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커’의 끝없는 요리 과정이 지루하지 않은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아 선생님 천천히 드세요! 뭐 이리 빨리 드세요. 천천히 드세요. 천천히.” 아마도 백종원은 식사시간에서조차 허겁지겁 먹고, 심지어 걸려온 전화로 진단에 처방까지 내리느라 편하게 식사를 하지 못하는 의료진들을 보며 마음 한 편이 짠했던 모양이다. tvN 예능 <백패커>가 찾아간 ‘암센터’. 그곳 수술실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을 위한 식사자리는 그래서인지 더더욱 훈훈했다.

외부와의 감염을 막고, 긴박한 수술실에서 바로 나와 식사를 할 수 있게 따로 마련되어 있는 좁은 식당에서 의료진들은 간만에 맛난 음식들을 먹으며 “매일 이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에 많게는 6차례의 수술을 하기도 한다는 그들은, 하루 종일 서 있는 게 일상이고 환자의 생명이 오가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식사를 거르는 것도 일쑤다. 그래서 특별히 수퍼푸드를 이용해 만든 어향 가지튀김과 마늘보쌈, 시금치 우삼겹 된장국은 더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밥맛 중 제일 좋은 밥맛은 노동과 허기가 만든다고 했던가. <백패커>는 의뢰를 받아 즉석에서 대용량 요리로 대접을 하는 것을 콘셉트로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를 하는 과정만큼 누가 의뢰를 했고 대접을 받는가 하는 점이다. 암센터는 국립으로 수술도 하지만 암 정복을 위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생명을 살리기 위한 그 노동의 가치는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식사 자리에서조차 이들은 환자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핸드폰으로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는 진단과 처방까지 내리는 일이 낯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경험치가 있어 보이는 선배 의료진들은 그 와중에도 여유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인턴들은 빨리 식사하는 것이 습관이 된 듯 보였다. “선생님들이 이렇게 식사시간도 제대로 못 지키면서 하시니까 저희가 덕분에 암 완치율이 굉장히 높아져갔고...” 백종원의 말대로 지금 현재 우리의 암 완치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70%에 달한다고 했다.

<백패커>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부대를 찾아가기도 하고, 교정 시설을 찾아가 똑같이 교도소에 감금생활을 하는 고충을 겪는 간수들의 짠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또 화재현장이나 구조현장에서 위급한 시민들을 구해내는 소방관들을 배출해내는 소방학교를 찾아갔고, 기상 상황을 바다 위에서 체크해 알려주는 기상선을 타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잘 보이지 않지만 제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이 있어 우리네 일상이 지탱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매번 의뢰에 따라 그날 해야 할 음식이 소재도 양도 달라지지만, <백패커>가 보여주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매회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슷한 요리 광경이 펼쳐지고 있어도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은 그렇게 정성껏 차린 음식을 맛있게 드실 특별한 의뢰인들 때문이다. 그들을 제대로 대접하고픈 그 마음이 모여 그 비슷한 과정들조차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

“저희도 오늘 나름대로 연구는 했지만 그래도 평상시 여러 선생님들께서 암 완치율 위해서 고생하시는 거에 비하면 저흰 아무 것도 아닙니다.” 백종원의 그 한 마디는 그래서 그들이 애써 만들어 대접한 음식들만큼 프로그램에 포만감을 준다. <백패커>의 힘은 바로 우리 사회 곳곳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분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한다는 그 지점에서 나온다. 암센터 의료진들에게 “천천히 드세요”라고 하는 백종원이 말이 특별하게 들리는 건 그래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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