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도 웃는 변호사, 이기고도 힘든 변호사(‘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엔터미디어=정덕현]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상한 법정드라마다. 대개의 법정드라마들은 장르적 특성상 판결에 집중한다. 소송이 벌어지고 누가 이기고 졌는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그 순간을 카타르시스 혹은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장치로 세워 놓는 것.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아니다. 이 드라마는 판결에 별로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고도 웃는 변호사가 등장하고, 이기고도 힘들어하는 변호사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양쯔강 돌고래’라는 부제를 가진 12화는 단적인 사례다. 바다가 아닌 강에서 살다 멸종된 ‘양쯔강 돌고래. 이 회차는 그래서 한바다 로펌 같은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권 변호사 류재숙(이봉련)을 바로 그 ’양쯔강 돌고래‘ 같은 인물로 소개한다. 사내 결혼을 한 부부를 대상으로 둘 중 하나는 퇴사를 권고하는 회사의 부당해고에 맞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인물이 바로 류재숙이었다.

보통의 법정드라마라면 이러한 윤리적인 판단을 하는 변호사의 편에 주인공을 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러한 부당해고를 하는 사측 인사담당자편에 서서 변호를 해야 하는 우영우(박은빈)의 딜레마를 다뤘다. 상사인 정명석(강기영)은 윤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우영우에게 “어느 쪽이 사회 정의인지는 판사가 판단할 일이지 변호사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류재숙은 결국 “변호사도 사람”이라며 어떤 쪽을 변호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흥미롭게도 이 소송에서 류재숙은 패소한다. 하지만 패소한 류재숙과 승소한 우영우 측 한바다 로펌은 이러한 성패가 무색한 정반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즉 류재숙은 당장 패소했지만 사측의 부당해고와 싸웠던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가자며 밝게 웃지만, 정작 승소한 측의 우영우는 결코 웃지 못하고 마음이 쓰인다.

이 에피소드에는 정명석이 과거 변호를 맡았던 의뢰인에게 보복당할까 불안에 떠는 모습 또한 담겨졌는데, 역시 승소했어도 어떤 이를 변호해 승소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면면을 류재숙이라는 변호사와 대비해 보여준 것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결국 피까지 토한 정명석은 그런 자신을 새삼스레 느끼며 실소를 터트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의 스토리가 판결 자체에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는 건 이 에피소드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부제의 9화에서도 자칭 어린이 해방사령관이라 부르는 방구뽕(구교환)의 사례에서도 혹사당하는 아이들에게 해방을 이야기하는 메시지에 집중할 뿐, 그 판결이 어떤 결과로 나왔는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 장애를 가진 여성과의 사랑이 외부의 시선에 의해 ‘장애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했다’는 식으로 오도되고 결국 기소된 사건을 다룬 10화에서도 드라마는 그 오해를 판결을 통해 풀어주는 판타지로 담아내지 않는다. 결국 그 남성에게 징역 2년이 언도되는 것. 물론 그 판결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장애 여성의 오열이 법정을 가득 채우지만, 드라마는 장애인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조차 외부의 시선 때문에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를 에둘러 말해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래서 이상한 법정드라마다. 판결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판결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내밀한 속살을 드러내준다. 또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는 있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슈퍼히어로로서의 카타르시스를 그리지 않는다. 대신 실제 현실을 마주하며 부족하지만 고민하고 성찰해가는 인물을 진솔하게 다룬다. 이 점은 이 드라마가 장애를 소재로 다루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을 하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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