악에 받쳐 싸우기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들을 갖게 된다.

<왜 오수재인가>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극명히 다른 서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건,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두 작품의 차이에서 분명히 보여진다. <왜 오수재인가>에서 유산된 줄 알았던 오수재의 딸이 사실은 최주완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급기야 그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이야기는, 오수재의 분노를 끝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로서 활용된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신이 스카우트 제의를 한 태산의 대표 태수미(진경)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우영우가 그를 찾아가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는 대목은 슬프지만 담담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사실을 듣고 눈물을 참지 못하는 태수미와 애써 담담한 우영우의 모습은 그래서 ‘출생의 비밀’을 써도 자극이 아닌 감동을 그려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캐릭터도 다르고, 서사 방식도 다르지만, <왜 오수재인가>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가진 현실인식은 그리 다르지만은 않다. 그만큼 가혹한 현실들이 놓여져 있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하게 싸우든가, 아니면 주어진 기회를 독특한 발상의 전환으로 잘 살려내든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두 작품이 가진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선택들이 필요한가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이 등장한다. 즉 <왜 오수재인가>는 그것이 싸워야만 쟁취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같은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도 동등한 기회를 줄 수 있는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마도 현실에서는 오수재처럼 독하게 싸우는 것이 더 실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우영우 같은 판타지를 통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더 보고 싶어 한다. 또 오수재처럼 거대 권력과 싸우는 것이 세상을 바꿔 주리라는 믿음보다는, 보다 서민적인 문제들 속에서 그럼에도 좋은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희망을 보고 싶어 한다. 이것이 최근 생겨난 ‘우영우 신드롬’의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대중들의 정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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