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웃음에 글로벌 공감까지... ‘더 존’이 가진 K예능의 가능성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빵빵 터지는 웃음과 마음까지 사로잡는 공감. 얼마 만에 보는 신박한 예능의 맛인가.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더 존 : 버텨야 산다(이하 더 존)>는 일단 재밌다. 그건 자기 캐릭터가 확실한 유재석, 이광수 그리고 권유리가 버텨야 하는 생존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포복절도의 웃음에서 비롯된다.

제작진은 이들을 섭외한 이유로 유재석은 ‘휴머니즘’, 이광수는 ‘유머’ 그리고 권유리는 ‘하모니’를 내세웠지만 일단 이 키워드들은 첫 회에 이들이 들어가게 된 이른바 ‘아이(eye)존’에서 여지없이 깨져버린다. 유재석의 입에서 연실 “야 이 XX야!”라는 욕이 터져 나오고, 이광수는 하늘이 도와주는 예능인으로 어떤 상황 속에서도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지만 스스로는 “포기하시죠”를 연발한다. 권유리는 처음에는 예능을 낯설어 하지만 제작진이 슬쩍 첫 회부터 넣어 놓은 것처럼 처음의 모습과 나중의 모습이 가장 크게 변화할 신 캐릭터란다.

많은 분들이 유재석과 이광수의 조합에서 <런닝맨>이나 이미 넷플릭스에서도 시도했던 <범인은 바로 너> 같은 게임 예능을 예상할 게다. 물론 캐릭터 플레이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유사함이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시작하지만 <더 존>은 훨씬 극한 상황 속에 이들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훨씬 리얼한 재미요소들이 튀어나온다.

<더 존>은 그 구성이나 방식에 있어서도 <런닝맨>이나 <범인은 바로 너>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기획이다. 전작들이 어떤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더 존>은 그런 복잡함이 별로 없다. 제목에 이미 들어 있는 것처럼 이 예능 프로그램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어떤 상황(더 존) 속에서 버텨내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구성을 갖고 있다. 그것도 단 4시간만 버티면 되는.

제작발표회에서 이광수가 바로 그 4시간 때문에 혹 해서 출연을 결심했는데 그 4시간이 좀 다르더라고 농담을 한 이유는 단박에 드러난다.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날씨지만 폐건물에서 4시간을 버티면 된다는 미션에 별 거 아닌 것처럼 쉽게 생각했던 출연자들은 금세 그게 극한의 지옥으로 바뀌는 걸 경험한다. 이른바 ‘아이존’에서 여기 저기 다양한 방식으로 눈이 등장하고 그걸 보게 되면 스프링클러나 호스 등에 의해 물이 뿌려지는 상황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추위 속에서 건물 안에 장치된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몸 개그를 하게 되는 그 상황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든다.

물론 그건 자극적인 면이 있고 그래서 유재석도 나오는 욕을 멈추지 않지만, 중요한 건 이런 ‘버티는 미션’을 하는 취지에 대한 공감이다. <더 존>은 코로나19처럼 자연 재해 등이 만들어내는 극한의 상황을 상정해 그 안에서 버텨내는 출연자들의 면면을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 번째로 등장한 ‘아이존’이 환경 파괴에 의한 기후 변화의 문제를 담고 있고, 두 번째로 등장한 워터존은 수위 조절을 미션으로 온난화에 의해 빙하가 녹아 생겨나는 수위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등장한 바이러스존은 코로나19 같은 상황 속에서 잊지 말아야할 인간성에 대한 경고를 담는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가 전면에 내세워져 지나치게 교조적인 느낌을 주면 예능적인 묘미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더 존>은 전체를 웃음과 재미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들로 구성하고 자연스럽게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은유들을 살짝 담는 정도로 메시지를 그려낸다. 이러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힘겨운 상황 속에 내던져져 버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들의 모습들이 허용될 수 있는 것.

이러한 특정 상황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나오는 웃음과 거기에 담긴 공감대는 <더 존>이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른바 K예능의 가능성이 보이는 것. 누구나 쉽게 언어나 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웃을 수 있는 데다, 전 지구적 재난을 상황으로 가져오는 글로벌 공감대까지 갖고 있어서다. 과연 <더 존>은 이러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K예능이 될 수 있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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