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세계관 확장하고픈 진심은 알겠지만 이건 좀(‘연애는 직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뭘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다. 그리고 합리적인 모색이라 생각한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는 지금까지 이벤트로 치러지던 예능의 스포츠 대회가 처음으로 정규화, 장기화, 대형화 된 케이스다. 따라서 스핀오프를 제작하는 것은 방송사의 IP확보 및 편성블록 싸움 차원에서 뿐 아니라, 지난 5월 <골 때리는 외박>을 만들어 리그에 헌신하는 선수(출연자)들에게 활동 영역을 마련해 준 것처럼 이른바 리그의 수익 증대 차원에서 해볼 만한 접근이다. 방송이 장기화되면서 진정성 유지와 성장 서사, 팀의 색깔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리그(프로그램)에 머물 수 있는 제도적이고도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애 리얼리티 예능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지난 2여 년간 휩쓸고 있는 대세 예능이다. 우리나라 예능 사상 최초의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넷플릭스의 <솔로지옥>을 기점으로 MBN <돌싱글즈>, ENA PLAY·SBS Plus <나는 솔로>, TVING의 <환승연애>시리즈, <각자의 본능대로>, 카카오TV의 <체인지 데이즈> 시리즈 등 많은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시리즈화 되는 추세다.

모두 ‘진짜’ 감정을 이야기하며 화제성과 시청률 측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보다 자극적이고 이색적인 OTT 콘텐츠들도 쏟아진다. 웨이브의 <남의 연애>는 BL의 물결을 맞아 성소수자 연애를 다루고, 남녀혼숙 콘셉트와 핫바디를 전시하는 IHQ <에덴>, 무한 스킨십, 이른바 19금 마케팅을 내세운 웨이브의 <썸핑>도 있다.

SBS 예능 <연애는 직진>은 <골때녀>의 자산을 바탕으로 한 스핀오프인 만큼, 연애 예능에 축구라는 운동, 취미 코드를 더해서 차별화한다. <골때녀> 멤버 최여진, 송해나, 최윤영, 유빈이 파라다이스와 같은 다낭의 한 리조트에서 4박 5일간 머물며,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인 남성 4인(그러나 오스틴 강 등이 일반인인지는 모르겠다)과 소개팅을 하는 연애 데이트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소개부터 공통의 취미를 가진 싱글 남녀가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며 소울메이트를 찾는 과정을 담는다고 한다.

그런데 첫 방송을 보고 나서 굉장한 이질감이 들었다. <골때녀>는 오늘날 예능의 키워드는 진정성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돌이켜보면 진정성이 그토록 직관적으로 다가왔던 것도 한혜진, 안영미, 신봉선, 신소희, 이경실, 최여진, 한채아 등등 방송활동을 활발히 하거나 네임벨류가 있는 사람들이 다 내려놓고 진짜로 진심으로 축구를 한다고? 라는 데서 출발했다. 의외의 캐스팅, 그들의 헌신과 몰입 덕분에 방송용 이벤트라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으며 리얼리티가 가득한 새로운 볼거리로 다가왔다.

허나 <연애는 직진>이 내세우는 연애 감정과 상황 설정은 <골때녀>의 진정성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아예 반대를 향한다. 같은 시간 방송하는 <나는 솔로>의 여성 출연자들의 기싸움 같은 건 없다. 최근 연애 예능을 비연예인 출연자로 제작하는 이유, 돌싱, 헤어진 연인, 헤어지려는 연인 등을 등장시키며 자극을 높이는 이유는 바로 ‘진짜’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리얼한 감정선이 이른바 K-연애 콘텐츠의 펀치라인이자, 연애예능이 부활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이런 발전의 서사가 있음에도, 또한 진정성을 기반으로 대성공한 <골때녀>의 스핀오프이자 연애예능의 막내주자인 <연애는 직진>은 연애예능의 진화 방향에서 한참 벗어난 스타의 데이트, 즉 너무 예쁘고 매력적인데 연애는 다소 어려움을 겪는 순수한 여성이란 옛날 공식으로 접근한다. 2010년대 중반 최여진이 출연한 <10살 차이>나 한채아가 출연했던 <로맨스의 일주일> 시리즈처럼 우리가 그동안 익히 봐왔던 스타들의 데이트 예능의 형식과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시대착오라는 뜻이다.

물론, 스타 연애 콘텐츠라고 해도 <연애의 맛>의 이필모 커플처럼 실제 결혼으로 골인한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만, 다낭의 리조트에 마련한 특별한 시공간, 연애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순진한 연예인 출연진, 준비된 상대가 등장하는 장면, 엇갈리는 사랑의 작대기와 미묘한 경쟁심 등의 스토리텔링, 코멘트를 담당할 스튜디오 구성, PPL, 함께하는 식사준비, 간간히 보여주는 핫바디, 출연진들이 취하는 과도한 설렘과 떨림 등등 새로움과 진정성을 논할 만한 지점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골때녀>를 떠나서도 진정성과 진짜 인생을 갖고 들어온 연애예능 시대에 솔로 여성 연예인의 설렘과 떨림으로 승부를 본다는 점은 결코 쉽지 않은 전술적 도전이다. 혹은 게으르거나.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 <골 때리는 외박>의 경우 3.5%로 시작해 마지막은 2%로 막을 내렸다. <연애는 직진>은 아예 1%대로 출발한다. 그나마 ‘외박’의 경우 <골때녀>가 <불타는 청춘>에서 깃들어 나온 것처럼, <골때녀> ‘국대팀’의 대화 중 나온 이야기를 기획했다는 연관성, 그리고 <골때녀>의 특정팀 팬들에게 팬서비스 차원의 접근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거리가 더 멀고 기대치는 더 떨어진다. 연애예능이란 카테고리만 놓고 보더라도 너무나 트렌드에 뒤쳐진 전술과 용병술을 갖고 나왔다. 진정성이 빠진 자리를 너무 익숙한 볼거리로 채우다 보니 축구를 소재로 삼은 취미보다 도드라지는 건 복고 코드다.

지상파, 케이블 그리고 OTT 플랫폼까지 쏟아지고 있는 연애예능 사이에서, 진정성을 내려놓고,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스타의 연애를 꺼내든 <연애는 직진>은 과연 얼마만큼 나아갈 수 있을까. 다음 연계 동작을 펼쳐야 하는데 첫 트래핑부터 너무나도 불안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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