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록’·‘3인칭복수’ 통해 본 디즈니의 본격적인 K콘텐츠 행보

디즈니 플러스 '3인칭 복수'
디즈니 플러스 '3인칭 복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거 디즈니 플러스 맞아? 아마도 오랜만에 디즈니 프러스에 접속해 <형사록>이나 <3인칭 복수>를 접한 시청자라면 이런 생각부터 들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어딘가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전체 관람가 콘텐츠들이거나, 마블, 스타워즈 같은 이미 세계관이 구축된 다소 마니아적인 콘텐츠들을 먼저 떠올리게 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최근 공개되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와 <3인칭 복수>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밝은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다크함에 묵직함까지 더해졌다. 피가 튀는 처절한 장면들 속에서도 어딘가 사회성 짙은 분위기를 피워낸다. 넷플릭스가 <인간수업> 같은 드라마를 내놓으며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할 수 없는 소재와 수위의 이야기로 OTT의 확실한 정체성을 드러냈던 그런 느낌이 이들 작품에서는 묻어난다.

디즈니 플러스 '형사록'
디즈니 플러스 '형사록'

<형사록>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형사가 등장하는 수사물이지만, 차별화되어 있는 건 김택록(이성민)이라는 늙은 형사가 풍겨내는 사람 냄새다. ‘늙은 형사’라는 이 드라마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는 이 수사물에 여러 결의 이야기들을 겹쳐 놓는다. 30년 베테랑 형사이니 사건을 보는 눈 자체가 다르다. 한 번 척보면 그 이면의 것들까지 알아차리는 날카로운 눈을 가졌다. 하지만 늙었다는 뉘앙스에서 풍겨지듯 어딘가 체력적으로도 딸리고 나이 들어가는 처연함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 캐릭터의 정체성은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치르며 살아온 그 세월 속에 담겨진 공과 과가 모두 존재한다는 점일 게다. 그는 과거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 또 오래도록 함께 형사 생활을 해온 동료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형사로서 그들의 범죄와 비리를 용납할 수 없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관계도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디즈니 플러스 '형사록'
디즈니 플러스 '형사록'

그래서 <형사록>은 ‘친구’라고 불리는 미지의 인물의 협박으로 과거 덮여지거나 조작된 사건들을 재수사하게 된 택록이 자신의 동료들과 얽혀진 범죄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동시에 자신을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통의 수사물들이 도주하는 범인을 찾기 위한 형사들의 고군분투에 머물고 있다면 <형사록>은 택록이라는 ‘늙은 형사’의 자기 성찰까지 담음으로써 그 묵직함이 더해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3인칭 복수> 역시 시작은 학교폭력을 다룬 학원물이 아닐까 싶었지만, 2회 만에 다크하고 잔혹하지만 어딘가 시원한 하이틴 복수 스릴러의 정체를 드러냈다. 쌍둥이 오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으려는 찬미(신예은)와 머리에 자라나는 종양으로 때론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을 드러내며 복수를 대행하는 다크히어로 수헌(로몬)의 이야기. 학원물에서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새로운 건 아니지만, 그것을 피가 튀는 복수 스릴러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3인칭 복수>는 자극적이다. 물론 거기엔 학교폭력과 그 이면에 깔린 가진 자들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지만.

디즈니 플러스 '3인칭 복수'
디즈니 플러스 '3인칭 복수'

무엇이 디즈니 플러스에 이러한 색다른 분위기를 만든 걸까. 그건 <형사록>과 <3인칭 복수>의 제작사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형사록>은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3인칭 복수>는 스튜디오S에서 제작했다. 많은 콘텐츠들을 제작하며 한국적인 정서를 잘 알고 있는 제작사들이다. 그 정서적인 면을 가져와 OTT라는 특성에 맞게 보다 강렬하게 풀어내고 있는 작품들이다.

결국 OTT의 색깔은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포진하느냐에 따라 변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디즈니 플러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K콘텐츠들은 어딘가 ‘디즈니스러운’ 면모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키스식스센스>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를 기점으로 <형사록>과 <3인칭 복수>를 보면 디즈니+가 오리지널 K콘텐츠 제작에 있어 그 색깔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또 연내에는 <카지노>, <커넥트>, <무빙> 같은 작품들도 포진되어 있다. 디즈니 플러스의 본격화된 K콘텐츠 행보가 심상찮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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