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진짜 장애는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른바 ‘우영우’ 신드롬이다. 여기저기서 ‘우영우’라는 이름 석 자가 회자된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만평에도 등장하고, 이른바 윤석열 정부의 법치에는 ‘마음’이 없다(경향신문)는 칼럼에도 등장한다. 드라마 속에 나왔던 소덕동 팽나무인 수령 500년의 창원 북부리 팽나무가 실제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우영우가 푹 빠져 있는 고래에 대한 갑작스런 관심도 쏟아져 나온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은 너무나 갑작스럽다. 물론 작품은 더할 나위 없이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 0%대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무려 13%(닐슨 코리아)까지 수직상승하고, ENA라는 낮선 채널의 인지도 또한 급부상시켰다는 건 어느 정도 공감 가는 일이다.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파급효과는 늘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우영우’가 동시다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건 작품 내적인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외적 요인이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 요인 또한 다양하겠지만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건 우영우(박은빈)라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만큼, 그와 함께 로펌에서 일을 하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하윤경) 같은 동료와 ‘서브 아빠’ 정명석(강기영) 같은 상사가 주는 메시지의 힘이다.

사실 지나치게 이상화된 메시지는 현실성을 잃고 스토리를 너무 판타지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같은 인물은 장애를 가진 우영우를 로펌에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어려운 현실을 들어 반대한다. 제 아무리 로스쿨 수석 졸업을 했어도 의뢰인도 만나고 변호도 해야 하는 변호사가 사회성도, 언변도 필요하다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건 편견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직장 상사로서의 현실을 얘기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 역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있다. 하지만 그건 직접 우영우 같은 인물을 겪어보지 않아서 생긴 편견일 뿐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명석은 적어도 문제의식을 늘 갖고 있고, 겪어본 후 무언가 잘못됐다고 여기면 바로바로 사과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첫 회에 우영우가 피고인 피해자를 만나러갈 때 “그냥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가 금세 그 말이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고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다”고 말하는 인물.

그저 올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장애가 아니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우영우를 대하는 최수연이 특히 감동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인물 역시 드라마는 지나치게 이상화된 판타지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그는 어찌 보면 함께 사는 사회에서 우리가 선택해야할 당연한 삶을 살아가는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 다만 그 삶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우영우는 절감한다. 그래서 우영우가 그의 목소리로 이 평범하고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감동받을 수밖에 없다.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함께 사는 법이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라는 걸 우영우는 최수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해준다.

경쟁자의 위치에 서서 ‘권모술수’를 쓰기도 하는 권민우(주종혁)가 사내 게시판에 우영우가 사실상 ‘부정 취업’을 했다고 올리고 그래서 사내 직원들이 수군거리며 심지어 우영우 자신 역시 그걸 인정하자 최수연이 하는 일갈은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서울대 로스쿨에서 성적 좋은 애들은 다 대형로펌으로 인턴 나가서 졸업 전에 입사 확정 받아. 근데 너만 정작 학교에서 맨날 1등 하던 너만 아무 데도 못 갔어. 그게 불공평하다는 거 다들 알았지만 그냥 자기 일 아니니까 모르는 척 가만있었을 뿐이야. 나도 그랬고.”

최수연은 그런 입바른 소리를 하면서도 그런 차별에 자신도 동참했다는 사실 또한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우영우 역시 늘 당연하게 이런 차별을 받아와 문제의식을 잘 느끼지 못한다. “아무래도 내가 장애가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그러자 최수연의 일갈이 또 한 방 뒤통수를 때린다. “장애인 차별은 법으로 금지 돼 있어. 네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야. 무슨 수로 왔든 늦게라도 입사를 한 게 당연한 거라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로 ‘장애’를 소재로 가져왔지만 그 이야기가 자폐라는 특정한 질환만을 다루는데 머물러 있지 않다. 최수연이 말하듯 진짜 장애는 우영우를 둘러싼 편견 가득한 세상이 갖고 있다.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지하철 시위에 ‘자기 일 아니니까 모르는 척 가만’ 있고 나아가 나의 불편함만을 호소하는 세상이 그렇고, 법에 호소하는 다양한 서민들의 마음을 읽지 않고 법대로만 하겠다 말하는 마음 따윈 들여다보지 않는 세상이 그렇다.

대단한 각성과 날카로운 세상 인식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정명석처럼 몰라서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알았을 때는 이를 고치려는 마음이 있으면 되는 일이고, 최수연처럼 장애와 비장애 같은 경계를 차치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타인을 배려하고 나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삶이면 되는 일이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래서 우영우라는 인물을 리트머스지를 내세워 ‘이상한 우리 사회’를 비춰주고 있다. 신드롬이 생겨난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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