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이어 김태호까지...이들이 유튜브로 간 까닭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지상파, 케이블을 주름잡던 그들은 왜 유튜브로 향하고 있을까. 최근 김태호 PD가 개설한 채널 테오(TEO)가 본격적인 첫 행보를 드러냈다. 이름하여 <부루마불 세계여행>. 부루마불 판에 가고픈 나라들을 빼곡하게 채워 넣고 주사위를 돌려 걸리는 나라를 진짜 여행하는 ‘실사판 부루마블 여행’이다.

3주 전 올라온 첫 번째 영상에는 이 여행에 참여한 스타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 빠니보틀, 원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유튜브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어딘가 B급 정서가 묻어나는 가운데 등장한 김태호 PD는 먼저 이들에 대한 팬심부터 밝혔다. 자신이 평상시 재밌게 보고 있는 여행 크리에이터들이라는 것.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해온 그들이라 일단 카메라를 들고 등장하는 건 거의 일상처럼 보이고, 카메라 앞에서 보이는 리액션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단 15분 남짓의 영상이지만 그 짧은 분량에도 이들의 캐릭터는 벌써부터 분명히 드러난다. “시키면 뭐든 하겠다”는 곽튜브와 순간적으로 곽튜브를 날조(?)하며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빠니보틀, 그리고 약간 로봇 같은 리액션이지만 그래서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원지의 캐릭터가 보인다.

그 많은 나라들을 여행 다니며 산전수전공중전 다 했을 법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구독자들은 반색할만한 일이지만, 이들을 계속 소름 돋게 만드는 김태호 PD의 제안은 향후 이 프로젝트에 쏠릴 관심이 얼마나 뜨거울까를 예감케 한다. 영상 조회수가 가장 많은 최종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이 ‘우주여행’이라는 말에 세 크리에이터들은 상상도 못했다며 할 말을 잃는다.

‘우주여행’ 특전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나영석 PD다. 채널 십오야에서 설마하고 던진 100만 구독자를 넘기면 ‘달나라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했던 공약 때문에 ‘구독 취소’를 해달라고 나영석 PD가 사정했던 그 사건(?)이 그것이다. 결국 사정한 덕분에 가까스로 정해진 날 구독자가 100만 밑으로 빠져 ‘달나라 여행’은 다행히 불발됐지만, 어쩐지 김태호 PD가 내건 ‘우주여행’은 실제가 될 것 같다.

또 사전 미팅처럼 처음 모인 자리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여행지들을 적어 넣은 부루마불판이 완성되자 즉석에서 주사위를 던져 첫 여행지를 정하는 신속한 진행(?)에 세 크리에이터들은 또 소름이 돋는다. 이런 식의 진행은 이미 김태호 PD가 MBC 시절,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에서 시도했던 방식이긴 하지만 달라진 점은 역시 유튜브가 갖는 자유로움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기존 방송사 소속의 예능들이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많은 관문들이 있고, 또 촬영팀부터 꾸려야 하는 제작비와 몸집의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루마블 세계여행>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들의 프로젝트는 상상력을 거의 무한하게 펼치는 자유도가 있으면서도 몸집이 가볍다. 촬영팀이 붙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고 1인 크리에이터들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촬영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재기발랄함과 가벼운 기동력과 순발력이 최대한 발휘되면서도, 김태호 PD 특유의 ‘큰 그림’이 더해졌다. 그만큼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들을 경험해왔던 김태호 PD와 1인 크리에이터들 특유의 순발력이 만나 생겨나는 시너지가 엿보인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기획적으로 성공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때 지상파, 케이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제작진, 출연자들이 이제 유튜브로 향하고 있는 건 이제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고 있다. 나영석 PD가 채널 십오야를 통해 갖가지 숏폼을 선보이고 이러한 경험들이 뭉쳐져 <뿅뿅 지구오락실> 같은 tvN 예능을 병행하는 것처럼, 김태호 PD도 테오라는 자체 채널을 열고 <부루마블 세계여행> 같은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티빙 오리지널 예능 <서울체크인> 같은 프로그램을 만든다.

중요한 건 과거 지상파, 케이블 예능이 메인 스트림이고 유튜브 예능은 하위로 분류되던 것에서 이제는 그 위계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는 점이다. 김태호 PD의 <부루마블 세계여행>은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큰 성과를 거둔다면 이제 예능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서 유튜브 예능이 떠오를 것이고, 무엇보다 기성 예능 제작자들과 1인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 우주로까지 달려가는 상상의 무한 질주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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