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 떡밥으로 시청률은 얻었지만 완성도는 글쎄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진짜 빅마우스는 누구인가. 이 정체 하나로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제 최종회만을 남긴 <빅마우스>의 15회 시청률은 최고 시청률인 12.3%(닐슨 코리아). <빅마우스>는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 <트레이서>, <내일>, <닥터로이어>까지 다소 아쉬웠던 MBC 드라마의 시청률 성적을 다시 끌어올린 작품이 됐다.

하지만 이제 단 한 회를 남긴 <빅마우스>가 지금껏 흘러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매회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린 힘은 분명했지만, 완성도 면에서 보면 드라마 전개가 다소 자의적으로 흘러왔다는 인상이 적지 않다. 가장 이런 인상을 남기는 건 그토록 큰 떡밥으로 굴려왔던 빅마우스의 정체가 노박(양형욱)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의외의 인물을 세워 주는 반전의 충격은 충분히 주었지만, 그가 딸의 죽음 때문에 그렇게 만든 저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안겨주기 위해 지금껏 꾸며온 일련의 사건들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다. 저들의 클래스가 달라 자신은 할 수 없다며 박창호(이종석)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노박의 대사를 통해 전해졌지만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상 작가가 자의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설정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할 일을 다한 인형 같은 존재로서 노박은 곧바로 살해당한다. 그간 빅마우스의 정체를 갖고 그토록 드라마가 끌고 왔던 걸 생각해 보면 진짜 빅마우스 노박을 이렇게 존재감 없이 드라마에서 지워버리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결국 박창호가 진짜 빅마우스가 된다는 그 설정을 위해 작가 자의적으로 스토리의 흐름을 바꿨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자의적 설정은 초중반까지 박창호와 더불어 분명한 자기 역할이 존재했던 고미호(임윤아)가 후반부에 이르러 림프종 말기 판정을 받는 시한부 상황을 맞이한 부분에서도 느껴진다. 물론 모종의 화학실험이 있었고, 그걸 추적하다 방사능에 피폭되어 생겨난 거라는 나름의 개연성은 있지만, 서사에서 고미호의 역할이 상당 부분 뒤로 빠져버리고 그저 박창호를 더욱 복수에 불타게 만드는 요인 정도로 활용되고 있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고미호는 훨씬 더 중심적인 역할이 가능했던 캐릭터다. 간호사라는 설정 자체가 이 <빅마우스>의 가장 중심적인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화학실험을 파헤치는데 있어 최전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양어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험을 파헤치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그것은 박창호와 최도하(김주헌)가 시장 선거를 앞두고 맞붙는 상황에서 남편을 돕기 위한 선택으로 그려진다. 상당부분 고미호라는 인물의 역할이 축소되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굳이 시한부 설정을 넣어 이를 모두에게 숨긴 채 박창호 몰래 눈물을 흘리고, 잠든 아버지 옆에서 몰래 셀카를 찍는 그런 장면들은 이 인물의 매력 자체를 떨어뜨린다. 너무 수동적으로 그려지고 주변 인물들을 위해 소비되는 역할들만 수행하고 있어서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여성 캐릭터들이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지만, 이런 식의 인물 활용이 나타나는 건 중심 캐릭터를 위해 주변 인물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활용하는 작가의 서사 방식에서 비롯된 일이다.

물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는 스릴러 장르의 핵심적인 추동력을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그러한 반전들도 전체 서사의 얼개 속에서 저마다 납득될만한 개연성을 담보해야하고, 특히 인물에 있어서는 일관된 통일성을 갖고 그려져야 한다. 그저 그때그때의 극적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의적으로 꾸며지는 반전과 인물 활용은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되돌아보면 너무나 즉흥적인 흐름으로 인해 완성도를 느끼기 어렵게 만들기 마련이다. 물론 무수한 떡밥에 지치기도 했지만 나름 볼 때는 흥미진진했던 드라마가 끝에 이르러 여운을 남기지 못하고 허무한 느낌을 주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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