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코치 제갈길’, 흔치않은 길을 가는 스포츠 드라마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월화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은 슬럼프에 빠진 쇼트트랙 선수 차가을(이유미)과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멘탈코치 제갈길(정우)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설정부터 휴먼 스포츠드라마의 그림이 그려지지만, <멘탈코치 제갈길>은 그 흔한 그림과 다른 길을 간다.

일단 <제갈길>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김반디 작가다. 김반디 작가는 MBC <앵그리맘>을 통해 데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거치면서 특유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판타지와 장르극이 넘나드는 드라마월드에서 김반디 작가는 현실의 문제를 놓치지 않는다. <앵그리맘>에서는 교육 문제를 <조장풍>에서는 갑질 기업의 폐해를 다뤘다.

드라마에서 현실 비판은 늘 있어왔지만 김반디 작가의 작품에는 현실비판 작품 특유의 눅눅함이 없다. 대신 1980년대 MBC <인간시장>의 계보를 2천 년대 식으로 이어간 활극의 맛이 있다. 물론 1980년대에 비해 힘의 논리는 더 철저하고 은밀하게 개인을 옥죈다. 김반디 작가는 기본적으로 코믹한 진행 안에서도 이런 설정들을 놓치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은 신작 <제갈길>에서도 마찬가지다.

<제갈길>은 지난 몇 년 이슈화됐던 스포츠 내부의 비리, 그 중에서도 첨예한 이슈가 됐던 쇼트트랙의 세계를 다룬다. 물론 <제갈길>에서 보여주는 쇼트트랙의 국가대표 관련 비리는 현실보다는 좀 더 단순하게 가공됐다.

하지만 <제갈길>은 초반에 코치와 협회에 의해 승부가 좌우되는 젊은 쇼트트랙 선수들의 절망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코치의 눈 밖에 나 어렵게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차가을만이 아니라 쇼트트랙 에이스 오선아(박한솔)의 압박과 두려움까지 포착했다. 그렇기에 <제갈길>의 쇼트트랙 장면이 이어질 때 빙판에 스케이트 날이 스치는 소리는 굉장히 섬뜩하다. 권력의 차가운 빙판 위에서 위험하게 달리는 청춘의 상처가 순식간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가을의 서사가 무거움을 깔고 간다면, 멘탈코치 제갈길은 코믹의 지분을 맡고 있다. 제갈길만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나 주변의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 역시 불행을 웃음으로 극복한 이들이다.

그렇기에 <제갈길>은 웃음을 잃은 차가을이 제갈길과 그의 친구들을 통해 점점 웃음을 회복하는 서사로 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동시에 금메달 신화에 매달리거나 압박과 훈련만 거듭했던 한국 스포츠계를 풍자하는 동시에 스포츠의 기본인 건강한 웃음을 되찾아가는 서사일 수도 있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인상적인 빌런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유미는 <제갈길>에서 주인공 차가을을 훌륭히 소화한다. 단순히 씩씩하기만 한 스포츠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없다. 차가을은 가난한 집안의 기대를 안고 있는 예민한 쇼트트랙 선수를 연기한다. 선수로서의 강인함을 유지하기 위해 아픔을 꾹꾹 눌러내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제갈길을 연기하는 정우의 경우는 아직은 극에 덜 녹아든 느낌이다. 작가의 전작 주인공 조장풍과 다르게 제갈길은 완성형의 로빈훗이 아니다. 그는 차가을처럼 내면의 상처가 남아 있고,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며, 히어로와 빌런의 중간쯤 되는 인물이다. 게다가 제갈길은 누군가의 스승, 멘토로 성장해야 인물이어서 부드러운 인자함과 냉철한 전략가의 양면성을 지녀야만 한다. 겉보기에는 코믹한 한량처럼 보여도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소화하기 복잡한 캐릭터다.

그런데 배우 정우는 코믹함과 진지함의 감정을 잘 연기해도, 감정의 색깔이 풍성한 배우는 아니다. 가수로 치자면 가지고 있는 음역대가 좀 좁은 편. 그렇기에 그는 평범한데 또라이 같은 남자친구나 조폭처럼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굵직하게 드러나는 캐릭터에서는 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허나 <제갈길>에서는 배우가 코믹한 장면을 잘 살리거나 우격다짐이지만 귀여운 면이 있는 남자 느낌을 보여준다 한들 이 캐릭터의 존재감까지 살리기는 쉽지가 않다. 가끔은 만화의 주인공처럼 엉뚱해야 하고, 가끔은 진솔한 면을 보여줘야 하고, 또 결국에는 보는 사람에게 믿음직한 멘토 같은 느낌까지 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배우 정우에게도 제갈길은 지금껏 그가 달려본 적 없는 트랙이다. 그 트랙을 훌륭하게 완주한다면, 정우는 짱구와 쓰레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캐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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