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유재석에게 박명수 같은 빌런을 허하라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새롭게 출발했다. 4개월간 진행됐던 음악 예능 프로젝트 ‘WSG워너비’를 끝마치고 지난 3주간 과거 방송분을 다시 보여주는 휴식기를 가진 후 ‘개학 첫 날’로 새 학기를 열었다. 유재석이 선생님, 나머지 멤버들이 학생으로 등장하는 시골 마을 학교 상황극이었다.

이날 방송분에는 새 출발답게 새 멤버도 등장했다. 유재석 원맨 예능으로 출발했던 <놀면 뭐하니?>는 지난해 창조자 김태호 PD가 떠난 후 정준하, 하하 등 <무한도전> 멤버와 신봉선, 미주가 합류해 단체 예능으로 변모했다. 그러다 배우 이이경과 박진주가 추가로 고정 멤버가 돼 7인 체제가 됐다.

‘개학 첫 날’은 오랜만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극이었다. 상황극은 <놀면 뭐하니>>의 전신이라 할 <무한도전>에서 크게 흥한 예능 포맷으로 <놀면 뭐하니?>에서도 종종 활용돼왔다. 하지만 ‘올드한 포맷으로 식상해 재미가 덜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이번 ‘개학 첫 날’은 좀 달랐다.

유재석 선생님을 흠모하는 신봉선의 아줌마(?) 학생 캐릭터처럼 멤버들의 설정이 웃음을 유발하기 좋게 꾸며졌고 그 멤버들간의 티키타카가 잘 살아나 <놀면 뭐하니?>의 이전 상황극들에 비해 예능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상황극의 세계관 유지와, 현실에 대한 인식의 충돌이 출연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설정도 이날 방송분에서는 웃음 기제로 잘 살았다. 어쩌면 ‘개학 첫 날’의 좋은 반응은 음악 예능 ‘WSG워너비’의 장기 방송이 새로운 포맷에 대한 시청자들의 니즈를 키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WSG워너비’는 결과물인 노래들이 음원 차트 정상을 장기간 정복하는 등 예능의 음악적 성과는 확실했다. 하지만 다양한 재미를 원하는 시청자들은 같은 포맷의 오랜 반복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만에 접하는 상황극 ‘개학 첫 날’은 신선함만으로도 재미가 배가됐을 수 있다.

새 멤버들도 ‘개학 첫 날’이 흥겨운 상황극이 되는데 한몫했다. 이이경이나 박진주는 <놀면 뭐하니?>의 고정 멤버로 첫 방송하는 것치고는 개인 기량으로 기존 멤버 못지않게 상당히 많은 웃음을 유발했다. 거기다 예능인이나 가수 출신과는 조금은 다른, 배우 출신들의 어색해하면서도 연기는 과장하는 예능 스타일도 차별화된 재미를 <놀면 뭐하니?>에 더했다.

이날 방송 뒷부분에는 달리기나 공포 체험 등 상황극 외적인 요소를 가미해 지루함을 덜고 생동감을 부여하려고 하기는 했지만 <놀면 뭐하니?> 새 학기에서 상황극 비중은 높아 보인다. 방송 후 공개된 다음 주 예고편을 봐도 또 상황극인 듯하니 말이다.

<놀면 뭐하니?>는 ‘WSG워너비’로 음악적으로는 성공했으면서도 시청률은 완만한 하락세인 양상이다. ‘WSG워너비’를 시작하기로 했을 때는 ‘이런저런 포맷을 시도했지만 생각보다 반등이 안되니 또 음악 예능을 가져온다’는 비난도 있었다.

만약 <놀면 뭐하니?>의 새로운 돌파구가 상황극이라면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워진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상황극으로 계속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황극은 접한지 오래된 예능 포맷이라 식상하다는 시비가 자주 뒤따른다. 그러면서도 연애나 스포츠 같은 현 예능 트렌드에서는 벗어난 포맷이라 역으로 차별성이 있기에 부정적이지 만은 않다.

<놀면 뭐하니?>의 상황극은 과거 <무한도전>이 상황극의 절정을 뽑아내던 시절과 비교해 봤을 때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 빌런의 문제다. 유재석이 담당하는 기둥 캐릭터를 곤란하게 만드는 빌런이 있어야 웃음의 강도도 세지고 생동감도 커진다.

‘개학 첫 날’에서는 정준하가 유재석의 진행에 시비 걸기 등 몇 차례 유재석을 건드렸지만 전반적으로 약했고 신봉선이 애정 공세로 들이대는 설정을 갖고 유재석을 당황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이 역시 빌런은 아니었다.

<무한도전>의 상황극이 풍성하고 오래 반복해도 재미가 있었던 것은 2인자임을 확실히 지키면서도 유재석을 공격했던 박명수나, 유재석만이 아니라 좌충우돌 모두를 들이받았던 노홍철 같은 입체적 캐릭터의 빌런들이 다수 존재했던 덕이 컸다.

결국 <놀면 뭐하니?>의 새로운 앞날에 상황극이 중요하다면 유재석 때리기가 어떻게 정립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tvN <식스센스>에서도 확인됐지만 리얼이든 상황극이든 유재석이 괴롭힘을 당하고 당황할 때 유재석 예능은 성공한다. <놀면 뭐하니?>에서 확실히 유재석에 대항하는 빌런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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