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로이어’, 의사와 변호사의 본분을 흔드는 건 무엇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과연 사람을 향해야할 의술과 법은 현재 그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을까. MBC 금토드라마 <닥터로이어>가 종영에 즈음에 드러낸 이 드라마의 화두다. 반석병원 VIP 병동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의료행위들. 정치인들도 유력 재산가들도 그곳에서 진료를 받는다. 그런데 그 진료는 그들의 생명을 살리고 젊음을 유지해주지만, 무고한 다른 이들의 생명을 빼앗는 식의 범죄를 기반으로 한다.

‘반석’ 병원이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을 굳이 이 드라마가 이런 일들이 자행되는 곳에 붙인 이유는 두 가지일 게다.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화된 세상이 어떤 반석 위에서 움직이는가 하는 것. 그건 다름 아닌 돈과 권력이 아닐까.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이 잘못된 반석을 제대로 다시 세우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다름 아닌 ‘본분’에 충실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구진기(이경영) 병원장에 의해 유령의사로서 누군지 정체를 알 수 없는 VIP의 심장이식 수술을 한 한이한(소지섭)은 그 이식된 심장이 다름 아닌 자신의 연인인 금석영(임수향) 검사의 동생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하고 절망한다. 결국 자신이 그를 죽게 했다는 자책감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모든 죄를 시인한다. 그렇게 의사면허가 박탈된 한이한은 이제 변호사가 되어 구진기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여기에 갑자기 등장한 아너스 핸드 아시아지부장 제이든 리(신성록)는 반석재단에 투자하고 결국은 이 재단을 집어 삼키기 위해 한이한과 손잡고 구진기와 반석재단의 비리를 터트림으로써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제이든 리의 이런 행보들이 그저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냉정한 선택인 줄 알았지만, 실상은 구진기에 대한 복수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구진기가 아너스 핸드에 투자를 받기 위해 교통사고를 내고 제이든 리의 심장이식수술을 강행했고, 그 와중에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어머니를 잃었다.

결국 <닥터로이어>는 제이든 리의 등장을 통해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그것은 구진기에 대한 한이한이 하려는 사적 복수가 과연 정당한가 하는 점이다. 한이한은 결국 새희망 변호사사무소를 내고 사적 복수가 아닌 사회적 정의로서 구진기와 반석재단을 둘러싼 비리들을 끄집어내고 법의 심판대에 올리려 한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제이든 리는 자신이 하려던 사적 복수를 끝내 멈추지 못한다. 한이한과 제이든 리의 이런 다른 선택은 최근 법정드라마들이 심지어 사적 복수들을 일시적 카타르시스를 위해 내놓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한이한은 끝까지 본분을 지킨다. 심지어 그는 자신을 궁지로 몰았던 이들조차 눈앞에서 피를 흘리는 것을 방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말한다. 그것이 의사로서의 본분이라고. 또 사적 복수를 벗어나 끝내 법정 안에서 정의를 구현해내려 한다. 그것이 진정 변호사라는 신분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되돌려 보면 <닥터로이어>의 사건들은 욕망에 의해 본분을 벗어난 선택을 한 자들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의사가 생명을 살리는 본분을 잊고 돈벌이에 취해 생명을 빼앗는 일을 자행하고, 변호사와 검사가 사적인 욕망에 의해 진실을 가리고 부정을 저지른다. 그리고 이런 힘 있는 자들의 본분을 벗어난 행위들은 무고한 이들에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극화된 이야기지만, 우리네 의료와 법 정의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어찌 그저 드라마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닥터로이어>를 흥미진진하게 이끈 주역은 한이한과 제이든 리 역할의 소지섭과 신성록이다. 소지섭은 의사와 변호사라는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내며 든든하게 극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중심축이 되어 주었고, 신성록은 이 흐름에 끝없는 변수를 가함으로써 극이 단순해지지 않게 해주는 역할과 마지막 반전까지 보여줬다. 이들의 팽팽한 대결과 연합이 반복됨으로써 드라마는 끝까지 추진력을 잃지 않았다. 의학드라마와 법정드라마 여기에 복수극까지 더해진 하이브리드가 자연스럽게 엮어진 것 역시 이들의 공이 적지 않았다. 연기자로서도 이들은 자신들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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