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밖은 유럽’, 유해진을 중심으로 우려내는 진정성의 가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배우들이 여행을 통해 힐링을 하는 예능은 너무나 흔하다. 각기 다른 개성 충만한 배우들과 이름값은 높지만 스크린 이외에서 대중과의 접점이 없는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tvN STORY, ENA <이번 주도 잘 부탁해>든 tvN의 <바퀴 달린 집>이든 간판은 달라도 구성부터 캐릭터까지 볼거리가 비슷비슷하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예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대체로 배려심이 깊고, 따스하며, 착하다. 배역으로 만났던 것과는 반전 매력과 인간미를 지니고 있고, 하나 같이 스타임을 잊을 만큼 진솔하고 소박하며 털털하다. 그리고 주연과 조연의 격차 없이 서로 꽤나 친하고 잘 어울린다. 그렇다보니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긍정적이고 건전한 기운이 재미의 근간이 된다. 그 위에 로망을 자아내는 자연의 풍광과 감성으로 점철된 음악과 서체, 아트웍으로 장식한다.

tvN의 또 한편의 배우 여행예능 <텐트 밖은 유럽>은 이런 공식의 금형으로 찍어낸 듯하다. 유해진, 진선규, 박지환, 윤균상이 출연하고,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이국적인 캠핑장을 렌트카를 타고 돌면서 대자연에서 너무나도 부러운 캠핑 생활을 즐기며 친해진다. 제목에 텐트가 들어간 만큼 팬데믹 이후 다시 불붙은 캠핑이란 키워드를 가져간 것이 기획의 묘수이긴 하나 캠핑 고수라는 스타들을 우리가 그 동안 한두 번 만나본 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얼핏 생각나는 캠핑, 여행 예능만 해도 KBS Joy <나는 차였어>, JTBC <갬성 캠핑>, MBC에브리원 <요트원정대>, tvN <바닷길 선발대> 등이 있다. 플랫폼을 넓히면 관련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웹예능만 해도 김숙의 콘텐츠를 비롯해 <신서유기 스프링캠프> 등등이 생각난다.

사실상 캠핑이란 키워드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텐트 밖은 유럽>은 자사의 또 다른 배우 여행예능인 <바퀴 달린 집>과 뿌리를 같이 한다. <바퀴 달린 집>이 코로나 시국에 여행예능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면, <텐트 밖의 유럽>은 하나의 장르적 규칙과 문법으로 자리 잡은 기존 여행 예능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이 차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꽤나 길게 <텐트 밖은 유럽>의 익숙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텐트 밖의 유럽>은 놀랍게도 매력적이다. 배우들은 역시나 호감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감상하고 체험하고 감탄하는 자연은 절로 힐링이란 단어가 연상된다. 그 속에 잠시나마 들어가 즐기는 슬로라이프의 간접 체험은 가슴을 뛰게 만든다.

특히나 나영석 사단의 예능을 통해 너무나 친근해진 유해진의 존재는 반갑고, 차승원, 나영석 PD와 함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롭다(윤균상도 마찬가지). 어쩌면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흥미로운 설정이다. 유해진은 <공공의 적> 이후 배우로서도 너무나 유명하지만, 차승원과 은연하게 팽팽한 기싸움 와중에 티키타카를 이루는 <삼시세끼 어촌편>, <스페인하숙> 등 나영석 사단의 일원으로 더욱 대중과 가까워졌다.

<텐트 밖은 유럽>에서 유해진은 나영석 사단의 울타리 밖에서도 우리가 익히 알던 그 구수한 매력을 다시 한 번 발산한다. 형님 노릇하지 않고, 아재 개그 즐기고, 짓궂은 장난을 친다. 볶음고추장처럼 너무나 익숙한 맛인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평범하고 익숙하지만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이유가 바로 유해진을 비롯해 좋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만드는 익숙한 바이브에 편안함과 로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흔하고 흔한 볼거리임에도 새롭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만드는 건 역시나 유해진을 중심으로 우려내는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능의 성공 키워드 중 으뜸으로 진정성을 꼽는 시대다. 그런 점에서 <텐트 밖은 유럽>은 지금 출연진들, 이탈리아에서 합류한 캠핑 고수라는 박지환까지 모두 같이 그리고 또 각자 이 여행을 오롯이 즐기고 있다는 점이 화면 밖으로 전달이 된다. 어떻게 보일까, 방송 촬영 중이라는 개념보다 실제로 여행을 즐기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런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여행지에서 즐기는 아침 조깅이다. 아디다스만 고집하는 유해진이 조깅을 즐긴다는 건 나영석 사단의 예능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를 다시 보니 반가운 가운데, 이번엔 진선규도 함께한다.

그는 1회에서 런닝을 시작한 계기가 고가의 살로몬 러닝화를 선물해준 유해진 배우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러닝 관련 콘텐츠를 즐겨 보는 시청자라면 진선규 배우의 뛰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간 유튜브 러닝 관련 채널에 순수하게 출연하며 러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우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방송에서도 꾸밈없이 보여준다. 옷부터 이른바 찬조 출연 중인 유튜브 채널과 관련된 제품들이다. 그냥 그대로 입고 나와 매일 아침 새로운 장소에서 조깅을 즐기는데, 방송에 노출된 제품에서 PPL이 아니라 진정성이 느껴지는 매우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방송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캠핑, 러닝이란 취미를 가진 출연자들이 뽐내거나 보여주기가 아닌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로, 자전거로, 뛰고, 걸으며 이국적인 대자연의 풍광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보여주면서 보다 가깝고 또 다채롭게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해진이 스위스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아깝지 않냐며 출연진과 스텝들을 호수로 끌고 들어가 물놀이판을 만든 것도 이후 다른 호수에서도 기꺼이 몸을 담구는 것을 보면 진심임을 알 수 있다.

모든 예능이 새로운 가치나 볼거리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텐트 밖은 유럽>이 바로 그 예다. 익숙하지만 그래서 기대되는 재미 또한 있다. 6화처럼 여행지 소개에 초점을 맞추는 회차도 있지만 아침 조깅과도 같은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여행예능에 숨어 있는 재미 요소다. 과연 이들도 선배인 <바퀴 달린 집>처럼 시리즈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점점 더 이들의 다음 여정도 함께하고 싶어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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