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맨파’ 자극으로 꽉 채운 첫 방, 하지만 사이사이 보이는 진심

[엔터미디어=정덕현] “소싸움, 닭싸움, 개싸움 보는 거 같아.” Mnet 예능 <스트릿 맨 파이터>의 저지로 참여한 우영은 파이트존에서 벌어지는 댄스 배틀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크루들 간의 신경전은 이들이 한 팀 씩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마치 당장에라도 주먹다짐이 벌어질 것만 같은 날선 멘트들이 비수처럼 날아갔고, 방송은 그 비수가 꽂힌 당사자의 리액션을 바로 바로 붙여 텐션을 한껏 높여놓았다.

상대 크루는 물론이고 팀원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날리는 멘트들은 거의 욕설에 가까웠다. 물론 실제 욕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상대를 무시하고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가득 채워졌다.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멘트들이 배틀존에 들어선 크루들에게 영상으로 고스란히 보이는 장면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 상대방에 대한 존중 따위는 없었다. 심지어 최영준, 백구영 같은 원밀리언 출신의 ‘큰형님’에게도 “트렌드에서 멀어졌다”는 멘트가 거침없이 나왔다.

철지난 춤이다. 댄서보단 안무가다. 가짜다. 눈물만 흘린다. 얼굴로 춤춘다. 심지어 같이 프로그램에서 경연하는 것 자체가 짜증난다 등등. 본격 배틀이 들어가기 전부터 쌓여진 상대 크루에 대한 디스 멘트들은 과거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도 등장했던 것들이지만 그 강도는 훨씬 높았다. 편집도 컷 전환을 몇 초마다 끊어 놓아 프로그램은 눈이 피곤할 정도로 빠른 속도감을 줬다. 그것 역시 자극과 텐션을 극대화했다.

이렇게 쌓아올린 긴장감 속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 때부터 이 시리즈의 시그니처라고 스스로 자평하는 ‘노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이 벌어졌다. 누가 누구를 약자로 지목하는가 자체가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를 만들었고, 그 대결은 우영이 말한 것처럼 진짜 싸움을 방불케 하는 치열함이 묻어났다.

아마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익숙해진 그 형식 틀을 그대로 남성 버전으로 가져온 <스트릿 맨 파이터>는 그렇기 때문에 시작점부터 자극의 수위를 높여 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성들이 근육질의 몸을 드러내고 심지어 춤 안에 손가락 욕까지 써가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상황들은 같은 형식 틀을 갖고 왔어도 이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만드는 자극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싸움, 닭싸움, 개싸움 같은 자극적인 상황들 속에서 슬쩍슬쩍 엿보이는 게 있었다. 그건 싸움의 분위기를 연출해 마치 통제 불능 상황의 혼돈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배틀 지목부터 실제 댄스 대결들이 저마다의 서사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약지지목 배틀 첫 무대에 등장한 엠비셔스 노태현은 굳이 크럼프 세계 1등으로 꼽히는 프라임킹즈 트릭스를 지목해 대결을 벌였는데, 이건 크럼프에 특화된 노태현의 의도된 선택으로 프로그램에는 ‘크럼프 빅매치’라는 색깔을 정확히 보여줬다.

위댐보이즈의 인규는 모든 크루들을 사전에 디스하며 프로그램의 ‘공식 빌런’으로 떠올랐는데, 그가 약자 지목 배틀에서 지목한 건 다름 아닌 저스트절크 제이호였다. 이건 요즘의 춤 트렌드를 전면에 내세운 위댐보이즈와 클래식한 춤의 저스트절크 크루의 대결구도를 만드는 대목으로, 특히 이들 사이에 벌어졌던 ‘춤 카피 논란’이 전사로 깔렸다. 즉 위댐보이즈의 리더 바타의 안무를 저스트절크가 베꼈다며 벌어졌던 논란이 그것이었다.

또 걸리시한 퍼포먼스로 특화된 크루 어때의 킹키와 원밀리언 최영준의 대결 또한 걸리시와 브레이크의 대결로 시작해 최영준 역시 빠지지 않는 걸리시 대결로 이어지며 주목을 끌었고, 프라임킹즈 넉스와 YGX 드기의 대결은 과거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각각 코카엔버터와 YGX를 도와 벌였던 대결의 리벤지 매치 성격으로 시선을 모았다. 특히 힙합에 특화된 뱅크투브라더스의 비지비와 코레오 그래피(안무)를 하는 저스트절크의 에스원의 배틀은 오래된 스트릿 댄스와 코레오 그래피의 갈등을 전면으로 끄집어낸 대결이었다.

즉 무질서하고 혼돈스러우며 자극의 극점으로만 보이는 <스트릿 맨 파이터>의 대결들이 사실은 그 안에 저마다의 질서(?)를 가진 서사들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장면들이 시선을 끌지만 거기에 머무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 현재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 댄스 신들의 여러 결들과 그들이 가진 색깔 그리고 대결양상을 적절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

이런 지점들은 <스트릿 맨 파이터>가 앞으로 이 치열하고 자극적이며 수위 높은 대결을 통해서 보여줄 진심이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한다. 아마도 시작점에서는 ‘노리스펙’으로 서로를 지목하며 자신들과 색깔이 다른 크루들을 저격하고 맞붙을 것이지만, 그렇게 몸이 부딪치는 대결 속에서 저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보여줬던 같은 댄스 신으로서의 동료의식 또한 커질 거라는 점이다.

실제로 첫 회 편집에는 자극적인 멘트들만 채워져 있었지만, 아주 조금씩 상대 크루나 팀원을 인정하고 리스펙 하는 멘트들도 간간히 담겨졌다. 노리스펙에서 리스펙으로 가는 그 여정을 통해 <스트릿 맨 파이터>가 보여줄 한국의 남성 댄스 신의 매력적인 면면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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