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검승부’, 대본 아쉬움 채워준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수목드라마 <진검승부>가 12부작으로 마무리됐다. 보통 미니시리즈가 16부작인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그 틀에 짜 맞추기보다는 내용에 맞게 줄이거나 압축하는 게 새로운 흐름이다. <진검승부>는 대본이 풍부한 이야기를 담을 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 개연성이나 전개에 있어서도 아쉬운 지점이 적지 않았다. 너무 익숙한 선악구도의 치고받는 단순한 이야기 전개에 그쳤다. 그러니 12부로 마무리한 건 잘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래도 <진검승부>가 12부로 잘 마무리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건 진정(도경수)이라는 캐릭터의 매력과 더불어, 액션과 느와르적 분위기를 잘 표현해낸 배우들의 호연이 있어서다. 검찰에서도 도무지 통제가 안되는 진정이라는 검사 캐릭터는 사실상 이 작품의 주제의식 그 자체였다. 풍자적인 요소가 담긴 그 캐릭터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도무지 지켜지지 않는 사법 정의를 법 바깥에서 해결하는 인물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만큼 사법 정의에 대한 불신과 비판의식이 깔려 있는 것.

‘부정은 정을 이길 수 없다’라는 ‘사불범정(邪不犯正)’을 말하고 있지만 진정 검사가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올바른 정의 구현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건 그 스스로도 알고 있다. “난 한 번도 내가 옳다 한 적 없어. 난 그냥 당신 같은 사람들을 용서 못할 뿐이고 당신이 틀린 걸 확신하고 있으니깐.” 즉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불법적인 일들을 통하지 않고는 거악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그는 말해준다. 제대로 된 절차보다는 일단 치고 보고, 법적인 수단보다는 먼저 주먹이 앞서는 진정 검사는 그래서 드라마적 판타지로만 그려진다. 괜찮은 캐릭터를 세워두고도 단순한 권선징악을 그것도 사뭇 단순하게 그려내는데 그친 대본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렇지만 <진검승부>의 이런 아쉬운 구석들은 배우들의 호연이 채워줬다. 진정 역할을 유쾌하면서도 절절한 갈망과 광기를 보이는 인물로까지 표현하며 또한 다양한 액션들을 소화해낸 도경수는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나갔고, 최종 빌런이었던 서현규 역할의 김창완은 도무지 무너뜨릴 수 없을 것만 같은 단단한 악역으로 끝까지 극성을 유지시켰다. 끝내 서현규를 잡는 마지막 열쇠가 되었던 박재경 역할의 김상호나, 서현규라는 권력자 앞에서 흔들리다 끝내 검사의 양심으로 돌아온 김태호 역할의 김태우도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밖에도 드라마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고중도 역할의 이시언, 유진철 역할의 신승환, 진정을 돕는 조력자들로서 괜찮은 액션을 보여준 백은지 역할의 주보영, 서현규의 경호원이자 비서로 역시 악당 액션을 서늘하게 그려낸 태실장 역할의 김히어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있어서 드라마의 반전 주인공으로 등장한 오도환 역할의 하준은 앞부분에서는 악역으로 뒷부분에서는 진정을 돕는 동료로 바뀌는 폭넓은 연기를 소화해냈다.

물론 <진검승부>는 또 다른 에피소드만 찾아내면 시즌2를 가져갈 수 있는 드라마다. 그건 무엇보다 진정이라는 캐릭터가 분명히 세워져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2로 오게 된다면 무엇보다 대본에 훨씬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너무 단순한 서사가 다소 뻔해 보이는 약점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괜찮은 승부를 보여준 <진검승부>였다. 물론 그것이 가능했던 건 도경수로 시작해 김창완, 하준으로 이어진 호연 덕분이었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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