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다큐 ‘더 타투이스트’, 힐링과 위로 담은 타투의 세계

[엔터미디어=정덕현] “제가 작업하는 와중에 손가락이 실린더 내려가는 부분에 끼어가지고 손가락 반 마디가 절단되었습니다.” 45세 엔지니어 이상진씨는 왼손 검지손가락 첫 번째 마디가 뭉툭했다. 타투이스트 도이는 그 뭉툭한 끝부분에 손톱 모양의 타투를 새겨주었다. 타투가 새겨진 손가락을 본 이상진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서 함께 그걸 본 그의 어머니가 “너무 좋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마치 새로운 손가락 한 마디가 하룻밤 새 생겨난 것처럼 뭉툭했던 손끝에 손톱이 생겼다.

타투하면 어딘가 혐오스러운 어떤 것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더 타투이스트>는 그것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준다. 몸에 무언가를 새겨 넣는 일은 그저 재미나 과시의 차원으로만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의미가 있고, 때론 그걸 새겨 넣음으로써 삶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걸 이 독특한 다큐멘터리는 보여준다.

“1999년 제 생일이었어요. 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암 투병하시다가. 그 10년 뒤에 제 생일에 동생이 죽었어요.” 타투이스트를 찾은 38세 소하랑 주부는 어렵게 그곳을 찾은 이유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삶의 무게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 역시 얼마 전에 유방암에 걸렸어요. 네 작년이죠. 작년에 수술하고 했거든요. 제가 등에 이만큼 긴 상처가 있어요. 남들은 괜찮아, 약해도 괜찮아 하지만 전 약하면 안되거든요. 근데 그 상처가 보이면 나는 환자구나 나는 약하구나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근데 저는 힘을 더 내야 하거든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이석훈은 “힘을 더 내야 한다”는 말이 항암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하랑 주부가 힘을 더 내야 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저는 항암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남편 간병해야 돼서요. 치매예요. 그래서 계속 재활이라는 걸 다니면서 더 나빠지지 않게 진료를 계속 봐야하거든요. 제가 체력이 떨어지고 쓰러져 버리면 안되니까.” 남편이 기억을 자꾸 잃게 된 건 3년 전 사고 때문이었다. 남편을 돌봐야 하는 무게를 짊어지고 있지만 그는 모두가 죽을 거라는 이야기에도 살아남은 남편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이 주부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었다. 소하랑씨는 등 뒤 상처 위에 이를 덮어줄 수 있는 십자가 모양의 타투를 원했다. 너무 무겁지 않고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십자가. 그리고 자신의 태몽에 나왔다는 꽃도 함께 새겨줬으면 했다. 타투이스트는 고민 끝에 소하랑씨의 상처 위에 십자가 모양의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새겨주었다. 흉터가 가려지면서 진짜로 무언가 가벼운 느낌이 만들어졌다. 그걸 본 소하랑씨는 “제가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 무게가 좀 가볍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볍게 만들어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타투는 물론 즐겁게 자기만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담는 무언가를 예쁘게 몸에 새겨 넣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결코 지워지지 않은 아픈 상처를 이겨내려는 의지를 담는 것이기도 했다. 상처를 덮기 위해 커버 타투를 하고 싶어서 왔다는 26세 전영수씨는 양 팔등 위에 가득 채워진 무언가에 쓸린 듯한 상처들을 보여줬다. 놀랍게도 그건 스스로 낸 상처였다. 무엇이 그를 스스로 상처를 낼만큼 힘겹게 했을까. 그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였다. 살아남은 자가 갖게 된 삶의 무게를 그는 온전히 지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상처를 내고 싶지 않다며 그 위에 타투를 원하는 전영수씨를 위해 타투이스트는 너무나 아름다운 덩굴이 있는 꽃을 그 위에 새겨주었다. 그 안에는 노란 리본 또한 들어 있었다. 그 타투는 상처를 가리기보다는 상처와 어우러지는 느낌으로 그려졌다. 잊기보다는 기억하면서 함께 살아나간다는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그는 “이 그림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상처를 내거나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방송에서는 타투를 가리기 위해 테이핑을 하고 나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타투는 혐오스러운 어떤 것으로 치부 받고 있는 것. 하지만 <더 타투이스트>가 보여준 건 그것이 하나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타투는 해외에서도 붐이 일어날 정도로 뜨겁다고 한다. 그저 과시를 위해 하는 타투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대한다는 것이 외국인들에게도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여기 출연한 타투이스트 도이는 브래드 피트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초청해 타투를 받는 비현실적인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더 타투이스트>는 타투라는 어찌 보면 방송에서 금기시되는 소재를 가져와 그 겉면이 아닌 그 이면의 스토리들을 채워줌으로서 마음을 건드리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됐다. 웨이브라는 OTT 플랫폼이어서 가능했던 기획이었을 테지만, 그 편견이 사라져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채널에서도 굳이 타투를 가리지 않고 방송이 가능해지는 그런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편견을 벗겨내고 보면 그건 저마다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삶을 위로해주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의 세계로 보일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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