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개농장 구조견 딩동이의 마음 연 강형욱의 처방전

[엔터미디어=정덕현] 짖거나 입질을 하는 고민견이 아니다. 정반대로 딩동이는 짖지 않고 숨기 일쑤다. 외부인들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불안해하고 배변 실수를 하며 경계하고 벌벌 떤다. 마치 고양이처럼 소파 밑으로 숨어 들어가기도 하고, 사람들을 피해 구석을 찾는다. 심지어 보호자에게도 곁을 주지 않고 먹이를 줘도 경계심에 잘 먹지 않는 딩동이. 이번 KBS <개는 훌륭하다>가 보여준 고민견 딩동이는 지금껏 이 프로그램이 다뤘던 그 어떤 고민견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 세 살 된 딩동이가 이처럼 불안해하고 사람을 경계하게 된 건 태어나면서부터 개농장 뜬장에서 지내며 겪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딩동이는 바로 그 트라우마 때문에 쉽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임시보호만 세 번째였다. 보호자는 세 번째 임시보호로 9개월 간 딩동이와 함께 지내며 애착이 생겼고 무엇보다 더 이상 다른 곳에 적응할 수 없겠다 싶어 입양을 했다.

먼저 이번 사연에서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건 보호자의 진심이었다. 9개월 간 안아보지도 못하고 먹이를 주는 일도 쉽지 않은 데다 산책은 단 한 번도 할 수 없었던 상황. 하지만 보호자는 억지로 딩동이를 강요하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랐던 탓에 사료에 물을 부어 습식으로 챙겨줘야 먹고, 창밖으로 멍하니 내다보며 관심을 보이지만 산책은 하려고도 하지 않는 딩동이. 안아보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그럼에도 강요하지 않게 된 건 처음 안으려했을 때 딩동이가 절규하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주기로 했다. 딩동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딩동이가 유일하게 마음을 놓는 시간은 어두운 밤이었다. 그걸 안 보호자는 초저녁에 불을 껐다. 그러면 딩동이는 조금은 편하게 집을 돌아다녔고 그제야 사료에 입을 댔다. 아주 가끔은 보호자와 스킨십을 하는 것도 허용했다. 그럼에도 보호자는 자책하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딩동이가 여전히 마음을 못 열고 있고 그래서 기본적인 것들(사료를 먹고 산책을 하는 등)조차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마음이 너무 느껴져 이를 보고 있던 MC들의 마음도 촉촉해졌다.

그나마 고기를 좋아해 그걸 챙겨줄 때 받아먹는 딩동이가 고마워 비싼 소고기를 구워 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딩동이의 굳건히 닫힌 마음을 열리지 않았다. 일일 MC로 참여한 이초희는 보호자의 마음을 너무나 이해했다. 요고와 모지의 엄마 보호자이자, 유기견들의 임시보호를 여러 차례 해보며 비슷한 경험들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이초희는 목줄을 채우기 위해 1년이나 걸렸던 그 경험을 이야기해줬다.

강형욱의 본격적인 솔루션이 진행됐다. 그의 솔루션은 최대한 딩동이를 불안하지 않게 하면서 보호자와의 스킨십을 늘려가는 것이었다. 도망치는 딩동이를 구석으로 몰아 놓은 후, 보호자로 하여금 그 옆에 앉게 해 아주 천천히 조금씩 등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만지는 일을 반복시켰다. 만질 거라는 신호를 먼저 보내고 스킨십을 하기를 반복하며 그것이 익숙하게 만든 후, 딩동이를 안는 연습을 시켰다. 처음에는 발버둥치던 딩동이도 조금씩 적응해갔다.

흥미로웠던 건 딩동이가 보호자의 스킨십에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 강형욱이 한 행동들이었다. 강형욱은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는 딩동이의 심리를 이용해 빌런을 자처하며 다가가 보호자 쪽으로 딩동이를 몰았다. 그래서인지 딩동이는 더 쉽게 보호자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는 일에 익숙해지자 그 다음에는 천천히 목줄을 하는 것에 성공했고, 그 다음은 편안하게 안기는 데도 익숙해졌다.

줄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감을 줄이는 훈련도 차근차근 진행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단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딩동이는 이제 목줄을 당겨서 무릎 위에 앉는 것까지 익숙하게 하기 시작했다. 비록 집안이지만 목줄을 쥐고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산책하다 바로 안는 모습까지 가능해졌다. 보호자는 “진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걸 본 이초희는 너무나 감동해서 “그 맘 너무 알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빌런을 자처하며 ‘혐오 아저씨“가 되어 딩동이를 보호자 쪽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 강형욱과 딩동이의 마음을 어떻게든 열어 보려 했던 진심으로 다가갔던 보호자, 그리고 이를 제 일처럼 바라보며 응원하고 눈물까지 흘린 이초희. 이 기적 같은 광경은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가 됐다. 한껏 표정이 밝아진 보호자와 한결 편안해진 딩동이의 얼굴에서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개는 훌륭하다>가 그간 주목받았던 건 주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고민견들의 사연이 많았다. 하지만 딩동이의 이야기는 정반대였다. 딩동이는 어찌 보면 사람들로부터 공격받아 상처 입고 그래서 마음을 닫아 건 반려견이었다. 그래서 딩동이의 이야기는 더 감동적이었다. 보호자의 진심이 강형욱의 도움으로 딩동이의 마음을 열게 하는 그 과정을 담았고 그건 마치 우리들의 잘못이 만들어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개농장의 잔혹한 현실이 저 뒤편에서 아프게도 어른거리지만, 그럼에도 그 트라우마를 넘어서 공존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진심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시간. 딩동이와 보호자의 기적 같은 변화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힐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물론 이를 위해 빌런(?)까지 자처하며 보호자와 딩동이를 도운 강형욱의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던 기적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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