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건 모범이 전부인 형사들, 그 인간미에 빠져든다
‘모범형사2’가 형사물에 채워 넣은 따듯한 유머의 파괴력

[엔터미디어=정덕현] TJ그룹 법무팀 직원으로 일하던 문보경(홍서영)은 결국 사직서를 낸다. 사측에서 그를 법무팀으로 끌어들인 건 그의 아버지가 인천 서부 경찰서장 문상범(손종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보경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버지도 또 아버지와 함께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동고동락하는 강력2팀 사람들을 배신하지 못한다. 그걸 문제 삼아 법무팀장은 강력2팀을 상대로 불법 수사, 명예훼손 등을 걸어 고소,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그걸 문보경이 맡아서 하라고 한다. 그걸 할 수 없는 문보경은 결국 사직서를 낸 것.

그는 사직서를 던지고 나오며 이렇게 일갈한다. “제가 여기 있으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요. 더럽고 치사한 놈들한텐 더 더럽게 대응해야 된다. 그래야 자기들한테 얼마나 썩은 내가 나는 지 안다.” 호기롭게 퇴사했지만 문보경은 집 앞에서 터덜터덜 걸어 들어오고 있는 아버지 문상범을 만나 맥주 한 캔씩을 마신다. 문상범 역시 이제 서장직 내려놓고 살 길을 찾아야 할 판이다. 강력2팀이 끝끝내 TJ그룹이 연루된 사건을 파고들고, 그 역시 그걸 막을 명분이 없다. 치킨집이라도 할까 고민하는 문상범과 사직서를 던지고 온 딸 문보경. JTBC 토일드라마 <모범형사2>에는 이런 ‘먹고사니즘’을 고민하는 인간적인 인물들과 그것마저 빼앗겠다며 자신들의 치부를 덮으려는 대기업 권력자들이 대결한다.

현실이라면 자본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서 강력2팀 같은 인간미 넘치는 형사들이 버텨낼 재간이 있을까 싶다. 실제로 이 드라마 속에는 TJ그룹과 결탁해 그들의 범죄를 덮어주고 뒷돈을 받고 퇴직 후 자리를 약속받는 광수대 대장 장기진(이중옥) 같은 인물이 있다. 그들에게는 사건을 덮어주는 대가로 아파트 한 채가 쉽고 거액의 돈다발이 주어진다. 그래서 살해된 정희주(하영) 사건을 꼬리 자르기 하려하며 천나나(김효진)가 개입했을 수 있다는 증거인 정희주의 피묻은 옷가지를 그의 할아버지 정인범(박근형)이 갖고 있는 걸 알게 되자 그마저 살해하려 한다. 돈과 권력(자리) 앞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들이다.

이 정도의 대결구도라면 <모범형사2>는 그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모범적으로 살아간다는 그 하나 때문에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가고 그렇게 버텨낸 이들의 미래 또한 암울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를 무겁고 암울하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가진 게 모범 하나뿐인 형사들의 인간미를 유쾌한 유머에 담아 전한다.

TJ그룹에 사직서를 내고 나온 문보경이 강력2팀 권재홍(차래형) 형사를 찾아와 딴에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소송을 준비하라는 말에 권재홍 형사가 하는 대꾸는 한 편의 콩트 코미디를 보는 듯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TJ를 건드셨잖아요. 그 사람들 당한만큼 반드시 돌려주는 사람들이에요. 준비 좀 하셔야 될 거예요. 진짜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이렇게 걱정하는 문보경에게 권재홍은 “에이 무서울 게 뭐가 있어요? 이 형사라는 것이 원래가 무서운 사람 상대하는 그런 직업이에요.”라고 답한다.

“소송 걸리면 가진 것까지 다 뺏어 갈 수 있어요.”라고 하자 “허허 원래 개털인데 뭘 더 뺏어가요?”라고 답하고, “잘못하면 승진 같은 것도 못할 수도 있어요.”라는 말에는 “이 형사는 승진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짬밥이 우선”이라고 한다. 심지어 “가족까지 피해 받을 수도 있다”는 말에는 이런 말로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아 가족이래 봐야 백수 동생 하나 있는데 걔한테 피해줄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밖에 없어요. 동생이 하고 있는 게임에 들어가서 아이템을 다 뺏어버리는 거지. 그러면 돌지.”

결국 걱정하는 문보경에게 어쩌다 자신의 처지를 다 까놓게 된 권재홍. 은근히 문보경을 마음에 두고 있는 그는 괜한 걱정을 했다며 돌아가려는 그에게 순댓국밥이라도 사겠다며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한다. 그러자 문보경은 이를 거절하며 그 이유로 권재홍이 한 말들을 모두 되돌려 놓는다. “아 아니요. 가진 거 개털 없고 승진할 생각도 없고 벌어 먹일 백수 가족밖에 없는 사람한테 무슨 밥을 얻어먹어요. 벼룩에 간이나 빼먹지. 그냥 갈게요.”

농담처럼 그려낸 장면이지만, 여기서 묻어나는 인간미와 유머가 바로 <모범형사2>가 가진 강력한 힘이다. 강력2팀 사람들의 다소 엉뚱하면서도 짠내 가득한 삶은 시청자들을 웃게 만든다. 그들은 이 현실에 타협해 탈법까지 자행하는 이들 속에서 꼴통처럼 보이고 그래서 가진 게 없어 보이지만 실상 인간미와 지킬 건 지킨다는 모범으로 똘똘 뭉친 유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모범형사2>는 자본으로 무장해 돈 냄새 풀풀 풍기며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더럽기 그지없는 저들과,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지킬 걸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의 인간미와 유머가 대결하는 형사물이 되었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강도창(손현주)의 분노와 따뜻함과 인간미에 시청자들이 유독 빠져드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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