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2022년 착한 드라마 전성시대의 정점 찍을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상파나 종편도 아닌 케이블, 그것도 신생 채널인 ENA에서 방송되는 드라마가 절반을 마친 현재 13%(이하 닐슨코리아)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천재적인 두뇌로 대형 로펌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스토리다.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의 압도적인 연기와, 우영우가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의 흥미로운 전개가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해 1회 0.9%에서 시작한 시청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우영우>에 대해 우영우 같은 능력자 자폐인은 드물다는 점에서 현실과 괴리감을 느낀다는 실제 자폐인 주변 사람들의 아쉬움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자폐에 대한 세상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벽을 낮추는 긍정적인 영향도 함께 이끌어내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우영우>는 이대로 가면 최종 시청률이 2022년 통틀어 미니시리즈 중 최고를 기록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최근 다채널화, 다플랫폼화의 결과로 미니시리즈가 도달하기 쉽지 않아진 20% 전후의 시청률을 찍을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2022년은 명실상부한 착한 드라마의 전성시대로, <우영우>가 그 화룡점정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될 듯하다.

최근 몇 년간 드라마 흐름은 독한 드라마가 대세였다.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펜트하우스> 등 한 해를 대표하는 화제작은 모두 자극적인 설정이 가득한 마라맛 드라마들이었다. 이는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OTT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드라마에 비해 소재 제한이 적은 글로벌 OTT의 독한 드라마들에 대해 한국도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경쟁하기 위해 한국 드라마도 시체가 난무하고, 성적인 묘사 수위가 높아지고, 급기야 멜로에도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더니, 불륜 관계 난맥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막장의 끝을 달리는 등 다양한 양상으로 독해졌다.

마침내 <오징어게임>이 등장했고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바꿔 놓았지만 시청자 중에는 드라마의 자극적이고 불편한 설정들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고현정의 <너를 닮은 사람>, 그리고 올해 서예지의 <이브>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을 얻으면서 독한 드라마의 기세는 점차 내려앉았다.

반면 착한 드라마는 지난해 <라켓소년단>, <나빌레라> 등을 통해 좋은 반응을 싹틔우기 시작하더니 연말 연초 <그해 우리는>과 <옷소매 붉은 끝동> 등 멜로 드라마들이 본격적으로 정상에 등극하면서 반격을 알렸다.

착한 드라마는 소극적/적극적 착한 드라마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소극적은 독한 드라마의 단순한 반대 개념이다. 독하고 부담스러운 설정만 없으면 착한 드라마에 일단 포함이 가능하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류가 대표적이다, 적극적으로 착한 드라마들은 삶과 사람, 관계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자아와 타인에 대한 존중을 논하고 힐링과 위안을 전하는 드라마들이다.

올해 들어 착한 드라마의 강세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사내맞선> 등 성장 스토리에 기반한 멜로와 로코가 연초 두각을 나타내더니 4월 들어 적극적인 착한 드라마 두 편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가 동시에 화제성이나 작품성 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마침내 <우영우>까지 등장하면서 올해는 착한 드라마들이 독한 드라마들에게 권좌를 내주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착한 드라마들이 독한 드라마에 비해 이야기나 캐릭터의 강렬함이 적어 경쟁에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2022년의 착한 드라마 전성시대는 거침이 없다.

착한 드라마의 강세는 묘하게도, 독한 드라마를 한국 드라마업계에 유행시킨 OTT 선두주자 넷플릭스의 가파른 유료가입자 증가 추세가 꺾이는 시점과 정확히 맞물려 흥미롭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증가 추세를 멈췄다.

착한 드라마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판데믹의 장기화와 종식의 묘연함, 경기 침체,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삶의 팍팍함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드라마보다는 위안과 공감을 주는 작품에 더 마음이 가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16부작의 반환점을 돈 <우영우>의 후반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내용상 우영우가 어떻게 성장할지도 궁금하지만 <우영우>는 최종 시청률이 2022년을 착한 드라마 전성시대로 공인하는 인증 코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또한 흥미롭기 때문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ENA, 넷플릭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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