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싱어’ 제작진은 메타버스 예능에서 어떤 미래를 본 걸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메타버스가 과연 방송의 미래, 혹은 예능의 한 장르가 될 수 있을까? 올해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버추얼 아바타 등 관련 신기술을 예능 포맷에 도입한 프로그램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페이스 에디팅을 내세운 티빙 <가상세계지만 스타가 되고 싶어>, 섬 전체를 야외 스튜디오로 삼은 넷플릭스 <신세계로부터>를 시작으로 올해는 아바타 소개팅의 본격판인 JTBC <러브in>, 팬데믹 시대에 음악 페스티벌을 가상공간으로 가져온 JTBC <뉴패스타>, 유재하, 임윤택 등 고인이 된 아티스트를 복원한 티빙 <얼라이브>(JTBC 제작), 기성 가수들이 제2의 도전을 노리는 JTBC <인생 리셋 재데뷔쇼 – 스타탄생> 등이 이어졌다.

JTBC만 이 사업과 주제에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하반기 론칭 목표로 MBC <마리텔>의 박진경 PD가 기획하는 가상세계를 무대로 한 여성 아이돌 오디션예능프로그램 <VIP 30>을 제작 준비 중이고, 현재 방송 예능의 왕좌에 앉아 있는 TV조선 또한 메타버스 AI 음악쇼 <아바드림>을 10월 3일부터 방송한다. 관련해 부상 이전의 강원래와 듀스의 김성재를 아바타로 소환한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26일 첫 방송을 한 MBN <아바타 싱어>는 가장 본격, 전격적이다. <아바타싱어>는 아바타의 실제 가수가 누구인지 추리를 하고, 탈락하면 실제 가수를 공개하는 추리 음악 예능이다. 뭔가 기시감이 훅 느껴지겠지만 일단 넘어가자. 아바타를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구현해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아바타에 접속한 실제 가수들은 모션 캡처 슈트를 착용한 후 3D 아바타와 한 몸이 되고, 아바타는 리얼 타임 엔진으로 실시간 랜더링돼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국내 최초 메타버스 뮤직쇼라고 자부하는 만큼, ‘증강현실 기술’과 ‘리얼타임 애니메이션’이라는 두 가지 최신 기술로 아바타가 패널과 방청객 앞에서 실시간으로 무대를 활보하고, 인터뷰까지 능수능란하게 한다.

이를 위해 10회 제작비에 총 150억 원이라는 한국 예능 사상 최고액의 제작비를 들였다. 제작진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일반적으로 편당 1~1.5억으로 잡는 방송 예능 제작비의 10배가 훌쩍 넘고, 회당 12억을 들이며 예능 제작비 100억 시대를 연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의 제작비 또한 경신했다. 넷플릭스가 예능 <먹보와 털보>에 60억, <오징어게임>, <DP>등의 드라마에 각각 200억 씩 투자한 것과 비교해 보면 더욱 더 놀라운 규모다. 그런데 놀라긴 아직 이르다. 방송이 시작되면서 진짜 눈물 나는 일이 벌어졌다. 150억을 들인 프로덕션 디자인에 한 번 놀라고, 첫 회 1.4%로 시작해 그 이후 거의 반토막이 난 시청률에 한 번 더 놀란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아바타싱어>는 기술 쇼케이스에 매몰됐다. 최정상급 현역 가수들이 아바타싱어로 참여해서 그런지 가창력과 무대는 훌륭하다. 현장감은 다른지 스튜디오의 반응도 열광적이다. 실제로 실시간으로 구현된 메타버스 무대는 기존에 접했던 관련 콘텐츠에 비해 진일보한 면모가 있다. 표정 구사나 동작 재현이 그래도 봐줄만하다. 문제는 사업적인 논리를 제외하고 왜 이 기획에 메타버스 기술과 개념이 필요한지, 기획과 기술과 프로덕션 디자인까지 그 어떤 고민과 철학도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는 최근 쏟아지는 메타버스 예능의 전반적인 현상이다.

서바이벌에서 탈락하게 되면 아바타의 정체를 공개하고, 그전까지 과연 아바타의 실제 가수가 누구인지 패널들이 추리한다. 그리고 스타 팔로워라는 이름의 패널들은 무대를 보며 환호하고 놀라고 감동하는 리액션과 극찬을 모든 무대마다 열성적으로 쏟아낸다. 익숙하지 않은가? <복면가왕>과 <불후의 명곡>과 같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 예능에서 수년 째 봐왔던 그림이다. MZ세대에게 접속하기 위해 역대 최고액의 제작비를 썼는데 왜 중장년층에게 다가가는 예능 장르와 문법을 가지고 왔는지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MZ세대가 <복면가왕>을 즐기지 않았던 것은 가면을 아날로그로 제작해서가 아니다.

기술에 경도된 장면은 계속 발견된다. 1,2화 방송 이후 반응이 좋지 않자, 아예 한주 결방을 하면서 실제 가수와 아바타 사이의 싱크로율을 높이는 비주얼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밝혔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아바타싱어>의 문제는 버추얼 캐릭터의 기술적인 완성도에 있는 게 아니다.

K-콘텐츠의 세련된 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끄는 시대에 <아바타싱어>는 기술 구현에 함몰된 나머지 콘텐츠의 세계관과 비주얼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완성도 높은 최신 기술 구현에 비해 버추얼캐릭터, 즉 아바타의 작화와 무대 연출은 오래전 아카이브에서 꺼내온 듯 너무나 나이브하다. 캐릭터의 패션, 헤어스타일, 스튜디오 디자인과 연출 등의 비주얼은 1990년대 노래방이나 오락실에서 만나볼 법한 세기말 재패니메이션의 톤앤매너에 머물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선 아바타를 구현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 무대 뒤의 기술적 성취보다 새로운 재미와 영감을 원한다. 그런데 <복면가왕>과 너무나 유사한 식상한 콘셉트와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심하게 먼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나타났으니 어떻게 즐겨야 할지 당혹스럽다.

이런 <아바타싱어>의 총체적 난국은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메타버스 예능의 전반적인 모습이다. MZ세대를 향한다지만 정작 MZ세대의 감수성과 관심사는 없고, 기술을 내세워 기획에 정당성과 논리를 부여한다. 그러나 기술을 앞세우는 마케팅과 기획은 예능이 아니라 박람회장에서 할 일이다. MZ세대를 볼모로 삼기에는 그들이 만들고 즐기고 열광하는 트렌드와 스타일, 문화가 대부분 현실 위에 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심지어 <아바타싱어>는 계약상의 문제로 MBN에서 다시보기 이외에 방송과 관련 영상을 접할 수가 없다. 오늘날 가장 기본적인 방송 마케팅인 유튜브 및 온라인 커뮤니티의 후광 효과는커녕 TV로 실시간 방송을 보지 않는 대다수 MZ세대에겐 메타버스보다 가상세계라기보다 유니콘에 더욱 가깝다.

영화 <탑건2>에서 탐 크루즈가 남긴 명대사 ‘But not today’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치환하자면 왜 굳이 지금 예능에서 아바타와 메타버스여야 하는 걸까? 제작진들은 메타버스 예능에서 어떤 미래를 본 것일까? 주로 음악예능에 접목하는 걸보니 답이 빠른 시일에 쉽게 찾아질 것 같진 않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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