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사냥’, 서인국도 정소민도 이렇게 소비되는 영화라니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도대체 이 잔혹함은 무엇을 위함일까. 김홍선 감독의 영화 <늑대사냥>은 시작부터 폭탄 테러에 팔 다리가 조각조각 잘려나가는 광경이 펼쳐지더니, 칼로 목을 따고 해머로 머리를 으깨며 두 다리를 통째로 잘라 버리는 잔혹한 장면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스릴러나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금세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법하다. 이건 거의 ‘하드고어’ 영화에 가까운 잔혹함과 수위이니 말이다.

영화의 설정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왔던 1997년작 <콘 에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중범죄자들 수송기 ‘콘 에어’를 공중 납치한 흉악범들과 맞서 싸우는 미 육군 특공대 출신 카메론(니콜라스 케이지>의 액션이 펼쳐졌던 영화. 대신 <늑대사냥>은 필리핀에서 국내로 이송되는 인터폴 수배자들을 태운 선박 안에서 벌어지는 살육전이 펼쳐진다.

온 몸에 살벌한 문신을 한 종두(서인국)가 금방이라도 씹어 먹을 것 같은 얼굴로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더니, 급기야 이들을 탈출시키려는 세력들이 호송하는 형사들을 무차별로 살육하고 도륙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수갑을 풀고 진짜 형사의 귀를 씹어 먹은 후 한 세력이 된 흉악범들이 관객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이들과 싸울 형사들이 대결을 벌이지만 어딘지 대결상대가 되어 보이지 않는 무력함을 만들더니, 영화는 이 부분에서 갑자기 장르를 점프해 SF물에 가까운 괴물을 등장시킨다.

그 괴물은 일제가 패망하기 직전 동남아 어느 섬에서 펼쳐진 인간을 무기화하는 실험에서 가장 성공에 근접해 살아남은 존재이고, 결국 흉악범 호송은 이 괴물을 데려다 인간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기 위한 명분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괴물은 인간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괴력을 가졌고 총에 맞거나 칼에 찔려도 잘 죽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는 흉악범들이 이 괴물의 사냥감이 된다. 그들은 찢겨죽고 맞아죽고 몸이 잘려 죽는다. 심지어 머리 전체가 날아가 몸과 분리될 정도로 맞아죽는 시체들이 수송선을 가득 채운다.

이제 영화는 <콘 에어>가 아니라 <터미네이터>의 로봇 대신 인간병기가 등장하는 버전처럼 흘러간다. 주먹 한 방에 사람이 피떡이 되어 날아가는 그런 광경들은 관객들이 보기 불편할 정도로 계속 등장하는데 그건 마치 영화관에 앉아 2시간짜리 고문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갖게 만든다. 그러한 잔혹함이 어떤 맥락이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왜 이리 잔혹한가에 대한 충분한 답을 전해주지 않고 있다.

서인국에 정소민, 박호산, 성동일, 고창석, 장영남, 손종학 등등. <늑대사냥>의 출연 배우들은 저마다 자기 색깔이 뚜렷한 연기 필모를 가진 배우들이다. 그런데 이런 배우들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과정들은 영화를 너무 허망하게 만든다. 서인국은 그나마 영화에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빠졌지만, 정소민은 그렇게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역할이 없이 처리된다. 이것은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보여주려는 잔혹하고 자극적인 영상 연출은 있지만, 왜 그걸 보여줘야 하는가가 공감되는 서사나 메시지, 맥락이 없기 때문에 배우들은 이 잔혹극에 그저 소비되는 존재들로만 처리된다. 그나마 특이하게 느껴지는 건 멀쩡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들이 영화 속에서 처절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정도다. 왜 이런 불편한 고문 같은 영화를 관객이 굳이 봐야할까. 영화는 그 답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늑대사냥’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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