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은영 리포트’, 오은영이 있어 충격부터 위로, 힐링까지

[엔터미디어=정덕현] “배부르면 먹지 마. 아까 많이 먹었지?” “이따가 더 먹을 거잖아?” “적당히 조금씩만 먹으면 되지 많이 먹으려고 하니까 그렇지.”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말의 대부분은 ‘먹지 말라’는 거였다. 그런 남편의 말에 아내는 내내 상처받았다. 20년째 지속해오고 있는 다이어트. 하지만 연년생으로 출산하며 관리하지 못해 찌게 된 살은 빠지지 않았다. 매일 운동하고 먹는 걸 제한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그것보다 더 힘든 건 남편의 끝없는 다이어트 잔소리와 눈치였다.

MBC <오은영 리포트 시즌2: 결혼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이 정규 방송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첫 번째 사연은 ‘20년째 살빼 vs 못빼’라는 부제로 소개된 이른바 ‘빼빼 부부’의 이야기였다. 지금껏 <오은영 리포트>에 소개된 부부들의 갈등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번 사연 역시 진짜 악의가 있다기보다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몰라서 생겨난 갈등이었다. 하지만 몰라서 생기는 갈등이라고 보기에 그 결과는 의외로 심각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아내에게 남편이 약에 의존하지 말라며 먹지 말라고 한 대목 같은 게 그것이었다. 우울증이 다이어트 스트레스 때문으로 생긴 건 아니었지만, 이 사안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남편이 잘못된 정보에도 자기 생각이라면 맞다고 확신하는 그런 태도였다. 남편이 끊임없이 아내에게 먹는 것에 대한 눈치를 주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믿음이 굳건했다. “싸우더라도 이런 말을 해줘야 내 눈치를 보면서 덜 먹는 구나” 생각한다는 것.

하지만 남편의 그렇게 툭툭 튀어나오는 자기중심적인 말에 아내는 큰 상처를 받고 있었다. 함께 부부가 일하는 상황에서, 이럴 거면 왜 가게에 나오라고 하냐는 아내의 토로에 남편이 던진 “2층에 있으라고 했잖아? 나오지 말라고.” 같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아내는 그 말에 대노했다. “내가 그렇게 뚱뚱하고 내가 그렇게 짐승 같냐 너는? 나 꼴보기 싫으니까 2층에 있으라는 거잖아. 지금.”

이렇게 아내의 입장으로 보면 남편은 누가 봐도 아내를 괴롭히는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편의 입장을 담은 영상을 보면 의외로 남편이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자수성가해 2호점까지 내 성공한 남편은 그것이 “아내가 함께 했던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제 바라는 건 아내와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홈쇼핑에서 사서 안 입는다고 옷을 버려 아내를 화나게 하면서도 아내가 살을 빼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한번 업어보고 싶어요”라고 의외의 달달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의 옷을 사러 가서 옷가게 직원이 있는 앞에서도 “내가 봐서는 살찐 사람들은 치마 입어서는 안돼”라고 막말을 하거나, 간만에 친구부부 동반 식사자리에서도 못 먹게 눈치를 주고 심지어 “남자들이 돈을 벌면 마누라가 예뻐진다는데 나는 돈을 못 버나 봐”라는 어이없는 말을 내뱉는 건 아내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간파하고 문제의 원인이 다이어트 자체가 아니라 상처를 주는 남편의 표현들에 있다는 걸 짚어냈다. “대화를 할 때 남편분은 상대방의 의견이 남편분의 생각하고 맞지 않을 때는 안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이런 식이라면 아내는 절대로 살을 뺄 수 없을 겁니다.” 남편의 말들은 “빈정거림, 비아냥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 원인으로서 자수성가하면서 본인이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남편의 성향을 들었다. 하지만 “믿음이 지나치면 고집스러워지고 편견적 사고를 갖게 된다”고 오은영 박사는 지적했다. 그런 남편의 삶의 방식 속에서 아내는 자존감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지워져가고 있었다. 사전 질문지에 가장 큰 결점을 “내가 뚱뚱한 거”라고 썼고 내가 바라는 여성상은 “예쁘고 날씬한 사람”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나의 미래는 공란으로 아무 글도 채워넣지 않았다.

놀라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오은영 박사가 “스스로 살을 빼고 싶은 건 맞냐?”고 묻자 “빼고 싶다”고 말한 아내는 그 이유가 뭐냐는 오은영 박사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랑이 원하니까.” 남편이 한 일련의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들은 잘못된 게 분명하고 그래서 아내는 아파하고 화가 났던 게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도 아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이라는 사전 질문지에 ‘남편’이라고 썼다.

오은영 박사가 내린 힐링 리포트는 아내가 “다이어트 주도권을 가지라”는 것이었고, 남편은 “입에 지퍼를 채우라”는 거였다. 다이어트에 대한 다소 충격적인 상처 주는 말들이 오가는 상황들로 시작했지만, 그 말 뒤에 놓인 아픔들을 어루만져주고 때론 공감해주기도 하는 오은영 박사는 그 문제의 핵심이 부부 간의 엇나간 대화 방식이라는 것도 콕 짚어내 지적했다. 또한 갈등으로만 가득 채워진 것 같은 이들 부부의 이면에 담겨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까지도 찾아냈다. 충격적인 부부의 갈등 상황을 가져오지만 그 안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가며 때론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고 절망적인 ‘결혼지옥’에 어떤 희망의 작은 단서를 찾아내는 것. <오은영 리포트>여서 가능한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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