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의 무엇이 시청자들을 잠 못들 게 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 박창호(이종석)가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그건 무력감과 절망감에서 시작해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생존 본능과 분노가 더해져 키워낸 복수심으로 이어지고, 저들에게 쥐고 흔들리던 처지에서 저들을 쥐고 흔들려는 욕망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한 걸음씩 나간다고 생각할 때 여지없이 다시 뒤통수를 맞는 그런 느낌.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가 시청자들을 잠 못 들게 만드는 건 바로 이 박창호가 가진 복합적인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줘서다.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진짜 빅마우스는 누구일까. 그는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고 박창호를 끌어들였을까. <빅마우스>는 이런 궁금증을 동력으로 삼아 추진력을 만든다. 게다가 빅마우스를 둘러싼 또 다른 의혹들도 하나 둘 피어오른다. 그건 서교수의 죽음과 그가 남긴 논문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점이고, 그 논문과 연관된 것으로 여겨지는 구천 병원과 구천 교도소가 연계된 모종의 실험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빅마우스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만들어진 인물들에게 숨겨진 비밀들도 시청자들을 그 추리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감옥에서 박창호의 최측근이었던 제리(곽동연)가 빅마우스가 아닐까 싶은 의혹들이 나왔지만,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위험 속에 박창호를 빠뜨렸던 제리가 그를 구해내다 사망한 듯한 장면에서는 그런 의혹이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은 또 다시 그가 진짜 빅마우스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제리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고 왜 박창호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걸까.

애초 박창호를 이 사건 속으로 끌어들인 최도하(김주헌) 시장도 그가 서교수 살해의 공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종의 비밀을 숨긴 인물이라는 게 드러났다. 공지훈(양경원)과 각을 세우며 서교수를 죽인 정채봉(김정현), 한재호(이유준) 그리고 이두근(오륭)과도 대립하고 있지만 최도하 시장은 사건 당시 사체 유기를 도운 공범이라는 게 밝혀졌다. 물론 그건 그들을 돕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의 약점을 잡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최도하는 사라진 1천 억 원의 금괴를 빼돌린 인물이기도 했다. 결국 서교수 논문의 내용을 알고 있고 그 사업에 투자하려던 NR포럼의 돈도 빼돌린 인물. 그런데 강회장(전국환)을 돕는 듯 하면서도 최도하는 어딘가 그와 숨겨진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의 아내인 구천병원장 현주희(옥자연)와 관계가 좋아 보이지만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표면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최도하가 빅마우스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렇게 숨겨진 비밀들이 많고, 까면 깔수록 또 다른 비밀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박창호의 입장이 되어 다양한 감정들 속으로 빠져든다. 초반에 느꼈던 절망감은 중반을 지나면서 살아남기 위해 진짜 빅마우스 행세를 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주는 희망과 카타르시스를 안기고, 정채봉과 한재호 그리고 이두근의 공판에서 공지훈의 사주로 최중락(장혁진) 검사와 시나리오대로 짜고 칠 때, SNS 생중계로 이를 예언하듯 다 맞추며 그들의 계획들을 폭로하고 무죄 판결을 뒤집는 모습에서는 짜릿한 복수의 쾌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렇게 박창호가 한 차례 고비를 넘기고 점점 빅마우스의 정체에 다가가자, 드라마는 최도하의 비밀을 조금씩 드러내고 서교수 논문과 관련된 교도소와 병원에서의 실험이 만들어내는 사건들을 끄집어낸다. 마치 게임 속 캐릭터처럼 미션 하나를 해결하고 넘어오면 또 다른 더 복잡한 미션을 부여받는 식이다. 시청자들은 바로 그 캐릭터에 빙의되어 점점 더 깊게 <빅마우스>의 세계 속에 빠져 들고 있다.

사실 <빅마우스>의 세계는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여기 등장하는 교도소도 또 병원도 법정에서의 싸움들도 모두가 스토리 속에서나 가능한 극화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이 스토리 속으로 발을 딛게 되면 그 안에 작동하는 내적인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 궁금증과 호기심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렇게 무고한 인물을 마치 실험쥐처럼 활용하고 이용하려는 거대한 세력 앞에서 그 쥐가 생각보다 크다(빅)는 걸 드러내는 박창호의 면면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을 정서적으로 잡아끈다.

그리고 박창호는 바로 이러한 세계의 늪으로 들어온 시청자들을 대리해주는 인물이다. 그를 연기하는 이종석이 때론 순진한 아이처럼 울 때 그 무력감에 연민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그가 눈에 불을 켜고 살아남기 위해 싸움에 뛰어들 때 똑같이 강렬한 복수심과 진실에 대한 궁금증에 빠져든다. 어느새 우리는 현실을 훌쩍 벗어난 이 세계 속의 내적인 이야기의 법칙 속에서 박창호가 되어가는 그 기분을 만끽하는 중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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