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밖은 유럽’, 명품 배우들의 소박한 여행이 주는 매력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프로그램 어딘가 언발란스하다. 눈은 호강이라고 할 정도로 호사스러운 풍경들을 마주하고 있는데 이들이 그곳에서 하는 여행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호사스러움과 소박함.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가 섞여있는데 그게 너무나 마음을 잡아끈다. 도대체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이 보여주는 이 언발란스한 매력의 정체는 뭘까.

“이태리에서 자전거 탄다잉-” 스위스에서 이태리로 넘어와 캠핑장에 자리한 유해진과 진선규 그리고 윤균상은 인근 가르다 호수 주변을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사실 풍광으로 보면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바다 같은 가르다 호수를 눈에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호사스럽다. 시쳇말로 ‘눈호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곳에서 하고 싶어 하는 건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는 것이다.

으리으리한 자동차가 아닌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자전거.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그 속도와 눈높이 때문에 자동차를 탔다면 놓쳤을 아름다운 풍광들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동화 속 마을에 들어온 것처럼 아기자기한 거리와 집들이 그렇고, 길가 가득 심어진 올리브 나무들이 그렇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잠시 멈춰 서서 유해진처럼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가며 마주하는 나무에 피어난 꽃들을 괜스레 손으로 만져본다.

길을 잃기고 하고, 그래서 현지 주민에게 어색한 영어로 호수 가는 길을 묻지만, 역시 영어가 어색한 주민이 마구 쏟아내는 이태리 말 앞에 당황하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화려한 영어가 아니라도 소박한 보디랭귀지로 다 통하고, 길은 달리다 보면 결국 원하던 호숫가로 그들을 인도해주니 말이다. 마치 보상처럼 호수가 내주는 파도소리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이들은 그래서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을 갖는다.

유럽을 여행한다는 건 우리에게는 어쩐지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어떤 걸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텐트 밖은 유럽’은 이런 우리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호화로운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의 호사스러운 음식들, 유창한 영어와 잘 꾸며진 리조트 수영장 같은 걸 떠올릴 수 있지만, ‘텐트 밖은 유럽’은 그건 진짜 유럽이 아니라고 말한다.

호텔 대신 캠핑장을 선택한 것부터가 신의 한 수고, 그 콘셉트의 여행에 딱 맞는 유해진을 위시해 소박하고 진솔한 매력이 넘치는 진선규와 멍뭉미에 착하디 착한 윤균상 그리고 뒤늦게 합류하는 따뜻한 인간미가 가득한 박지환이 섭외된 것 역시 이 신의 한 수에 또 한 수를 더한 선택이 됐다. 이들은 캠핑장에 앉아 마트에서 산 아라비아따 소스를 넣은 파스타에 오징어 숙회를 즉석에서 만든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그걸 ‘이탈리식 가정식 만찬’이라고 표현한다.

아침에 일어나 텐트를 열면 눈앞에 쏟아지는 스위스와 이태리의 풍광을 마주하는 호사가 있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소박한 하루를 보내며 즐거워한다.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하다 꼭 여기 현지인들이 하는 것처럼 자신도 하고 싶었다며 가르다 호수에 뛰어든다. 아침으로 사과 한 개를 먹고 누룽지에 달걀찜을 먹는다.

냉장고에 넣어둬야 할 반찬을 냉동고에 넣어 둬 꽁꽁 언 반찬을 마주하면서도 그 당혹스러움을 농담으로 즐겁게 받아들인다. 여름엔 “얼장아찌(언 장아찌)”라고 너스레를 떤다. 또 이탈리아 커피인 줄 알고 샀던 게 설탕이라는 걸 알고는 베트남 인스턴트커피를 마시지만 오페라 음악까지 틀어놓고 이탈리아 기분을 낸다. 대단할 것 없는 여정을 보여주지만 그곳이 이태리고 그곳의 자연과 문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는 걸 이들은 진심으로 드러낸다.

피렌체로 들어가는 길이 마치 충남 당진이나 남양주랑 비슷하다고 하는 박지환이나 유럽의 도로를 달리며 경부선 같다고 말하는 이들의 소박한 말들이 유럽이라는 공간과 부조화를 이루는 지점에 ‘텐트 밖은 유럽’이 주는 매력이 존재한다. 이들이 만끽하다는 건 유럽이라는 공간에서도 누리는 소박한 하루다. 그런데 그것은 시청자들에게도 진짜 유럽의 공기를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고 보니 유럽이라는 눈호강 풍광 속에 펼쳐진 텐트라는 소박함은 이들 배우들의 면면과도 똑 닮았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명품배우들이지만 인간미가 넘쳐나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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