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바보들아 진짜 이상한 건 세상이야

[엔터미디어=정덕현] “나는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이름은 방구뽕이다.” 공부를 무진장시켜 이름도 무진학원인 학원에 가는 버스에 오른 아이들. 그 앞에 갑자기 등장한 방구뽕(구교환)은 어딘가 이상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도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방구뽕이라는 이름에 까르르 웃으며 마음을 연 아이들은 ‘어린이 해방군’이 “놀고 놀고 또 노는 것”이라는 말에 솔깃해한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갑자기 버스에 무단으로 올라탄 이 이상한 인물 방구뽕은 마치 이 드라마에 느닷없이 등장한 에피소드처럼 보인다. 갑자기 한 편의 동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하나의 독립적인 영화 한 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방구뽕의 등장은 그저 색다른 이야기를 이어붙인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를 보다 분명히 해주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자신을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라 지칭하는 방구뽕이 외치는 이 구호는 어딘가 현실감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허구 속 판타지 속 인물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이 진짜 이름이 방구뽕이냐고 물을 때, 이 인물은 주민증을 꺼내 그 이름이 진짜라는 걸 밝힌다. 그것이 어린이들을 웃게 만든다는 이유로 진짜 이름을 바꾼 것.

그래서 방구뽕은 학원가기 싫은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놀러 가 몇 시간을 지치도록 놀다 내려온다. 거기까지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산 밑으로 내려오는 순간 현실이 방구뽕 앞에 펼쳐진다. ‘미성년자 약취 유인’이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로 체포된 것. 우영우(박은빈)는 이 방구뽕의 어머니가 한바다에 의뢰한 변호인단에 합류해 변호를 하게 되지만, 방구뽕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형량을 낮추려는 변호가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방구뽕은 자신이 어린이들 앞에서 외친 구호들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구뽕이라는 인물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이제 겨우 열 살 정도 된 아이들이 학원에서 마치 감옥 생활하듯 공부를 강요받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심지어 부모들이 그걸 부추기고 때론 체벌까지도 용납하는 그런 일이야 말로 학대에 가까운 것이지만 세상은 그것이 당연한 일처럼 치부한다. 어려서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고 그래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행하는 폭력에 가까운 행위들을 당연시한다.

즉 이상한 건 방구뽕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것이다.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라는 지칭이 아이들 눈높이로 만들어져 다소 유치한 듯 느껴지지만, 실상 어린이들은 해방되어야 할 존재들이었다. 그걸 우영우는 실제 아이들을 찾아나서 그 현실을 들여다보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닫게 된다. 한 아이에게 우영우가 방구뽕씨와 또 놀고 싶냐고 묻자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맨날 맨날 놀고 싶어요. 해방되고 싶어요.” 우영우의 말대로 아이들은 해방이라는 그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어른들만 그걸 이해하지 못했을 뿐.

순간 <나의 해방일지>의 어린이 버전을 보는 듯한 뭉클한 감정을 갖게 만드는 이 에피소드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단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의 성공담 따위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그보다는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성’의 틀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소외된 이들을 대표하는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차별하며 배제하는 이 사회의 이상함을 꼬집으려는 게 그 의도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자폐를 너무 이상적인 판타지로만 그린다는 비판은 일견 이해되지만, 그것이 의도하는 바가 현실의 이상함을 고발하고 좀 더 나은 사회를 꿈꾸기 위함이라는 그 진심은 곡해돼서는 안 될 것 같다. 방구뽕이라는 어찌 보면 판타지적 캐릭터를 통해 드라마는 우영우의 입을 빌려 생각이 다르고 그래서 체제 바깥에 놓여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손가락질하는 행위에 대한 경고를 날린다.

“피고인은 현존하는 사회 체제에 반대하는 사상을 가지고 개혁을 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지은 사람. 다시 말해 사상범입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한 죄를 저지른 파렴치범이 아닙니다. 피고인이 망상장애 환자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그건 피고인의 감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어린이 해방에 대한 피고인의 사상을 욕되게 할 것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도시 한 가운데나 혹은 법정에서 고래가 유영하는 판타지적인 광경을 그려 넣은 것 역시 이 드라마의 진심과 의도가 담긴 연출이다. 그건 이상한 광경이고 이상한 상상이지만 그 이상해 보이는 고래의 자유로운 유영을 상상함으로써 우리는 현실의 이상함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도시에서는 점점 사라지거나 없는 것처럼 치부되는 우영우나 방구뽕 같은 고래들을 위한 헌사. 그것이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리려는 세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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