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코치 제갈길’, 최강 빌런 허정도의 폭력이 진짜 가리키는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허정도의 고구마가 너무 퍽퍽해서 정우의 사이다가 가려질 정도다? tvN 월화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에서 최강 빌런은 구태만(권율)이라기보다는 국가대표 코치 오달성(허정도)이 아닐까. 실제로도 벌어졌던 쇼트트랙의 비리와 부조리를 모두 한 몸에 갖고 있는 인물. 그가 ‘팀플레이’라고 말하면 그건 자신이 밀고 있는 선수를 위해 다른 선수가 희생하는 걸 말하는 것이고, 그가 ‘작전’이라고 하는 건 알고 보면 ‘담합’이다.

선수들에게 툭하면 뺨을 때리고 조인트를 까는 폭행이나,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은 일상이고 팀원끼리 치열한 경쟁을 붙여 서로를 이간질하게 만드는 것 역시 다반사다. 선수 부모들에게 돈다발을 받고 그 선수를 밀어주고, 윗선에 대한 상납도 빼놓지 않는다. 이러니 그 밑에서 뛰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멘탈이 깨지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이런 인물이 국가대표 코치라고? 놀랍겠지만 이건 드라마가 완전히 상상에 의해 만든 허구가 아니라 실제 현실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이런 현실이니 제갈길(정우)이 하는 멘탈 코칭은 그저 선수들을 더 잘 뛰게 만드는 정도의 일을 넘어선다. 그래서 그는 물론 입스(압박감으로 선수들이 평소에 잘 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현상)를 겪는 선수들의 멘탈을 돕는 일을 하지만, 부조리를 폭로하는 일 같은 그 이상의 일들도 하게 된다. 이러한 선수들의 심리적인 문제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이 갖는 부조리의 차원에서 생기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한 대한민국 간판 수영스타 이무결(문유강)이 겪고 있는 멘탈의 문제 역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잘 나가는 선수에 심지어 기업이 참여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결코 슬럼프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주목시키는 압박 속에서 이무결은 그걸 입스라 인정하지 않고 약물까지 써가며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압박감이 불안을 야기하고 그래서 그 불안이 선수를 잠식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하지만 오달성이 대놓고 잘라내려는 차가을(이유미) 선수의 상황은 더 복합적이다. 선수 한 명을 내보내기 위한 이른바 ‘의자 뺏기’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오달성은 하필이면 테스트 날짜를 차가을이 소속된 실업팀 체전 날짜와 겹치게 만들어 놓는다. 노골적인 오달성의 이러한 불공정한 행위 속에서 차가을은 또 다시 트라우마가 재발한다.

그런데 <멘탈코치 제갈길>이 스포츠계를 통해 그려내는 이러한 부조리와 그로 인해 멘탈이 부서지는 선수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현재의 청춘들이 겪는 현실과 겹쳐지는 면이 있다. 엘리트스포츠를 추동하는 경쟁과 그 경쟁에 끼어드는 부모찬스, 돈 없고 힘없으면 제 아무리 노력하고 실력이 있어도 그저 들러리로만 살아야 하는 그런 불공정한 상황이 어디 스포츠계에서만 나타나는 일일까. 그건 고스란히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닌가.

<멘탈코치 제갈길>은 이처럼 스포츠계의 부조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민낯을 폭로하고 제갈길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그래도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드라마다. 물론 멘탈 코칭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이 조직적이고 시스템적인 문제들 앞에 제갈길이라는 인물이 다소 약해보이고 때론 돈키호테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멘탈이 무너지는 선수들과 함께 같이 피 흘리며 저들과 싸워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짠하면서도 마음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돈과 권력으로 짜인 드라마 위에서 무너져가는 청춘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만 같아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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